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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M] 한솔테크닉스, 흔들리는 경영 전략…신용도 하락 요건 충족

이성규 기자

lsk060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16 06:00

사업 재편 강조, 잇따른 체질 개선 실패…주가는 ‘잃어버린 10년’

한솔테크닉스 주가 추이./출처=딥서치

한솔테크닉스 주가 추이./출처=딥서치

[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한솔테크닉스가 1년 6개월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에 복귀한다.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을 등에 업고 시장과 소통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솔테크닉스의 근본적인 문제는 부실한 경영 전략이다. 이미 신용등급 하락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후광’이 방어 역할을 하는 셈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솔테크닉스는 이날 3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1년6개월물(150억원)과 2년물(150억원)로 구성됐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각각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조달한 자금은 운영자금(20억원)과 채무상환(280억원)에 쓸 계획이다. 대표주관 업무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한솔테크닉스는 지난 2024년 9월 공모채 발행 이후 약 1년반 만에 다시 공모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사모채,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등을 통한 자금조달에 주력했다.

실익 없는 사업 투자 그리고 철수

그간 자금조달 과정에서 정보공개를 꺼렸던 이유는 복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한솔아이원스가 지목된다. 한솔테크닉스는 지난 2022년 1월 약 1275억원을 투입해 한솔아이원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전 기간(2014~2021년)에 유형자산을 과대계상(428억원)한 사실이 2023년에 발견됐다.

한솔테크닉스는 한솔아이원스 전 대주주와 관련 소송을 진행했고 결국 승소했다. 한솔아이원스 관련 분식회계는 한솔테크닉스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인수 과정에서 실사 능력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한솔아이원스 사례로만 한정지으면 한솔테크닉스 경영 전략과 판단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문제는 그 이전에도 한솔테크닉스 경영진들의 의사결정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됐다는 점이다. 2019년 말 한솔테크닉스는 신성장 동력으로 LCM(액정디스플레이모듈) 조립 사업을 시작했다. 베트남 2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가 무색할 정도로 진출 4년 만인 2023년 전격 중단됐다.

이뿐만 아니다. 태양관 사업은 매출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자 지난 2월 이사회에서 관련 사업을 신설 자회사인 한솔에너지온에 양도했다. LED 사업 역시 중국 공세에 밀려 기업가치를 갉아먹었다.

재무 부메랑 우려 ‘풋옵션 리스크’

한솔테크닉스는 지난해 한솔오리온텍(선박, 로봇 전장부품)과 에스아이머트리얼즈(반도체, 태양광 리사이클링)를 각각 인수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 및 기존 주주와 주주간 약정을 체결했다.

핵심 내용은 기업공개(IPO) 실패 시 상대방이 보유한 잔여 지분을 한솔테크닉스가 약정된 가격에 되사줘야 한다(풋옵션)는 것이다.

한솔오리온텍은 2028년 7월 31일까지, 에스아이머트리얼즈는 2030년 9월 5일까지가 IPO 기한이다. 한솔오리온텍은 최장 203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한솔테크닉스 주요 재무 추이(단위: %, 억원)./출처=나이스신용평가

한솔테크닉스 주요 재무 추이(단위: %, 억원)./출처=나이스신용평가

이 계약들은 회계상 이미 부채(712억원)로 잡혀 있다. 부채 계상과 동시에 자본에서 직접 차감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소폭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한솔테크닉스의 현금성자산은 486억원, 잉여현금흐름은 150억원에 불과하다. 만약 풋옵션 행사가 현실화되면 한솔테크닉스 현금흐름 압박은 더욱 강해진다.

이 과정에서 FI는 보유 지분에 대한 약정수익률을 추가한다. 상장 불발 시 현재 계상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이 유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외부 문제도 있다. 한솔오리온텍과 에스아이머트리얼즈가 꾸준한 성장을 보여도 중복상장 문제로 IPO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기존의 뼈아픈 사업 실패보다는 나은 결과지만 현금유출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과도한 삼성전자 의존도…등급·금리도 인플레이션

한솔테크닉스 신용등급은 ‘BBB+’이다.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등급전망은 ‘안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한솔테크닉스 개별민평금리는 같은 등급 민평금리 평균 대비 1년6개월물은 1.6%포인트, 2년물은 1.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경영 전략과 수익성 등을 보면 등급 자체는 물론 등급 대비 금리도 ‘인플레이션’인 상태다. 가장 큰 원인은 삼성전자다. 한솔테크닉스의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는 약 60~70% 수준이다. 과거 80%대에 비하면 낮아졌지만 그 자체가 신용도 인플레를 자극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주식과 채권 괴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솔테크닉스 신용등급은 지난 2018년 BBB0에서 BBB+로 한단계 상승한 이후 유지되고 있지만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한솔테크닉스 주가는 언더퍼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한솔그룹은 범삼성가이고 한솔테크닉스는 삼성전자 공급망 업체로 인식돼 있다”며 “한솔테크닉스가 자체 펀더멘탈 대비 등급이나 금리가 우호적으로 형상되는 이유 역시 ‘삼성’ 브랜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평사들은 언제까지 ‘삼성전자 보험’을 등급에 반영할 것인지, 한솔테크닉스는 언제쯤 삼성전자 후광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펀더멘탈로 평가받을지 궁금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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