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
에르도안 대통령이 밀어붙인 저금리 정책의 결과는 참담하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2013년 대비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2022년 물가 상승률이 72%다. 파탄으로 내몰린 건 서민들의 삶이다. 이자 부담을 낮추면 물가도 내려간다는 황당한 정치 슬로건이 서민 생활고를 더욱 가중시켰다.
서민 이자부담 낮춰 주기 정치공세는 우리나라에도 단골 메뉴다. 문재인 정권은 2021년 7월 법정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낮췄다. 그런데 하필 바로 다음 달인 2021년 8월부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시동을 걸었다. 2021년 8월 0.50%이던 기준금리가 2023년 6월 현재 3.50%다.
조달금리가 치솟자 대부업계가 저신용 차주 대출을 중단했다. 최고금리(20%)에 빌렸던 저신용 취약계층(7~10등급)이 불법 사채업자 먹잇감으로 내몰리고 있다.
2022년 7만1000명이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났다(서민금융연구원 분석). 불법사금융에 걸려들면 차입금리가 평균 414%다(대부금융협회). 20%라면 기꺼이 빌렸을 차입자들이 414% 이자 빚에 깔려 신음하고 있다는 의미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이 발생하는 거다.
최고금리를 붙박이처럼 고정시킨 상태에서 기준금리가 급히 오르면 취약계층이 제도권에서 돈 빌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럴 땐 최고금리 수준을 약간 올리는 게 저신용 취약계층에게는 득이 된다.
금융위원회가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을 검토하는 테스크포스(TF)를 꾸렸던 이유다. 지난 20년 동안 줄곧 내리기만 해온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 금리에 연동하는 첫 번째 정책 노력인 것이다.
최고금리를 법으로 묶어두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변하도록 여지를 두자는 취지다. 취약한 저신용 차입자를 보호하는데 실효성과 유연성을 갖춘 대응으로 평가한다.
이 방식은 유럽 국가들이 성공적으로 운용 중이다. 프랑스 최고금리 상한은 이전 분기 시장평균금리의 133%다. 이탈리아는 150%로 규정하고 있다. 저신용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정책 노력이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프랑스, 이탈리아와 다른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의 연동형 최고금리 도입 시도는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이런 시도가 좌절된 후 금융위는 ‘소액생계비 대출제도’를 들고 나왔다. 불법사금융 손아귀에서 신음하는 서민에게 소액 현금을 정부가 직접 빌려주는 것이다. 지난 3월 27일 개시 이후 5월 넷째 주까지 4만3천 건, 총 267억원 대출됐다. 평균대출 금액은 64만원이다. 금리는 연15.9%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소액생계비 차입자들은 414% 불법사채의 늪에서 헤매는 처지였을 거다. 최고금리 인하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보기엔 소액생계비 대출금리(15.9%)도 여전히 ‘약탈적’ 고금리다. 의원들이 제시한 ‘적정’(?) 최고금리는 연10~15%인 거다.
연10~15% 상한이 법제화되면 대부회사는 당연히 대출심사를 더 깐깐히 할 거다. 대손비용이 급증할 테니까.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들의 빚 부담 경감 효과'보다 '저신용자들의 대부업 시장 탈락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서민금융연구원). 저신용자(7~10등급)들을 또 한 차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모는 재앙이 닥치게 될 거다.
연동형 최고금리 도입 시도를 뭉개고 최고금리를 더 내리는 시도는 대부업계의 씨를 말리겠다는 시그널이다. 그렇다면 그다음 대안은 무엇인가.
대부업 시장 이용자 상당수는 국가가 복지 차원에서 보듬어 안아야 할 대상이다. 어찌 보면 국가가 할 일을 대부업이 일부 떠안은 측면도 있다. 최근 소액생계비 대출의 폭발적 수요는 무엇을 의미하나. 결국 대부업이 할 일을 정부가 대행해 주는 꼴 아닌가.
“저금리로 높은 물가를 잡겠다”는 튀르키예는 국제적으로 조롱 대상이다. 우리가 튀르키예를 비웃을 처지일까.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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