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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성적표에 2026년 변수를 넣을 수 있나…한국거래소 경영평가의 ‘시간’ 논란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18 16:07

한국거래소 2025년도 경영평가 S→B 두 단계 하락
평가 대상은 지난해인데, 평가 과정에선 올해 단일종목 ETF 논란 불거져
“사후 사건 반영 가능하다면 근거와 기준 공개해야”…평가의 시간적 정합성 도마

한국거래소의 2025년도 경영평가 B등급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히 성과급 문제를 넘어 경영평가 제도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의 2025년도 경영평가 B등급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히 성과급 문제를 넘어 경영평가 제도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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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한국거래소의 2025년도 경영평가 B등급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히 성과급 문제를 넘어 경영평가 제도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핵심은 하나다. 2025년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2026년에 발생한 사건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2025년도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2024년 S등급을 받은 이후 두 단계 낮아진 결과다. 거래소 내부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전산 장애가 주요 감점 요인이 됐다는 데는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그것만으로 최상위 S등급에서 B등급까지 떨어질 정도였는지를 두고 의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올해 불거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이번 경영평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평가자와 평가 사유 역시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정 사안이 등급 결정에 직접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거래소 내부의 의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이 실제 평가 항목이나 감점 사유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금융위 역시 두 사안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 역시 특정 사건이 실제 감점됐느냐가 아니라, 평가연도 이후 발생한 사건이 경영평가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고려될 수 있는 구조인지에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만약 평가연도 이후 발생한 사건이 실제로 최종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경영평가의 시간적 기준을 따져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2025년을 평가하는데,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통상 ‘2025년도 경영평가’라면 2025년 한 해 동안의 경영활동과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문제는 2025년의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절차가 2026년에 진행된다는 데 있다.

실제로 평가위원들이 2025년 실적 자료를 검토하고 최종 등급을 결정하는 사이 기관에서는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평가 대상 기간 이후 발생한 사건을 어디까지 고려할 것인지를 두고 문제가 생긴다.

가령 2025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기관이 2026년 초 대형 사고를 냈다고 가정해 보자.

평가 대상 기간만 엄격히 적용한다면 그 사고는 2025년도 경영평가에 반영되지 않고 다음 연도 평가 대상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면 평가 확정 시점까지 발생한 중대한 사고나 리스크를 기관의 경영관리 능력과 연결해 판단한다면 전년도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논리는 있다. 다만 평가연도 이후 발생한 사건까지 반영할 수 있다면, 어떤 사건을 어떤 기준으로 어느 범위까지 고려할 것인지 사전에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가 대상 기관은 자신이 어느 시점까지의 경영 성과와 리스크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단일종목 ETF가 ‘감점’이 아니더라도 남는 질문

금융위는 두 사안이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질문은 단일종목 ETF 자체가 아니라 경영평가의 시간적 기준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단일종목 ETF 때문에 S등급 또는 A등급이 B등급으로 떨어졌다’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관계상 무리다.

첫째, 2025년도 한국거래소 경영평가의 공식 평가 대상 기간은 정확히 언제까지인지다.

둘째, 평가 대상 기간 이후 발생한 사건을 최종 등급 결정 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는 별도의 규정이나 관행이 있는 지다.

셋째, 그런 사후 사건 반영이 가능하다면 어떤 사건을 ‘중대한 경영 리스크’로 판단하는지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지다.

넷째, 이번 한국거래소 평가에서 실제로 어떤 정량·정성 항목에서 감점이 발생했는 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다면 단일종목 ETF를 둘러싼 거래소 내부의 의문 역시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문제는 결과만 놓고 보면 시간적으로 묘한 장면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2025년 경영실적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2026년 들어 자본시장의 주요 논란으로 떠오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등장했고, 공교롭게도 한국거래소의 최종 성적표는 예년보다 크게 낮아졌다.

두 사건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해도, 평가 대상 기관 내부에서 “정말 아무 영향이 없었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책은 함께 결정했는데, 성적표는 거래소만 받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문제를 둘러싸고 거래소가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책임 구조에 있다.

새로운 금융상품의 제도 도입은 거래소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관련 규정 정비, 상장 제도 마련 등이 맞물려야 한다.

거래소는 실제 시장을 운영하고 상품 상장을 관리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품 심사와 시장 관리,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은 거래소의 고유 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책 도입 자체가 금융당국과의 협의 및 승인 과정 속에서 이뤄졌다면 사후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역시 어느 한 기관에만 귀속시키기는 어렵다. 정책 결정 과정에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함께 관여했다면, 정책의 실패 또는 부작용에 대한 경영 성적표가 시장 운영기관 한 곳에만 돌아가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래소 안팎에서는 단일종목 ETF가 실제 감점 요인이었는지를 넘어, 경영평가가 정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까지 어디까지 기관별 책임으로 구분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산 장애만으로 두 단계 하락했나

이번 B등급 결정에서 지난해 발생한 전산 장애 등이 주요 평가 요인으로 거론되는 만큼, 실제 평가의 중심은 2025년 발생한 시장 인프라 사고와 기관의 대응·재발 방지 능력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거래소처럼 국내 자본시장 핵심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관에서 전산 장애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거래가 중단되거나 주문 체계에 오류가 발생하면 시장 신뢰와 직결된다. 특히 거래소의 핵심 기능 자체가 안정적인 시장 운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산 사고는 일반 기업의 단순 시스템 장애와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전산 장애가 상당한 감점 요인이 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또 다른 질문은 남는다.

한두 건의 전산 장애와 다른 평가 항목의 감점을 종합해 S등급에서 B등급까지 두 단계 낮출 정도의 평가가 이뤄졌다면, 그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경영평가가 블라인드 방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체적인 평가 사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면 평가 대상 기관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도 명확히 알기 어렵다.

‘왜 B등급을 받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평가에서 무엇을 고쳐야 A나 S등급을 받을 수 있는가’다.

평가는 줄 세우기가 아니라 경영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성과급 반토막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의 예측 가능성

이번 논란은 직원들의 성과급 감소에서 시작됐다.

S등급과 B등급의 차이는 임직원에게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로 돌아간다. 자연스럽게 거래소 내부에서는 “지난해 무엇을 잘못했기에 성적표가 이렇게 달라졌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성과급이 줄어든 임직원의 불만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경영평가는 기관의 경영을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제도다. 그렇다면 평가 대상 기관이 어느 기간의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어떤 사건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2025년 경영평가라면 기본적으로 2025년의 성과와 리스크가 평가 대상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평가기간 이후 발생한 중대한 사건까지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 그 역시 사전에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영평가는 한 해의 성적표가 아니라 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날까지 발생한 모든 변수를 사후적으로 반영하는 ‘움직이는 성적표’가 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이번 B등급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과 실제로 무관하다면 금융당국 역시 평가 기준과 주요 감점 사유를 보다 설득력 있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평가 과정에서 올해 발생한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든 참고됐다면 그 근거와 기준은 더욱 명확히 공개돼야 한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한국거래소가 왜 S등급에서 B등급으로 떨어졌느냐에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경영평가의 시간적 경계다.

2025년의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제도라면 평가의 대상은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평가가 진행되는 2026년에 발생한 새로운 사건까지 참고할 수 있다면, 어떤 사건을 어떤 기준으로 반영할 수 있는가.

사후 사건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반드시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가능하다면 그 기준은 평가 대상 기관이 미리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영평가는 한 해의 성적표가 아니라, 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날까지 발생하는 변수를 계속 반영하는 '움직이는 성적표'가 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이번 B등급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과 실제로 무관하다면, 오히려 금융당국과 거래소 모두 이번 등급 하락의 배경과 평가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한국금융신문은 이번 경영평가의 주요 감점 사유와 등급 하락 배경, 평가 대상 기간 이후 발생한 사건을 최종 등급 결정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한국거래소에 질의했지만, 거래소는 기사 작성 시점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평가의 신뢰는 결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평가받는 기관도 납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한다.

‘2025년의 성적표에 2026년의 사건은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가.’

이번 한국거래소 경영평가 논란이 던진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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