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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색깔 다른 미래-한투, '두 공룡'의 반가운 결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06 05:00

'승부사' 미래에셋-'내실형' 한투 스타일
선구자적 행보 兆 단위 실적 견인 성과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증권팀장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증권팀장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취재 과정에서 증권업이 나아갈 본질에 대해 들었던 가장 적합한 표현은 '과수(果樹) 농업'이 아닐까 싶다.

과일나무 재배는 일반 작물 재배 대비해서 장기간의 투자를 거쳐 회수할 수 있는 농사라는 특징이 있다.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본격 수확 이전에는 기반 다지기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또 한 번 나무를 심으면 쉽게 못 바꾸는 만큼, 품종 선택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만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일구고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 과일나무가 제 자리를 잡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지난해 한국 증권업계에서 눈에 띄는 실적 성적표를 낸 ‘두 공룡’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여기에 해당되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한국금융지주 계열 한국투자증권은 2025년 연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동반 2조원을 돌파하는 기념비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연간 세전이익이 2조원을 돌파했다.

사실 대형 증권사의 사업구조 자체는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회사가 조(兆) 단위 실적을 이끈 원동력이 무엇일 지 궁금할 만하다. 이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특별한 비결이나 비법보다는 정공법(正攻法)이 바탕이 됐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성장 스토리 써온 미래에셋

다만 ‘열매’에 도달하는 방법에는 서로 다른 면모가 보인다. 미래에셋그룹의 창업주인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회장과, 한국금융지주의 오너인 김남구닫기김남구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경영 철학과 스타일은 대조적인 면이 있다.

박현주 회장은 그를 가리키는 수식어가 곧 미래에셋의 정체성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승부사다. 박 회장은 1958년생으로, 1986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입사하면서 증권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이동해서 1990년에는 전국 최연소 지점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성공적인 커리어를 달성한 '샐러리맨 신화' 증권맨이다. 1997년에 그는 승부사 면모에 부합하는 결단을 내렸다. 바로 미래에셋 창업이다.

미래에셋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은 금융투자 회사로 꼽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998년 12월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를 출시했다. '저축에서 투자로'라는 슬로건이 잘 알려져 있다.

2023년에는 국내 최초 해외 운용법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홍콩)을 세워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토대를 닦았다.

지금의 미래에셋증권을 있게 한 결정적 승부사 사례는 '증권 사관학교'로 불린 업계 1위 대우증권 인수전(2016년)이다. 당시 박 회장은 2조4000억 원대의 과감한 인수가를 내걸었고, 결국 업계 선두로 올라서는 기회를 잡았다.

미국 ETF(상장지수펀드) 운용사 ‘Global X’ 인수(2018년 7월)도, 글로벌 테마형 ETF 시장을 선점하는 결정적 한 수가 됐다. 장기간 인프라를 갈고 닦아야 하는 퇴직연금 사업도 선점했다. 최근에는 Space X 등 선제적으로 투자한 혁신기업 가치가 상승하면서 대규모 평가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래에셋그룹은 2025년 12월 말 기준 21개 지역에서 해외법인, 사무소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의 고객자산(AUM)은 2025년 1000조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융합한 ‘미래에셋 3.0’ 비전을 선포했다.

종합 금융투자그룹 일군 한투

김남구 회장도 한국투자금융그룹을 투자은행(IB) 중심 금융지주로 키워낸 인물이다.

김 회장은 1963년생으로,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닫기김재철기사 모아보기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오너 2세 경영자이지만, 젊은 시절 부친의 권유로 원양어선을 타는 등 남다른 경험을 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의 리더십은 2005년 동원금융지주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로 변경된 이후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작았던 그룹의 금융 부문에서 탈바꿈했다. 현재 증권을 비롯, 자산운용, 저축은행, 캐피탈, 부동산신탁, VC(벤처캐피탈), PE(프라이빗에쿼티) 등 종합 금융투자그룹으로 발돋움하는 데 김 회장의 역량이 주효했다는 평이 높다.

한국투자증권의 도약의 순간을 보면 우선 지난 2017년 업계 최초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사업 진출이 꼽힌다.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2025년 말 기준 21조4800억 원을 기록, 다른 증권 사업자 대비 압도적이다. 별도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 한도를 채우며 적극적으로 임했다.

또, 증권사가 고객 예탁금을 모아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하고, 그 운용 실적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원금지급 의무형 상품인 IMA(종합투자계좌) 1호 타이틀 역시 차지했다. 한투증권은 함께 최초 인가를 받은 미래에셋 대비 시장 선점에 힘을 실었다. 이는 단순한 적극성이 아니라, 그동안 쌓은 운용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에 근거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의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지분(2025년 12월 말 27.16%) 역시, 실적에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지속 중이다. 특히, 현재 보험사 인수 검토를 공식화하고 꼼꼼히 매물을 살피고 있다. 보험사는 조달과 운용의 만기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한 장기 조달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다는 평을 받는다.

‘가지 않은 길’ 개척자 임무

인재발굴과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두 그룹의 공통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매년 대학교에서 열리는 신입사원 채용 설명회에 오너인 김남구 회장이 직접 참석해서 인재상에 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도 나누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또,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2000년 설립 이후 국내/외 장학사업, 청소년 글로벌 문화체험단 운영 등 미래 세대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경영 방식에서 정답은 없을 것이다. 미래에셋의 경우 ‘투자 DNA’가 돋보이지만, 글로벌, 부동산·대체투자 관련 리스크가 항상 관리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투그룹의 경우, 안정적인 내실형 성장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인지한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라고 한다. 아직 글로벌 유수의 투자그룹처럼 되기 위한 과제가 적지 않다. 금융 본연의 건전성 토대에서 두 그룹이 서로 다른 스타일로 ‘가지 않은 길’ 지도를 펼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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