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발간한 ‘2025년 1분기 부도기업 분석’ 자료에 수록된 홈플러스 부도기업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부실 원인으로 대주주인 사모펀드(PEF)의 투자금 회수 전략이 거론됐다. 2015년 인수 당시 발생한 수조원대 차입금, 이른바 빚으로 홈플러스를인수하다보니 핵심자산을 처분해 인수금융 차입금을 갚는데 급급했고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사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했다는 취지의 분석이 골자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홈플러스는 MBK의 인수 시점부터 인수금융 4조3000억원 및 상환전환우선주 7000억원 등에 대한 실질적 상환의무를 부담했다”며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인수금융 차입금 분할상환 및 금융비용 부담에 대응해 제한적 수준의 자본적지출(CAPEX) 투자를 집행해면서 보유점포 매각을 지속해 왔으나 이로 인한 시장 내 자체경쟁력 약화와 임차료 부담 확대가 이익창출력 저하로 이어졌다”고 기술했다.
홈플러스가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사업자로 전국 126개 대형마트 점포를 운영하는 등 대규모 사업기반을 갖췄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한신평은 “우수한 시장지위에도 홈플러스 매출은 저성장 또는 역성장을 반복하는 모습이었다”며 “지속된 점포 매각, 제한적 설비투자로 인한 자체 경쟁력 저하 등이 외형성장을 제약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인수금융을 갚기 위해 피인수기업 핵심자산을 팔고 투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는데 치중하는 사모펀드의 전략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한신평은 “사모펀드의 기업가치 제고 및 투자금 회수 전략은 기업의 사업·재무적 안정성과 신용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수대상기업에 인수금융 상환 부담을 전가하고, 자산 매각 등을 통해인수금융 상환 및 투자금 조기 회수에 주력하는 경우 인수대상기업의 재무안정성과 경영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그동안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과 보유점포 매각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인수금융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2024년 11월 말 6조4334억원으로 2021년 2월 말 6조819억원과 견줘 3년새5.8%(3515억원) 늘었다.
홈플러스에 전가된 과중한 빚 부담은 실질적 재무안정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 규모는 임차료와 이자비용에 대응하기에도 크게 부족한 수준이었다”며 “2024년 11월말에도 순차입금 규모는 현금창출력 대비 매우 과중한 수준이었다”고 진단했다.
오랫동안 홈플러스가 수익성 악화를 겪은 만큼 MBK의 피인수기업 경영능력을둘러싼 회의적 시각은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2018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역성장하면서 홈플러스의 이익창출력은 약화됐다”며 “매각점포 영업 중단에도 영업비용이 경감되지 못하면서 2021·2022 회계연도부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적시했다.
한신평은 “이후에도 제한된 수준의 외형 회복과 인건비, 임차료, 상각비 등 높은 고정비 부담 아래서 장기간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형마트 시장 내 사업경쟁력이 과거 대비약화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집객력 및 매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