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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용진의 ‘이재명 예방주사’

정경환 기자

ho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8-11 18:41 최종수정 : 2025-08-11 18:48

▲ 정경환 생활경제부장

▲ 정경환 생활경제부장

[한국금융신문 정경환 기자]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 국가적 우려가 고조되고 있던 올 7월 말 즈음, 느닷없이 한 재벌 회장이 정치권에서 화제로 떠오릅니다. 바로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신세계그룹 회장이었죠.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관계 회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도널드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미국 대통령의 장남과 막역한 정용진 회장과 만날 것을 촉구한 것입니다.

장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월 24일 SNS를 통해 한미 재무·통상 수장의 '2+2 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것을 "역대급 외교 참사"라고 지적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자존심 내려놓고 정용진 회장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빠르게 접촉할 수 있는 인물은 정용진 회장일 것이란 주장이었습니다.

마침 이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있던 때였습니다. 대(對)미 관세 협상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중에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그룹 회장,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LG그룹 회장, 김동관닫기김동관기사 모아보기 한화 부회장을 만났다고 합니다. 정용진 회장은 빠져 있죠.

앞서 정용진 회장은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습니다.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의 재집권에 공을 세운 '킹메이커'로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막후 실세로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의 만남은 작년 한 해에만 네 번 있었습니다.

이번 만남에서 정용진 회장은 트럼프 당선자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렀고, 그와 함께 식사를 겸해 환담을 나눴습니다.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눈 건 우리나라 정재계 인사 중 정용진 회장이 처음이었습니다.

이후 정용진 회장은 올 1월 2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을 받아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재계에서 유일하게 취임식 당일 저녁에 열린 VIP 무도회에까지 초대받았구요.

트럼프 취임식 참석을 위해 미국에 입국한 정용진 회장은 공항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 민간 가교 역할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사업가로서 맡은 바 임무에만 충실히 하려고 한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기업인으로서 한미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용진 회장이 미국에 다녀온 뒤엔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찾습니다. 지난 4월 정 회장의 초청으로 방한,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킵니다. 나아가 6월에는 정용진 회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후원 조직으로 알려진 록브리지 네트워크의 아시아 총괄회장을 맡게 됐다는 소식도 전해집니다.

정용진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세간에선 지난 6월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됐던 상황과 연결짓기도 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 아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장면은 단순한 외교적 네트워크를 넘어 정치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우파적 정치성향을 보여 온 정용진 회장이 좌파 정권 탄생에 대비한 것이 아니겠냐는 얘기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 손볼 대상으로 여러 기업이 손꼽혔는데 그중에 하나가 신세계였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하기 위해서 일부러 트럼프 주니어와의 친분이나 인연을 최대한 활용한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굳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그것도 트럼프 주니어와의 친분을 드러낸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과거 정용진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2022년 1월 초, SNS에 숙취해소제 사진을 게시하면서 ‘멸공(滅共)’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논란을 불러온 바 있습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그는 이전에도 종종 ‘멸공’ 단어를 SNS에서 사용해왔는데, 이를 두고 사람들은 당시 문재인 정부의 친북·친중 행보에 대한 우회적 비난으로 바라봤죠. 실제로 정용진 회장은 재계 총수들 중에서 자신의 정치성향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드러내온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최근 ‘멸공’ 논란으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제가 만나본 정용진 부회장은 공사가 분명하고 현명한 분이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에 합리적인 판단을 하실 것”이라는 말과 함께요.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겨루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입하는 사진을 SNS에 게시하면서 화답한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산 멸치와 콩은 ‘멸치+콩=멸공’이라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어찌됐든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됐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치며 전 세계를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정용진 회장의 ‘이재명 예방주사’ 효과는 얼마나 갈까요?

한 시사평론가는 이와 관련, “겉으로는 ‘실용’이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볼 때 누군가에 대해 굉장히 안 좋게 판단하고 있다면 그 생각을 바꿀 가능성은 별로 없다”며 “이번에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강력한 제재, 이런 식으로 하는 거 보면 그다지 실용적인 게 아니지 않나”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트럼프 쪽과의 인연이나 핫라인은 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일 뿐, 이제 곧 한미 정상회담 할 거고 그렇게 보면 지금 단계에서는 (핫라인 문제는) 거의 해소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두고 볼 일입니다.

정경환 한국금융신문 기자 ho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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