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현 SK케미칼 사장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혼란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업공개(IPO) 당시 약속한 투자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 지연된 약속을 이제라도 지킬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18일 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구축한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더 컴퍼스(The COMPASS)’에 따르면 SK케미칼의 중복상장 비율은 52.4%(5월 15일 기준)로 국내 상장 기업(금융사 제외) 중 2위를 기록했다.

SK케미칼 및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 추이./출처=한국거래소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 ‘특수’도 사라졌다. 그나마 버티고 있던 SK케미칼 주가가 지속 하락하게 된 시발점이다. 중복상장에 실적부진이 가치를 갉아먹는 셈이다.
SK바사는 상장 당시 EV/EBITDA(기업가치/상각전영업이익) 방식을 적용해 5조원 가치를 인정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특수와 글로벌 백신 허브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공모자금을 집중 투입해 안동 공장 증설과 송도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실제 준공은 작년말에 이뤄지며 당초 계획보다 2년가량 늦어졌다.
외부 환경 탓에 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경영전략 등에서 불가피한 일이다. 실제로 투자 규모는 당초 1500억원에서 3257억원으로 확대됐고 독일 IDT바이오로지카 인수 등이 추가됐다.
그럼에도 SK바사 상장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가장 가치가 높았던 시기에 자금을 조달하는 ‘자금 선점’ 전략이 우선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는 SK바사 상장 당시 구주매출과 연결된다. IPO로 모집한 자금 1조5000억원 중 1조원은 신주매출, 5000억원은 구주매출이었다. 이중 후자는 SK케미칼로 유입됐다.
한편, 지난해 SK케미칼은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정했다. EB는 발행사가 보유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메자닌에 속한다. 해당 EB 교환 대상 주식은 SK바사다. 교환 주식수는 383만2430주(4.88%), 교환가액은 주당 5만7555원이다.
EB는 그 특성상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대비 금리가 낮거나 없다. SK케미칼 EB는 금리가 0%로 조달한 자금은 채무상환에 사용했다. 발행 당시 A+ 민평금리 평균(5년물)이 약 4%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88억원 정도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반면, SK바사 주주들은 향후 주가 상승에도 오버행 이슈를 걱정해야 한다.
FCF∙ROIC도 마이너스 지속…경영전략 의구심
SK케미칼 사업구조는 크게 친환경 소재와 제약 및 백신으로 구성된다. 두 사업 모두 공급 과잉과 투자부담 등으로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지 못하고 있다.투하자본수익률(ROIC)은 2024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ROIC는 영업자산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의미하는 지표다. SK케미칼은 영업이익 악화와 동시에 투하자본이 들어나는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자본적지출(CAPEX) 증가 추세는 둔화됐지만 수익성이 크게 하락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이전부터 지속된 손실폭이 더 크게 확대됐다. 특히 운전자본에 묶인 현금이 투자부담과 동시에 현금흐름을 제약하는 모습이다.
CAPEX 사이클 산업에서 적자폭이 확대되는 것은 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화학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팬데믹 특수를 사이클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도 무리다.
이 모든 것을 대외적 이슈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만큼 SK케미칼이 영위하는 사업 자체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경영전략은 대외변수 대응이 필수다. 특히 통제가 쉽지 않은 백신 부문은 SK바사 상장 목적이 자금조달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안재현 SK케미칼 CEO는 지난 2023년 취임했다. 이후 FCF 하락 압력이 더욱 강해진 탓에 해결해야 하는 숙제도 산더미처럼 쌓였다.
비록 약속된 계획은 늦어졌지만 지난해 인프라 구축이 완료(SK바사)되면서 직접적인 성과를 보여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SK바사 실적 개선이 SK케미칼 기업가치 제고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신규 상장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기존 중복상장 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기업가치 제고 압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중복상장 규제 강화는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중복상장 비율이 높은 기업은 더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해야만 과거 자회사 상장 등에 대한 비판을 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회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하는 방식이 과거에는 ‘무료’였다면 이제는 그 대가를 명확히 지불해야 추가 자금조달 등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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