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은 오는 1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대상은 수석급 이상 직원으로, 1977년 이전 출생자 또는 20년 이상 근속자다. 희망퇴직자는 근속 연수 등에 따라 기본급 27~36개월치를 지급받으며 기타 생활 안정 자금도 별도로 받는다.
푸르덴셜생명의 희망퇴직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푸르덴셜생명은 글로벌 보험사인 푸르덴셜 파이낸셜이 1989년 국내에 설립한 보험사로, 지난 9월 KB금융에 편입됐다.
푸르덴셜생명이 첫 희망퇴직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면 영업 위축과 초저금리 지속,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업황 악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감축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면을 좀 더 들여다보면 채권 매각 대금 등 유보금을 처분하려는 푸르덴셜생명으로서는 지금이 그간 쌓인 과제들을 해결할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에 인수된 이후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 대출채권을 매각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이 갖고 있던 미국 푸르덴셜 관련 채권을 팔고 현금으로 회수한 자금이 700억~800억원 정도”라며 “올해 영업 성과에서 자유로운 상황에서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유보금을 처분하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리노베이션 공사와 희망퇴직 등 밀려있던 것들을 털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B생명과의 통합을 앞두고 중복 인력을 줄이려는 선제적인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의 그룹 내 안착과 사업 안정화를 위해 당분간 KB생명과의 합병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수 시너지 강화 등을 위해 내년에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전략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예전부터 푸르덴셜생명이 설계사 수에 비해 본사 임직원 수가 많아 본사조직이 비대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KB금융에 편입되면서 이를 해결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중 KB생명과의 통합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지만 당장은 채권 매각 대금을 풀기 위한 차원의 희망퇴직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