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핵심사업인 면세부문도 실적 반등을 보이면서 상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호텔롯데는 이전에도 상장을 추진했으나 그룹 오너일가 수사,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등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좌초됐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 등 일본계열사로부터 지배(지분 100%)를 받고 있다. 상장을 통해 일본 지분을 희석시키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도 그 목적 중 하나였다.
호텔롯데 상장이 어려워지자 그 대안으로 등장한 주체가 롯데케미칼이다. 일본 롯데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롯데케미칼 덩치를 키워 신동빈 회장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석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주력 사업 특성상 쇼핑이나 음식료는 사세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롯데건설을 비롯한 건설 업계 전반에 타격을 입혔다. 롯데그룹 입장에서 롯데건설은 각종 사업추진과 부동산개발 등에도 중요하지만 호텔롯데가 2대주주(지분율 43.3%)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 롯데건설에 문제가 생기면 호텔롯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롯데케미칼도 자체 사업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결국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롯데케미칼 최대주주인 롯데지주(지분율 25.3%) 역시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매년 회사채 시장에서 부채 형태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치명타가 된 것이다.
롯데렌탈 최대주주 역시 호텔롯데(지분율 38.1%)다. 호텔롯데의 유동성 확보는 상장에도 긍정적이지만 그 이전에 그룹 통합신용도가 핵심이다.
호텔롯데는 그룹 통합신용도에 영향을 미친다. 롯데지주 신용등급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그룹 신용도 전반에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롯데케미칼 신용도 하락이 그룹 전체 크레딧 리스크로 확대됐지만 호텔롯데가 그나마 방어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롯데지주는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자회사들 상장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구주매출)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현재 롯데지주 중복상장 비율은 25.3%로 업계 평균(2024년 말 기준 약 18%)을 크게 상회한다. 추가 자회사 상장 시 중복상장 이슈가 지속적으로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된다.
주식 형태 자금조달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시 신용도에 집중해야 한다. 호텔롯데가 상장한다면 그룹 통합신용도에 긍정적이면서도 중복상장 이슈에서 자유롭다. 추가적인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 있지만 그 종지부는 호텔롯데가 담당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숙원 과제로 신동빈 회장 지배력 강화에 영향을 미친다”며 “과거와 비교할 때 신용도 등 그룹 자금조달 상황 개선에 호텔롯데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