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 AI + 로봇 = 노동.
뉴스를 보는 사람이라면 이 공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 것이다. 인간 노동의 소멸, 그리고 기계 노동의 일반화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후속 칼럼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이 공식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그러나 아주 중요한 요소에 집중하고자 한다. 바로 '에너지' 말이다. 위 공식에서 기계 노동을 완성하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가 없으면 이 공식은 작동하지 않는다.
달라진 기술 조건,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이후 수차례 오일 파동을 겪었다. 오일 쇼크가 터질 때마다 경제는 휘청거렸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97%, 연간 수입액 115조 원. 중동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경제 전체가 출렁인다. 그런데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석유는 지구상의 소수 지역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태양광 발전 원가가 지난 10년간 9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지금 태양광은 신규 발전원 중 가장 빠르고 가장 싸게 구축할 수 있는 수단이다. 석유는 특정 지역 지하에 묻혀 있지만, 태양은 어디서나 뜬다. 건물 옥상에, 농지 위에, 저수지 수면 위에 패널을 올리면 전기가 나온다. 에너지 생산의 민주화가 기술적으로 처음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이 논리는 이미 중국에서 검증되었다.
중국의 선택 — 위기를 국가 전환의 기회로
2020년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풍력·태양광 설비 용량을 1,200GW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목표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중국은 애초 약속보다 6년 빠른 2024년, 1,200GW 목표를 달성했다. 중국의 새로운 목표는 2035년까지 설비 용량을 3배인 3,600GW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2035년 중국의 예상 발전량을 15,400TWh로 산정(2024년 전력 생산량 10,000TWh 기준 연 4% 성장 가정)한다면, 이 중 약 42%인 6,440TWh를 풍력·태양광으로 감당하게 된다.그동안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엄청난 화석 연료를 사용해 왔고, 이 때문에 지구 온난화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중국 정부는 공격적인 탄소 중립 정책을 수립했고,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
![▲끝도 없이 펼져진 중국 서부 지역 사막의 태양광 시설들. 중국은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했고, 이것이 최근 AI 산업에서 중국의 도약을 견인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사진=AI활용 부분 합성]](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406112648074890c1c16452b012411124362.jpg&nmt=18)
▲끝도 없이 펼져진 중국 서부 지역 사막의 태양광 시설들. 중국은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했고, 이것이 최근 AI 산업에서 중국의 도약을 견인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사진=AI활용 부분 합성]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친환경 정책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역시 석유의 80%를 수입하는 국가이기에, 지정학적 변동이 있을 때마다 영향을 받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에너지 위기에 빠지는 것을 보고 그 인식은 더 강렬해졌다. 중국의 결론은 단순하다. 석유 의존을 최대한 빨리 끊는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스스로 전기를 만든다.
필자가 보기에 이 전략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연간 전력 생산량은 10,000TWh를 넘어 미국·EU·인도를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은 약 4,300TWh로 중국의 절반이 안 된다.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이 새로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만 315GW다. 참고로 한국의 발전량은 2024년 기준 580TWh다.
물론 중국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자연 환경이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쓸모없던 사막이 대규모 태양광 단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에너지, AI 경쟁력 역전의 기반
중국은 이와 같은 풍부한 에너지를 산업 패권으로 전환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으로 확보한 값싼 전기를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고, 그것이 AI 서비스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가 AI 시장에서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2026년 2월, OpenRouter 플랫폼에 따르면 2월 9~15일 주간, 중국 AI 모델들의 전체 토큰 사용량이 4.12조 개로 미국(2.94조 개)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그 다음 주(2월 16~22일)에는 중국이 5.16조 개로 급증한 반면 미국은 2.7조 개로 감소했다. 전 세계에서 중국 AI 사용량이 미국을 추월한 것이다. 값싼 에너지와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중국 AI 업체들이 미국 업체보다 5배에서 최대 20배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AI 시대 에너지 자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기술은 자국 내에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중국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했고 그 전략이 AI 시대에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한국은 사막과 같은 빈 땅이 없기에 재생 에너지 확대가 그리 쉬운 환경은 아니다. 그렇지만 에너지 자립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든 지정학적 위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산업사회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회복이 가능했지만, AI 시대에 부족한 전기는 곧 국가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에너지 자립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치명적인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자립,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자연 환경은 태양광, 풍력에 썩 우호적이지 않다. 다행히도 기술은 계속 발전 중이다. 기존 원전 대비 상당한 안전성을 확보한 SMR(소형모듈원전)이 2030년대 초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빅테크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SMR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중이다. 24시간 안정적으로 출력을 내고, 좁은 부지에 설치할 수 있기에 SMR은 한국과 같은 상황에 딱 맞는다. 다만 실제 가동까지는 5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궁극의 청정 무한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인공태양(핵융합)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2024년 3월, 인공태양으로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48초 운전,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모드(H-mode) 102초 운전 기록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가동은 아무리 빨라도 최소 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시점 기준 에너지 자립과 친환경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이다. 최근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기존 태양광 패널 대비 효율이 최소 20~30% 이상 높아졌다. 이론상 기술 발전을 통해 50% 이상 효율 향상도 가능하다. 태양광은 지금 당장 가장 싸고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이다. 남은 것은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수준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도입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 자립을 위한 사회적 구조다
기술도 있고, 경제성도 이미 증명되었다. 그런데 태양광 확대가 왜 이렇게 더딘가. 또 하나의 복병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수익자와 수인자(受忍者)의 분리 구조다. 태양광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과, 거대 시설로부터 전혀 이득을 얻지 못하면서도 불편은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도시에 대단지를 조성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득은 도시로 귀속되고 불편은 지역이 감내하는 일종의 ‘내부 에너지 식민지’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이 구조에서 반대는 지극히 당연하다. 지금 구조에서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면 주민들이 얻는 것은 없고, 잃는 것만 있다. 경관이 훼손되고, 지가가 떨어지며, 소음과 빛 반사 민원이 생긴다. 발전 사업자는 수익을 가져가고, 전기는 송전탑을 통해 수도권으로 가버린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 찬성할 이유가 없다.
밀양 송전탑 분쟁이 대표적이다. 2005년 시작된 이 갈등은 6년간 이어지며 주민 분신까지 발생했다. 2014년 경찰 2,000명을 동원한 강제 집행으로 겨우 완공됐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주민 간 소송이 계속된다. 이런 주민들을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방해꾼으로 보면 안 된다. 당장 도시에서도 쓰레기 소각장을 기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가? 이익은 없고 피해만 있는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신안군이 던진 힌트
![▲신안군에서 시작된 주민 참여형 모델은 태양광 발전시설 유치를 넘어 인구 증가 효과까지 발생하고 있다. 신안군 모델은 에너지 자립을 위한 사회 구조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사진=AI활용 부분 합성]](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406112734042970c1c16452b012411124362.jpg&nmt=18)
▲신안군에서 시작된 주민 참여형 모델은 태양광 발전시설 유치를 넘어 인구 증가 효과까지 발생하고 있다. 신안군 모델은 에너지 자립을 위한 사회 구조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사진=AI활용 부분 합성]
이미지 확대보기신안군에서 시작된 주민 참여형 모델은 태양광 발전시설 유치를 넘어 인구 증가 효과까지 발생하고 있다. 신안군 모델은 에너지 자립을 위한 사회 구조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신안군을 필두로 최근 영광, 해남 등 전남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움직임은 기존과 다른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8년 신안군은 전국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를 시행했다. 태양광 사업자가 군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수익의 약 30%를 주민 몫으로 의무 할당해야 한다는 조례다. 2021년부터 현금 지급이 시작됐고, 2025년에는 햇빛연금·바람연금 합산 101억 원이 지급됐다. 안좌도·자라도 주민들은 1인당 연간 최대 272만 원, 3인 가구면 816만 원을 받고 있다.
결과는 놀라웠다. 주민 반대가 사라졌다. 오히려 주민들이 태양광 설치를 환영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3만 명대로 떨어졌던 인구가 반등하기 시작해 2025년 9월까지 710명이 늘었다. 전국 군 단위 지역이 모두 인구소멸 위기인 상황에서 이례적인 반전이다. 정부는 신안군을 모범사례로 지목하며 '햇빛소득마을'이라는 정책으로 전국 확산을 추진 중이다.
신안군이 보여준 핵심은 이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장벽은 기술이 아니다. 주민이 소유자가 되는 구조를 만들면, 반대가 환영으로 바뀐다.
이 구조적 변화는 에너지 자립을 위한 향후 몇십년의 방향을 제시하는 대단히 중요한 사례다. SRM이 도입될 때, 인공태양이 도입될 때, 또는 또 다른 더 좋은 에너지원이 도입될 때도 또 다시 수익자와 수인자(受忍者)의 분리 구조가 반복된다면 사업 지연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딱 한 발자국만 더…
에너지 위기는 위협이지만, 동시에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계기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문제는 수익자와 수인자(受忍者)를 동일한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에너지 자립의 출발점이다.신안군은 군 단위에서 그 힌트를 보여줬다. 그렇다면 도시 단위에서, 나아가 국가 단위에서 이것을 설계한다면 어떻게 될까. 신안군 모델에서 딱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본다면 어떨까.
![에너지 위기를 에너지 자립의 기회로!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②]](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331142553042720c1c16452b012411124362.jpg&nmt=18)
블록체인 전문가로 기술과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연구하는 기획자이자 개발자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산업에서 25년 이상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최초 블로그 미디어 ‘미디어몹’을 기획한 바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R&D 연구소 팀장 등을 거쳐 블록체인 플랫폼과 분산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재 (주)소셜인프라테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오랫동안 천착해 온 블록체인 거버넌스 연구를 바탕으로 AI·블록체인·에너지·도시 인프라를 결합, 기본소득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체제로 전환하는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 ABCity(AI Blockchain City)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책 『가속해도 괜찮아! ABCity-AI 시대를 위한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2026)을 냈다.
전명산 칼럼니스트/소셜인프라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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