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 연구원은 31일 '금리를 올려도, 왜 금리가 안 오를까?' 리포트에서 "양호한 경기와 물가 과열을 감안한 통화정책 정상화는 선제적이고 싶지만 실제로는 후행적"이라며 "통화정책 의사결정 단행시점에서 채권시장 대부분 선반영 이후 추가 방향성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시장금리는 시중금리와 달리 시장성, 즉 시황을 반영하여 움직인다고 짚었다.
그는 " 2000년 이후 기준금리와 국고10년 금리가 장기적 추세는 같은 듯 보이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 국면에서 움직임은 상이한데, 오히려 기준금리가 인하될 때 상대적으로 장기금리와 기준금리차(스프레드)가 확대되고 반대로 인상시기에는 스프레드가 축소된다"며 "현재처럼 기준금리가 올라도 상대적으로 장기금리는 덜 오르거나 혹은 반락하면서 채권투자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같은 통화정책 정상화는 인상시점부터 채권시장 약세요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상조건이 갖춰지는 국면에서 미리 반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역시 마찬가지인데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수하는 구간에서는 오히려 금리가 반등하고 채권매수를 그치면 반락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탠트럼(긴축 발작)을 야기했던 테이퍼링 역시 시행을 앞두고 현재는 잠잠한데, 미국 역시 통화정책과 장단기금리의 역상관이 높은 것은 우리와 동일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물가에 맞춰 시행되는 통화정책은 후행적일 수밖에 없다"며 "경기선행지수 정점 기록 이후 반락 구간이 높은 금리 투자 기회"고 제시했다.
그는 "실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시중의 유동성이 마르기 시작하면 초기에는 채권시장의 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분위기가 안 좋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개선과 유동성 수혜가 컸던 위험자산들이 흔들릴 것"이라며 "그렇게 경기정점 이후 걱정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지고 기준금리에 맞춰 단기금리가 올라도 장기금리는 횡보를 넘어 반락, 장단기금리차가 줄어든다"고 제시했다.
물가전망과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높아졌음에도 미국채10년 금리 전망은 2분기 정점을 기록한 이후 3분기 오히려 반락했다.
자료출처=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금리를 올려도, 왜 금리가 안 오를까?' 리포트(2021.08.31) 중 갈무리
이미지 확대보기이어 그는 "지난 주말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은 ‘연내 테이퍼링을 실행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지만 시장반응은 민감하지 않았는데, 2013년과 달리 시장에 학습효과도 있는데다 테이퍼링 시행 과정에서도 유동성 여건은 아직 완화적"이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채권시장은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를 시장금리에 선반영하고 있다"며 "물가상승과 통화정책 정상화가 채권시장에 악재임은 분명하지만 ‘이럴 줄 알았다’는 전망 하에 미리 움직였다면 이제 높아진 물가와 통화정책이 미칠 다음 행보를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윤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의 금리정상화 기대치가 각각 2.0% 내외 1.25% 남짓이면 정상화까지 시간이 남은 미국은 30년 금리가 2.0% 부근, 정상화가 시작된 한국은 3년 금리가 1.4% 내외면 상당부분 선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며 "특히 국내는 높은 물가와 낮은 기준금리로 실질 기준금리가 낮은 편이나 금리는 올라가고 물가가 낮아지면서 완화적 금융환경이 변화하면 장단기금리차는 줄어들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