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유통, 외식 등 주요 계열사와 연구개발(R&D)센터의 역량을 한데 모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의 부진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이랜드그룹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9월까지 서울 강서구에 있는 ‘마곡 글로벌 R&D센터’ 입주를 순차적으로 마무리한다. 여의도와 가산 등에 흩어져 있던 패션과 유통, 외식 계열사 본부를 집결시켜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와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규모는 지하 5층부터 지상 10층으로, 연면적 약 25만㎡에 최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마곡 글로벌 R&D센터 건립은 단순 사무공간 재배치가 아닌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전략적 기반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며 “패션·유통·외식 부문들이 한곳에 모여 부문 간 협업 시너지 극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이랜드리테일은 점포 구조조정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섰고, 6월에는 뉴코아 인천논현점 문을 닫았다. 동아 수성점과 강북점, NC 경산점 등은 매각 후 재임대를 검토 중이며, 지난해 6월 시작한 편의점 신사업에서도 철수했다.
오프라인 유통업 불황이 지속되자 이랜드리테일은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9월 1일 자회사 이랜드킴스클럽과 이랜드글로벌을 흡수합병했다. 뉴코아 아울렛과 NC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합병을 통해 효율화를 꾀한 것이다.
반면 성과가 뚜렷한 사업에는 힘을 실었다. 대표 사례가 ‘델리 바이 애슐리’다. 대형마트인 킴스클럽 점포 내에 델리를 전면 배치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연계 구매를 유도했다.
지난해 3월 론칭해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700만 개를 돌파했고, 올해 상반기 킴스클럽 채널 매출로만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4% 성장했다.
신사옥에는 세계 최대 수준의 패션 연구소와 식음료(F&B) 연구소가 들어섰다.
이를 통해 이랜드는 R&D 역량과 계열사 간 융합·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패션연구소는 1990년대부터 수집한 28만 점의 의류 샘플과 1만7000권의 전문서적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이탈리아 막스마라연구소와 견줄 만한 규모다. 이랜드는 마곡 이전과 함께 컬렉션을 35만 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패션과 F&B는 이랜드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그룹의 실적을 뒷받침하는 효자 계열사들이다.
실제로 이랜드월드 패션 부문은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 8690억 원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성장 중이다.
특히 스포츠, SPA(제조·유통 일원화), 캐주얼 등 각 카테고리 대표 브랜드가 고르게 성장하며 법인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이랜드그룹 측은 “패션 디자이너는 SNS 또는 경쟁사 상품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패션 연구소 아카이브에서 수백 개의 같은 아이템을 비교 분석하다 보면 트렌드의 맥을 짚을 수 있다”며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뉴발란스 마케팅 부서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와 부서에서도 찾아와 영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외식 부문 ‘이랜드이츠’도 가성비 뷔페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7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약 50% 늘었다. 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연매출 60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곡 글로벌 R&D센터는 연구개발 및 협업의 허브로 그룹 재도약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마곡 R&D센터를 통해 계열사들도 힘을 받을 것”이라며 “흩어져 있던 각 사업부문의 콘텐츠들이 한곳에 모이면서 콘텐츠 간 융복합 시너지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