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면세점 재입찰 시 형성될 임대료 수준에 대한 감정서를 인천지방법원에 회신했다. 앞서 인천지방법원은 삼일회계법인에 면세점 재입찰의 경우 형성될 적정한 임대료 수준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주류·담배 구역(DF1·2) 임대료를 40% 인하해달라는 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삼일회계법인은 문제가 된 면세점 구역(DF1·2)의 매출 실적과 2033년까지의 추정치와 임대료, 임대보조금 납부 등에 대한 이자 비용 등을 고려해 면세점 재입찰 시 형성될 임대료가 지금보다 약 40%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그간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조정과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다른 면세사업자와의 형평성, 입찰의 공정성 등을 이유로 들면서다. 특히 임대료 임의 조정은 배임뿐만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법원이 ‘회계법인이 산정한 적정 임대료’에 따라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 간 조정에 나서면 임대료를 둘러싼 이들 갈등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선정한 회계법인을 통해 객관적인 검토를 토대로 나온 것인데, (지켜봐야 하겠지만) 공항 쪽에서 이를 받아들이냐 안 받아들이냐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의 고민은 클 수 밖에 없다. 올 하반기 예정돼 있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실적 반등을 꾀할 기회가 있지만 인천공항공사에 지불하는 높은 임대료가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신라 및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2분기 각각 113억 원,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임대료 부담이 지속된다면 수익성 악화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인천공항 임대료는 고정 금액 방식에서 2023년 7월 여객수 연동 방식으로 바뀌었다. 인천공항 전체 출국객수에 여객 1인당 임대료를 곱해서 산정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신라와 신세계의 객당 임대료는 각각 8987원과 9020원이다. 인천공항 월평균 출국자 수가 약 301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매월 300억 원, 매년 4000억 원에 가까운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앞서 삼일회계법인이 제출한 감정서에 따르면 향후 신라와 신세계가 부담해야 할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출국객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감소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패션·액세서리 및 명품 부티크 등 기타 품목 매출은 2019년 수준을 회복하며 성장세를 보였으나 화장품·향수 품목은 2019년 대비 약 53%, 주류·담배의 경우에는 약 6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라와 신세계가 럭셔리, 패션 부문을 제외한 화장품·주류·담배 구역(DF1·2)에 대한 조율을 원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팝업스토어도 하고, 각종 브랜드 유치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온라인 주류 구매가 가능해지고 환율이 오르는 등 사업 환경이 달라졌다”며 “임대료 역시 이런 점들이 반영돼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재 신라와 신세계가 요구하는 것은 40%다. 이는 2019년 대비 객단가가 40%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향후 법원과 조정을 통해 조정비율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천공항공사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인천공항공사는 오는 14일 2차 조정 기일 불참 의사를 밝혔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