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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朱雀)이 날아오른다 란젠항톈(蓝箭航天)과 재사용 로켓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⑥]

전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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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6-04-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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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은 한 번 쏘고 버리는 것이다. 수백억 원짜리 기계를 바다에 빠뜨리거나 대기권의 불꽃 속에 녹여버린다. 그것이 1960년대부터 60년간 유지된 우주 산업의 철칙이었다. 그 철칙을 처음 깨뜨린 것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였다. 그리고 2025년 12월의 어느 밤, 중국의 민간 기업 란젠항톈(蓝箭航天, LandSpace)이 두 번째로 그 두꺼운 벽에 균열을 냈다.

주작(朱雀) 3호가 동풍 상업항천 혁신시험구의 칠흑 같은 하늘을 가르며 솟구쳐 올랐다. 궤도 진입에는 성공했다. 1단 로켓 회수는 아슬아슬하게 실패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것을 '실패'가 아닌 '예고편'으로 읽었다. 예고편 치고는 너무나 강렬했다.

▲창업자 장창우 CEO와 란젠항톈 본사 전경

▲창업자 장창우 CEO와 란젠항톈 본사 전경

금융맨이 로켓을 만들다 - 장창우(张昌武)라는 역설

란젠항톈의 창업자 장창우(张昌武)는 로켓 엔지니어가 아니다. 청화대학교 MBA 출신에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 근무 경력을 가진 금융인이었다. 2015년, 그는 동료 두 명과 함께 회사를 세웠다. 로켓을 만들겠다고. 업계는 비웃었다. 기술도 없고, 팀도 없고, 경험도 없는 금융쟁이가 중국판 스페이스X를 만들겠다는 황당한 선언을. 초기 투자금 1,000만 위안을 들고 나타났을 때, 천사투자자 단 한 명만이 믿어줬다. 그것이 란젠항톈의 시작이었다.

주작(朱雀)이 날아오른다 란젠항톈(蓝箭航天)과 재사용 로켓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⑥]

그가 한 첫 번째 결정이 훗날 이 회사를 세계 지도 위에 올려놓는다. 2018년, 그는 회사의 모든 자원을 당시 전 세계적으로 미지의 영역이던 '액체 산소-메탄(LOX/LCH4)' 엔진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스페이스X는 케로신을 썼고, 블루오리진은 액체 수소를 썼다. 아무도 메탄을 대형 로켓에 써본 적이 없었다. 논리는 간단하고 명쾌했다. 메탄은 탈 때 그을음이 없어 엔진 재사용에 최적이다. 케로신은 그을음이 쌓여 매번 분해 청소에 수 주가 걸린다. 재사용 로켓의 핵심이 빠른 재정비라면, 그 답은 메탄이다. 이 판단은 2023년 경이롭게 적중한다.

▲란젠항톈 엔지니어들이 로켓 제작을 하고 있다.(사진: 란젠항톈)

▲란젠항톈 엔지니어들이 로켓 제작을 하고 있다.(사진: 란젠항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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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액체 산소-메탄 연료 로켓의 궤도 진입 성공- 그리고 성공적 실패

란젠항톈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이기도 하다. 2019년 첫 발사, 2022년 12월 주작2호 첫 발사 모두 실패였다. 회사는 두 번 죽을 뻔했다. 그러나 2023년 7월 12일, 세상이 뒤집혔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도, 블루오리진의 뉴글렌도 하지 못한 일을 중국 민간 기업이 먼저 해냈다. '사기꾼 회사'는 순식간에 '기술 챔피언'이 됐다. 국가제조업전환기금, 이좡(亦庄)산업기금 등 국책 자금이 물밀 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상이 비웃던 그 회사에 국가가 돈을 댔다.

주작 2호가 '궤도 진입'의 드라마였다면, 주작 3호는 '재사용'이라는 더 큰 드라마의 1막이다. 2025년 12월, 주작 3호가 다시 하늘을 갈랐다. 궤도 진입은 성공했으나 1단 착륙이 불과 40미터의 오차로 실패했다. 란젠항톈은 이것을 '성공적 실패'라 불렀다. 9기 엔진 병렬 시스템이 설계대로 작동했고, 스테인리스강 동체가 재진입의 불덩이 속에서도 멀쩡했다. 1단이 실제로 귀환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 민간 우주 역사상 처음이었다. 데이터를 얻었다. 2026년 2차 발사에서 그 데이터로 완벽하게 착지한다는 계획이다.

▲로켓 시험 장면(사진: 란젠항톈)

▲로켓 시험 장면(사진: 란젠항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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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의 경제학 - 우주도 비행기처럼

비유 하나로 충분하다. 서울에서 뉴욕까지 비행기가 착륙할 때마다 버린다면, 항공권 가격은 지금의 100배가 될 것이다. 기존 로켓은 바로 그 짓을 60년간 해왔다. 스페이스X가 재사용을 시작하자 발사 비용이 10분의 1로 떨어졌다. 그것이 혁명의 실체다.

란젠항톈의 목표는 회수 후 단 7일 만에 다시 날리는 것이다. kg당 발사 비용을 현재 1만 달러에서 3,000달러 이하로, 궁극적으로는 2만 위안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재사용이 실현되는 날, 우주는 더 이상 국가만의 무대가 아니게 된다.

란젠항톈의 승부처는 중국 내수 시장이다. 중국은 지금 '천범성좌(千帆星座, 중국판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야 한다. 국영 창정(长征) 로켓만으로는 물량이 절대 감당되지 않는다. 민간 로켓이 필요하다. 란젠항톈의 주작 2호는 이미 싱왕(星网)과 위안신위성(垣信卫星)에 로켓 1발로 18개 위성을 동시에 쏘는 '일전18성(一箭18星)'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여기에 새로운 전선이 열렸다. 2024년 세계 로봇 컨퍼런스에서 레보2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으로 데뷔했다. 유비테크(UBTECH)가 로봇의 몸통을 만든다면, 강뇌과기는 손의 감각을 책임진다. BCI 기술과 로봇 기술의 교차점, 이곳이 강뇌과기의 다음 전쟁터다.

그래픽: 한국금융신문

그래픽: 한국금융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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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창판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 중 하나로 IPO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25년 6월 과창판 '제5호 상장 기준'을 상업우주항공으로 확대하자마자, 란젠항톈은 바로 치고 들어갔다. 이 기준은 적자 기업이라도 기술이 충분하면 상장을 허용한다. 누적 적자 34억 6,500만 위안. 그 적자를 뚫고, 이 회사는 전진한다.

란젠항톈에는 경위창투(经纬创投), 홍삼중국(红杉中国) 등 민간 VC부터 국가제조업전환기금, 지방 산업 펀드까지 총 78개 기관 주주가 포진해 있다. 민간과 국가가 손잡은 하이브리드 자본 연합이다. 중국 정부의 논리는 냉혹하리만치 명확하다. 우주 발사 능력은 국가 안보 인프라다. 민간 로켓이 저렴하게 위성을 쏠 수 있어야 천범성좌가 완성되고, 그래야 미국 스타링크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가능하다. 로켓 한 발 한 발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적자는 감수한다. 그래서 이름이 '내심(耐心: 장기투자) 자본', 즉 인내하는 자본이다.

란젠항톈의 앞길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연간 4~8억 위안에 달하는 R&D 비용과 천문학적 누적 적자는 상장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회사 스스로 밝힌다. 주작 3호의 1단 회수가 2026년에도 실패하면 IPO 논리가 흔들린다. 스페이스X도 팰컨 9 회수를 성공하기까지 수차례 처참하게 실패했다. 기술은 반드시 시간을 요구한다. 여기에 미국의 고성능 칩 수출 통제라는 기술 전쟁의 역풍도 여전히 거세다. 비행 제어 컴퓨터와 발사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서 서방 기술 의존도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제작된 로켓을 이송하고 있다(사진: 란젠항톈)

▲제작된 로켓을 이송하고 있다(사진: 란젠항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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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이 완벽하게 착지하는 날

로봇회사 유비테크가 무인공장으로 들어간 로봇을 보여줬다면, 란젠항톈은 하늘과 우주의 고속도로를 닦고 있다. 그리고 두 회사의 공통점은 하나다. 아웃사이더가 산업을 뒤집는다.

한국은 누리호로 자체 발사 능력을 증명했다. 위대한 성취다. 그러나 누리호는 재사용이 아니다. 발사 비용 경쟁에서 스페이스X나 란젠항톈을 정면으로 상대하면 이기기 어렵다. 한국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재사용 기술에 직접 투자해 독자 경쟁력을 키우거나, 위성 제조와 우주 활용 서비스로 경쟁력의 무게 중심을 옮기거나. 어느 쪽을 선택하든, 지금 결정해야 한다.

지금 중국은 공장의 불을 끄고 로봇을 켠다. 그 로봇이 만든 위성을 재사용 로켓에 싣는다. 그 로켓이 싼 값에 우주로 향한다. 란젠항톈은 그 연결 고리의 핵심 부품이 되려 한다. 주작 3호가 완벽하게 착지하는 날, 결정의 유예 기간은 끝난다. 중국의 우주발사 구경만 하다간, 우리는 그냥 표 사는 손님이 될 것이다.

주작(朱雀)이 날아오른다 란젠항톈(蓝箭航天)과 재사용 로켓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⑥]
전병서 박사는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 푸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반도체와 IT애널리스트로 17년간 일했다. 대우증권 상무, 한화증권 전무를 지내고 이후 19년간 중국경제와 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으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병서 박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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