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좌), 여승주 한화생명 각자대표 내정자 (우)


보험업계는 이를 두고 오는 2021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그룹 내 최고의 ‘금융통’인 여승주 사장을 전면배치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한 수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승주 사장은 지난 2016년 2월 ELS 상품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던 한화투자증권의 대표이사를 지냈던 바 있다. 당시 여 사장은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성공, 투자금융사업 확대, 자산관리 부문 수익 극대화 등의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1615억 원의 순손실을 봤던 2016년의 위기를 넘어, 2017년 2분기까지 358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 사장은 지난 6월 해체됐던 한화그룹의 경영기획실에서 금융팀 팀장직을 맡았다. 여 사장은 이곳에서 한화 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요직을 수행했으며, 경영기획실 해체 뒤에도 계열사 전반의 관리 및 시너지 창출에 힘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경력이나 능력 어느 면으로 보나 여승주 사장의 능력은 이미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하며, “정부가 금융사들에 대한 통합감독을 실시하기로 계획한 이상,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차남규 부회장이 햇수로 8년째 연임에 성공하며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CEO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으므로, 한화 그룹이 ‘세대교체’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차 부회장의) 임기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고, 어느 한 쪽이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두 분이 각자대표를 맡아 더욱 큰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하는 게 이번 인사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승주 사장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해 지난 1985년 1월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2004년 한화생명 재정팀장을 시작으로 한화투자증권 대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금융팀장 등을 폭넓게 역임하며 재무전문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여승주 사장의 각자대표 선임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