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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의 역설… 축배 대신 ‘생존전략’ 짜는 여의도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27 15:41

지수는 역사적 고점, 고용은 역사적 저점… 붉은 전광판 아래 드리운 구조조정 그림자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썼지만, 금융의 심장부 여의도 증권가의 밤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전광판은 축복의 빨간색으로 물들었으나, 이곳 금융맨들의 속사정은 ‘생존’이라는 절박한 키워드 아래 입술이 말라가는 실정이다. 여의도증권가 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썼지만, 금융의 심장부 여의도 증권가의 밤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전광판은 축복의 빨간색으로 물들었으나, 이곳 금융맨들의 속사정은 ‘생존’이라는 절박한 키워드 아래 입술이 말라가는 실정이다. 여의도증권가 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금융의 심장부 여의도 증권가의 밤을 밝히는 불빛은 켜져 있지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전광판은 축복의 빨간색으로 물들었으나, 이곳 금융맨들의 속사정은 ‘생존’이라는 절박한 키워드 아래 입술이 말라가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은 여의도는 외형적 호황이라는 화려한 커튼 뒤에 감춰진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양상이다.

AI가 쓴 보고서, 쫓겨나는 금융맨

여의도 증권가의 가장 큰 충격은 기술이 가져온 ‘고용의 역설’이다.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그 성과가 곧바로 감원이라는 칼날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주니어의 멸종: 과거 리서치센터의 허리 역할을 하던 RA(리서치 어시스턴트)들의 자리는 이제 인공지능이 대신한다. 데이터 수집부터 컨퍼런스콜 요약까지 AI가 단 몇 분 만에 해치우면서 신입 사원 채용은 사실상 '실종' 상태다.

·시니어의 실존적 고민: 10년 차 이상의 시니어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도 예외가 아니다. AI가 도달하지 못하는 ‘통찰’과 ‘고급 네트워킹’을 입증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있다.

한 증권사 15년차 애널리스트는 “과거엔 성실함이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AI보다 똑똑하거나 AI가 모르는 정보를 가져와야만 살아남는다. 매일 아침이 심판대 같다.”고 토로한다.

"대형사는 파티, 중소형사는 장례식"… 심화되는 양극화

코스피 5,000의 과실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증권업계 내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임계치에 도달했다.

·대형사의 독주: 거대 자본을 보유한 대형 증권사들은 자체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글로벌 IB(투자은행) 딜을 싹쓸이하면서 연일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중소형사의 고사: 부동산 PF 규제와 자본 확충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형사들은 신규 먹거리를 찾지 못한 채 연명하는 처지다. “5,000포인트 시대인데 우리 회사는 왜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하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반도체 외길 질주"… 버블 붕괴에 대한 공포

코스피 5,000을 견인한 것은 AI와 반도체라는 단일 엔진이었다. 하지만 이 ‘외로운 질주’가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여의도를 감돌고 있다.

·포스트 반도체 부재: 반도체 편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다른 산업군이 무너질 경우 지수 전체가 도미노처럼 꺾일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AI 버블 경계령: 글로벌 AI 기업들의 수익 모델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신호가 보이면, 한국 증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의 5,000포인트가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 혹은 ‘살얼음판 위의 축제’일지 모른다는 공포가 전문가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여의도

지수는 역사적 고점에 와 있지만, 여의도 증권맨들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생존 전략’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축배를 들어야 할 순간에 구조조정 명단을 검토하고, 화려한 지표 뒤에 숨은 거품의 징후를 쫓아야 하는 것이 2026년 여의도의 서글픈 자화상이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5,000 시대는 축배가 아니라, 여의도에 새로운 생존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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