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예산 편성과 집행 주체인 기획재정부의 방향, 기존 대형 운용사 위주의 구조 개선 여부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AI 100조 투자 등 신산업 집중 육성 ▲모태펀드·스타트업 R&D 예산 대폭 확대 ▲M&A 중심의 회수시장 활성화 ▲지역 기반 스타트업파크 조성 등을 10대 핵심 공약에 포함시킨 바 있다.
친벤처투자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기도 했다. 현재 상장되어 있는 VC 캡스톤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등은 모두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건 모태펀드 예산 증액이다. 이 대통령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지난해 11조원에서 연간 40조원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책형 펀드는 벤처펀드 조성의 핵심 재원이지만, 최근 출자 예산은 1조원 내외에 머물고 있다. 예산이 확대되면 창업초기·신산업 중심의 VC 투자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또 다른 핵심은 회수시장 활성화다. 이 대통령은 공약에서 M&A를 통한 엑시트 구조 다변화를 강조했다.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도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은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벤처투자를 허용하고 민간자금의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도입한다. 이는 업계에서 수년간 요구해온 숙원과제로, 시장에 추가적인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경로다.
정책형 펀드 구조 자체에 대한 개선 요구도 지속된다. 현재 정량평가 중심의 출자 심사는 대형 운용사에 유리하고, 초기기업 특화 VC나 지방 기반 운용사는 배점 구조상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코스닥 정상화와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도 업계가 요구하는 핵심 과제 중 하나다. 현재 얼어붙은 IPO 시장에서 회수가 막혔으며, 세컨더리 시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으면 펀드 만기를 앞둔 운용사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퇴직연금 허용도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의 노후 자산을 고위험 자산에 투입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조심스러운 시각이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정부 기조가 바뀌더라도 기재부가 실제로 예산을 얼마나 확보해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현실적으로 공약으로 내세운 AI 100조가 다 들어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하랑 한국금융신문 기자 r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