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대면세점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0% 늘어난 2935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6억 원 개선된 13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 호조로 매출이 성장했고, 이익 면에선 동대문점 철수 관련 비용 17억(퇴직위로금 등) 영향을 제외하면 4억의 흑자를 냈다.
현대면세점이 수익성 개선을 본격화할 수 있었던 데는 동대문점 철수가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 박 대표는 올해 4월 경영효율화의 일환으로 동대문점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대문점의 면세 특허권을 5년 연장했지만, 약 5개월 만에 돌연 폐점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면세업계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상품, 가격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데다 동대문점의 매출이 현대면세점 전체 매출의 23.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폐점’이라는 선택은 박 대표에게도 큰 ‘모험’이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보다 강점이 있는 매장과 상품에 역량을 집중해 면세점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그의 복안을 실행에 옮겼다.
동대문점 철수에 따라 또 다른 시내면세점인 무역센터점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면세점은 비용 구조 개선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기별 영업손실 추이를 보면 2024년 1분기 52억, 2분기39억, 3분기 80억, 4분기 118억으로 점점 높아지다가 올해 1분기 19억, 2분기 13억으로 낮아지고 있다.
박 대표가 단행한 전략 전환이 효과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현대면세점은 2016년 면세사업을 시작한 이후 2023년 3분기 흑자를 낸 것을 제외하고 줄곧 적자였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내점의 경쟁강도가 완화되는 가운데 동대문점 영업 종료 이후 점포 효율화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3분기부터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사와 달리 공항점에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3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현대면세점은 신라 및 신세계면세점에 비해 낮은 가격에 사업권을 따내 임차료 부담이 적은 상태다.
박 대표는 그간 ‘규모의 경제’ 전략에서 ‘내실경영’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며 수익성 개선에 주력했다. 점포정리와 희망퇴직뿐만 아니라 마케팅 비용과 저수익 품목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해외 명품과 프리미엄 화장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고, 일본·동남아 고객 유입세도 견조하다.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 입점 확대,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 강화 등이 맞물리면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여객수가 증가하는 점이 기대를 키우고 있다. 올해 1월 45만6460명이던 중국발 인바운드 여객수가 6월에는 51만9951명으로 14% 늘었다. 올해 하반기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본격화되면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은 단체관광객 회복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태”라며 “면세점 업황 회복이 기대보다 더뎠던 가장 큰 원인이 단체관광객의 유입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인데, 무비자 정책 시행을 통해 단체관광객 유입이 본격화된다면 요원해보였던 면세점 업황 회복에 가시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다만, ‘가격 경쟁’과 ‘수익성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과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박 대표의 다음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 대표 부임 이후 현대면세점의 전략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바뀌었다”면서 “해외 관광객 매출 비중이 회복됨에 따라 하반기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