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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로 몸을 열고 칩을 직접 집어넣는 방식, 침습식(侵襲式) 뇌-기계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의 대명사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는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그러나 강뇌과기는 수술 없이, 두피 위에 센서를 붙이는 것만으로 비슷한 일을 해냈다. 그것도 세계 최초로 BCI 제품(의수·수면기기·헤드밴드 포함) 10만 대 를 양산했다. 이것은 단순한 의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뇌와 기계가 연결되는, 새로운 문명의 서막이다.
KAIST에서 하버드까지 - 한비청(韩璧丞)이라는 역설
강뇌과기의 신화는 1987년생 CEO 한비청에서 시작된다.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이지만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정밀기기·의료기기를 4년간 공부했다. 한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에서 기초를 닦은 그는 이후 하버드 대학 뇌과학 센터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전환점은 2015년이었다. 박사 논문을 쓰던 중, 그는 연구실의 현미경을 내려놓고 하버드 혁신 실험실에 창업 신청서를 냈다. "뇌과학은 실험실에 가둬놓기엔 너무 중요한 기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강뇌과기는 중국인 팀이 주도한 최초의 하버드 혁신 실험실 인큐베이팅 기업이라는 기록과 함께 하버드 실험실에서 태어났다.
그가 선택한 기술 경로는 당시 주류와 정반대였다. 머스크가 침습식(두개골 절개)으로 고해상도 뇌 신호를 잡겠다고 나설 때, 한비청은 반대 방향을 택했다. 비침습식(두피 위 센서)으로 가는 길. 정확도는 조금 낮을지 몰라도, 안전하고, 싸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 의료에서 소비자로, 병원에서 가정으로. 이 선택이 강뇌과기를 오늘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한비청 CEO
뇌와 기계를 잇는 법 - SF가 현실이 되는 순간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이렇다. 우리 뇌는 신체에 명령을 내릴 때 전기 신호를 보낸다. "손을 들어라"는 명령이 뇌에서 신경을 타고 근육으로 전달된다. BCI는 그 전기 신호를 중간에서 가로채 기계에 전달한다. 침습식은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 전극을 뇌에 직접 심는다. 비침습식은 두피 위에 센서를 붙인다. 수술이 없다.강뇌과기의 핵심 기술은 두 층위에서 작동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2016년 자체 개발한 고체 젤 전극은 끈적한 도전 매체 없이도 뇌전도와 근전도를 95% 정확도로 포착한다. AI 알고리즘 측면에서는 피질-가두 신경망 해독 알고리즘이 신호를 단 8밀리초 만에 명령으로 변환한다.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150밀리초에 비하면 거의 실시간이다. 종합 정확도 92%는 업계 평균보다 40% 높다.
결과물이 스마트 의수 레보2(Revo2)다. 무게 383그램, 0.1밀리미터 정밀도, 50뉴턴 악력, 최대 20킬로그램 탑재 하중. 수술이 없다. 그러면서도 사람의 손보다 더 정밀한 부분이 있다.

▲BCI 의수를 들고 있는 한비청 CEO
의수에서 로봇 손까지- 세 개의 시장, 하나의 기술
강뇌과기의 비즈니스는 하나의 BCI 기술 플랫폼 위에 세 개의 시장을 쌓는 구조다.의료 재활은 핵심 기반이다. 중국 장애인 연합회, 200개 이상의 재활 기관과 협력해 1,000명 이상의 장애인에게 의수를 무료로 제공했다.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다. 1,000명의 실제 사용 데이터가 AI 학습의 연료가 된다.
소비자 건강은 성장 엔진이다. 수면 보조기기 "깊은 바다의 돌고래"라는 의미의 '심해돈(深海豚:Easleep)'과 주의력 훈련 시스템 '포커스(Focus)'가 핵심이다. 뇌전도 신호를 분석해 수면 단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신경 자극으로 수면 질을 높인다. 10개국 학교에서 주의력 훈련 시스템, 포커스 헤드밴드를 쓰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전선이 열렸다. 2024년 세계 로봇 컨퍼런스에서 레보2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으로 데뷔했다. 유비테크(UBTECH)가 로봇의 몸통을 만든다면, 강뇌과기는 손의 감각을 책임진다. BCI 기술과 로봇 기술의 교차점, 이곳이 강뇌과기의 다음 전쟁터다.
뉴럴링크 vs 강뇌과기 - 뇌에 구멍을 뚫느냐, 안 뚫느냐
뉴럴링크의 장점은 명확하다. 1,024개 채널이 동시에 데이터를 잡는 압도적 해상도.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제어하는 임상 결과는 실로 놀랍다. 그러나 개두수술이라는 장벽은 쉽게 넘을 수 없다.강뇌과기의 승부처는 규모의 경제다. 수술이 없으니 수백만 명이 쓸 수 있다. 의수에서 수면기기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데이터를 쌓는다. 그 데이터가 AI를 더 똑똑하게 만들고, AI가 다시 제품을 개선한다. 뇌 신호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회사가 BCI 시장의 왕이 된다. 이 선순환이 강뇌과기의 진짜 경쟁력이다.

▲뉴럴링크와 강뇌과기 비교
국가가 밀어준다 - '15·5 계획'과 BCI의 부상
강뇌과기의 급성장 뒤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백업이 있다. 2025년 3월 국가의료보장국이 BCI 기술을 의료 서비스 가격 프로젝트에 포함해 보험 적용의 길을 열었다. 2025년 8월 '15·5 계획'은 BCI를 국가 미래 산업으로 공식 지정했다. 2026년 3월에는 산업정보기술부·발개위 등 7개 부처가 합동으로 'BCI 산업 혁신 발전 추진 의견'을 발표했다. 목표는 명확하다. 2030년까지 중국이 글로벌 BCI 시장의 31.5%를 점유하는 것이다.보험 적용이 시작되면 의수 한 대에 수백만 원이던 장벽이 크게 낮아진다. 2,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중국의 지체 장애인 시장이 한꺼번에 열린다. 이것이 강뇌과기가 IPO 직전 20억 위안의 초대형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항저우 여섯 마리 용'의 첫 상장주 - 자본시장의 역사를 쓰다
2026년 1월, 강뇌과기는 두 개의 축포를 연달아 터뜨렸다. 1월 6일, IDG캐피털과 화등국제가 공동 리더로 참여하는 20억 위안 규모 프리-IPO 투자 유치를 완료한 것이다. 애플 공급망의 맹주 란스(蓝思科技), 게임 대기업 37인터랙티브까지 투자에 가세했다. 이는 뉴럴링크를 제외하고 전 세계 BCI 분야에서 두 번째로 큰 단일 투자 유치 기록이다.1월 12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비밀리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블룸버그를 통해 전해졌다. 목표 조달 규모는 수억 달러. 성공하면 강뇌과기는 딥씨크, 게임사이언스, 유니트리 로봇 등과 함께 묶이는 '항저우 육소룡(杭州六小龍)' 가운데 최초로 자본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이 된다. 비밀 신청 소식만으로도 투사자중 상장사인 도씨기술(道氏技术:300409) 주가가 18% 급등하고 난징판다(南京熊猫:600775)가 5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림자는 없는가- 직시해야 할 과제들
강뇌과기의 앞길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2019년 학교에 공급한 뇌파 측정 헤드밴드는 학생 집중도를 교사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한다는 이유로 "학생 감시 기술"이라는 비판을 받고 교육 현장에서 퇴출됐다. 비침습 BCI의 소비자 응용은 여전히 걸어가는 중인 기술이다.수익성도 물음표다. 의료 재활 분야의 무료 공급 모델은 사회적 의의가 크지만 수익성은 낮다. 소비자 건강 제품이 성장의 실질적 엔진이어야 하는데, 이 시장의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이다. 여기에 미중 기술 전쟁의 리스크가 더해진다. BCI는 국가 안보와 연결될 수 있는 민감한 기술이다. 미국 FDA 인증을 이미 받았지만, 미중 관계 악화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의 확장이 언제든 제한될 수 있다.
생각만으로 손이 움직이는 시대, 우리의 손은 어디 있는가
강뇌과기가 한국에 주는 교훈은 아프다. 한비청 CEO는 KAIST에서 시작했다. 한국의 교육이 그를 키웠다. 그러나 그가 꽃을 피운 곳은 하버드이고, 사업을 키운 땅은 중국이다. 기초 연구 인재를 키우는 것과, 그 인재가 창업해서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생태계는 별개의 문제다.한국은 삼성메디슨, KAIST 뇌공학과를 비롯한 우수한 기초 연구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BCI 전문 스타트업 생태계, 뇌과학 산업화 정책, 의료 BCI 보험 적용 논의는 아직 태동기에 불과하다. 강뇌과기가 홍콩에서 '비침습 BCI 첫 상장주'의 깃발을 꽂는 동안, 한국은 이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이름 하나를 내놓기가 쉽지 않다.
생각만으로 손을 움직이는 시대가 온다. 그 손이 누가 만든 손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지금의 투자와 정책이다. 강뇌과기의 손을 구경만 할 것인가, 우리의 손을 만들 것인가. 이것이 진짜 질문이다.
전병서 박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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