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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 시장 연동형 최고금리 도입 서둘러야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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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6-08 06:00 최종수정 : 2023-06-08 10:05

프랑스 등유럽 국가들 시장연동 최고금리 운용
전문가들 “실효·유연성 갖춘 이상적 제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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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

▲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연임에 성공한 튀르키예 대통령이다. 그는 신박한(?) 경제 처방으로 유명세를 탄다. "고금리가 고물가를 부른다."는 신념을 고집한다. 상식에 반하는 정치 구호다. 하지만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취약층 유권자들에게는 솔깃하게 들린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밀어붙인 저금리 정책의 결과는 참담하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2013년 대비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2022년 물가 상승률이 72%다. 파탄으로 내몰린 건 서민들의 삶이다. 이자 부담을 낮추면 물가도 내려간다는 황당한 정치 슬로건이 서민 생활고를 더욱 가중시켰다.

서민 이자부담 낮춰 주기 정치공세는 우리나라에도 단골 메뉴다. 문재인 정권은 2021년 7월 법정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낮췄다. 그런데 하필 바로 다음 달인 2021년 8월부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시동을 걸었다. 2021년 8월 0.50%이던 기준금리가 2023년 6월 현재 3.50%다.

조달금리가 치솟자 대부업계가 저신용 차주 대출을 중단했다. 최고금리(20%)에 빌렸던 저신용 취약계층(7~10등급)이 불법 사채업자 먹잇감으로 내몰리고 있다.

2022년 7만1000명이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났다(서민금융연구원 분석). 불법사금융에 걸려들면 차입금리가 평균 414%다(대부금융협회). 20%라면 기꺼이 빌렸을 차입자들이 414% 이자 빚에 깔려 신음하고 있다는 의미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이 발생하는 거다.

최고금리를 붙박이처럼 고정시킨 상태에서 기준금리가 급히 오르면 취약계층이 제도권에서 돈 빌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럴 땐 최고금리 수준을 약간 올리는 게 저신용 취약계층에게는 득이 된다.

금융위원회가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을 검토하는 테스크포스(TF)를 꾸렸던 이유다. 지난 20년 동안 줄곧 내리기만 해온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 금리에 연동하는 첫 번째 정책 노력인 것이다.

최고금리를 법으로 묶어두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변하도록 여지를 두자는 취지다. 취약한 저신용 차입자를 보호하는데 실효성과 유연성을 갖춘 대응으로 평가한다.

이 방식은 유럽 국가들이 성공적으로 운용 중이다. 프랑스 최고금리 상한은 이전 분기 시장평균금리의 133%다. 이탈리아는 150%로 규정하고 있다. 저신용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정책 노력이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프랑스, 이탈리아와 다른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의 연동형 최고금리 도입 시도는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이런 시도가 좌절된 후 금융위는 ‘소액생계비 대출제도’를 들고 나왔다. 불법사금융 손아귀에서 신음하는 서민에게 소액 현금을 정부가 직접 빌려주는 것이다. 지난 3월 27일 개시 이후 5월 넷째 주까지 4만3천 건, 총 267억원 대출됐다. 평균대출 금액은 64만원이다. 금리는 연15.9%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소액생계비 차입자들은 414% 불법사채의 늪에서 헤매는 처지였을 거다. 최고금리 인하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보기엔 소액생계비 대출금리(15.9%)도 여전히 ‘약탈적’ 고금리다. 의원들이 제시한 ‘적정’(?) 최고금리는 연10~15%인 거다.

연10~15% 상한이 법제화되면 대부회사는 당연히 대출심사를 더 깐깐히 할 거다. 대손비용이 급증할 테니까.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들의 빚 부담 경감 효과'보다 '저신용자들의 대부업 시장 탈락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서민금융연구원). 저신용자(7~10등급)들을 또 한 차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모는 재앙이 닥치게 될 거다.

연동형 최고금리 도입 시도를 뭉개고 최고금리를 더 내리는 시도는 대부업계의 씨를 말리겠다는 시그널이다. 그렇다면 그다음 대안은 무엇인가.

대부업 시장 이용자 상당수는 국가가 복지 차원에서 보듬어 안아야 할 대상이다. 어찌 보면 국가가 할 일을 대부업이 일부 떠안은 측면도 있다. 최근 소액생계비 대출의 폭발적 수요는 무엇을 의미하나. 결국 대부업이 할 일을 정부가 대행해 주는 꼴 아닌가.

“저금리로 높은 물가를 잡겠다”는 튀르키예는 국제적으로 조롱 대상이다. 우리가 튀르키예를 비웃을 처지일까.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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