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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이 법학자와 점심을 먹는 이유 [장준환의 AI법 네비게이터 ①]

장준환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04-06 10:03

AI 시대, 자본은 법을 먼저 설계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AI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엔지니어들이 더 이상 기술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점점 더 자주 법학자와 정책 전문가를 만나고, 규제 환경과 법적 구조를 논의한다. 기술 경쟁이 심화될수록 법과 제도가 시장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자본은 항상 법과 제도를 먼저 요구해 왔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법이 등장했고, 인터넷 산업의 성장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법과 플랫폼 규제가 만들어졌다. 기술은 먼저 등장하지만, 자본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법적 안정성이 필요하다. AI 시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사례가 바로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Stanford HAI)다. Stanford HAI는 2019년 설립된 학제간 연구기관으로,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경제 구조와 사회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인프라로 바라본다. 이 연구소의 특징은 AI 기술 자체보다 AI가 작동하는 제도와 환경을 함께 설계한다는 점이다.

▲사진출처: Stanford University

▲사진출처: Stanford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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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ford HAI에는 공학자뿐 아니라 법학자, 경제학자, 정책 전문가, 사회과학자, 산업계 리더들이 함께 참여한다. 이들은 AI 규제, 데이터 거버넌스, 알고리즘 책임성, 기술 안보, AI 경제 구조 등 미래 산업 구조를 좌우할 핵심 의제를 논의한다. 다시 말해 Stanford HAI는 기술을 만드는 연구소가 아니라 기술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연구소라고 볼 수 있다.

특히 Stanford HAI의 접근 방식은 기술 개발 자체보다 기술이 작동하는 제도적 환경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AI 시대의 경쟁이 기술 경쟁에서 제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기술이 더 우수한가보다, 어떤 국가가 더 안정적인 법과 정책 환경을 제공하는가가 자본의 흐름을 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Stanford HAI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Stanford HAI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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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ford HAI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연구소는 정책 연구와 정부 협력, 산업계 참여,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AI 시대의 제도 설계를 실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AI Index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AI 산업의 발전 속도, 투자 흐름, 정책 변화 등을 분석하고 공공 데이터로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연구를 넘어 AI 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지식 인프라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을 보호하고, 자산화하고,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 환경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Stanford HAI는 바로 이러한 통합적 접근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그리고 AI 모델 자체가 새로운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 가치 평가에서도 AI 모델과 데이터가 핵심 자산으로 반영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AI 기술이 단순한 생산 수단을 넘어 자산화(assetization)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산 구조화 전문가로서 주목하는 점도 바로 이 지점이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기술 개발 자체보다 AI 자산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보호할 것인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AI 모델, 데이터, 알고리즘이 금융 시장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자산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AI는 기술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데이터, 그리고 AI 모델은 이제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글로벌 기술 경쟁 역시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술 안보(Tech Security)가 법과 정책의 핵심 영역으로 이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새로운 법적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AI 시대의 법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자본의 흐름을 설계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 최근 학계와 정책 영역에서 논의되는 AI 법철학(AI Jurisprudence)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기술과 자본, 그리고 국가 경쟁력의 구조를 법적으로 설계하는 새로운 영역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 Stanford HAI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사진 출처: Stanford HAI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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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주 느끼는 점이 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역량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고 있지만, 이를 보호하고 자산화하는 제도적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정책, 그리고 산업 구조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기술 연구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과 법, 정책, 산업이 함께 논의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Stanford HAI가 보여주는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과 산업, 정책과 자본이 함께 참여하여 AI 시대의 규칙을 설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 역시 이제 이러한 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기술 인재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기술이 자산이 되고 산업이 되며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하는 제도적 인프라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코드 한 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코드를 보호하고 자산으로 만드는 법과 제도에서 완성된다.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이 법학자와 점심을 먹기 시작한 이유는 분명하다.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자본과 제도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AI 시대, 한국의 법과 제도는 자본의 흐름을 준비하고 있는가.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이 법학자와 점심을 먹는 이유 [장준환의 AI법 네비게이터 ①]이미지 확대보기

장준환 뉴욕 변호사 (Private Wealth & Investment)
충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고문변호사
미국 뉴욕주 프라이빗 웰스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 자산 구조와 투자전략 설계 전문가다. AI를 비롯한 IT 관련 법률 지식에 정통해 충북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와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개발사업과 글로벌 갤러리 운영도 하면서 다양한 사회·문화 활동도 하고 있다. 차세대 한인 리더로서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인프라를 구축해 입법·제도화한다는 비전을 갖고 오는 2028년 뉴욕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장준환 칼럼니스트/뉴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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