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T 기업의 P 대표가 회의 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구성원의 잠재력을 깨우려면 잘 듣고 제대로 질문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잘 들었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그 길로 그냥 가면 될 텐데, 뭐 저렇게 구구절절 말하는지?’ 사실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언젠가 툭 터놓고 물어본 적도 있다고 했다.
“심플하게 결론을 말하는 게 좋아요? 아니면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 그에게 그 말이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이미 답이 있는데, 마음을 들어준다고 하는 것 자체가 빙빙 돌아가는 것 아닌가요?”
P 대표가 어떻게 말해야 구성원들이 그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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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대표가 자신의 스타일을 적절하게 구사하며 구성원과 함께 변화하고 성과를 이뤄내려면 먼저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것이 급변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뷰카(VUCA) 시대를 살고있기에 더욱 그렇다. 탁월한 누군가의 능력으로 답을 만드는 시대가 아니기에 구성원 개개인의 합을 이루지 못하면 새로운 무언가를 이뤄낼 수 없다.
감정을 터치해야 잠재력을 깨어나고, 그때 비로소 사람이 움직인다.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을 말한다. 기분, 정서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차이가 있다. 기분은 유쾌함이나 불쾌함 따위가 한동안 지속되는 감정을 말하고, 정서는 좀 더 복합적이고 일시적이지만 급격하고 강렬하게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감정과 기분, 분위기를 말한다.
많은 심리학자들과 뇌과학자들은 감정을 직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가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고 여기는 것은 착각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감정이다. 그렇기에 감정을 놓치면 진짜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뇌과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편한 감정이라고 해서 꼭 ‘다스리고 지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내가 책 제목을 ‘감정에 지지 않는 법’이라고 정했던 이유는 감정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이성적이냐 감정적이냐’를 말할 때처럼 감정을 ‘휘둘리지 않고 다스려야 할’ 존재로 본 것이다.
이런 생각은 어떤 감정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감정 자체에는 ‘옳고 그르고’가 없다. 떠오르는 감정을 막을 수도 없다. 애써 외면하며 꽁꽁 숨겨두면, 언제가 바람이 꽉 찬 풍선처럼 터지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감정이 떠올랐을 때, 잘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은 너무 어렵다. 무섭기도 하다. 혹시 감정에 매몰되어 휘둘리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내가 감정을 ‘지지 말아야 할 존재’로 봤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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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감정을 알아봐 그를 움직이게 하기 전, P 대표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의 감정을 알아봐 주는 것이다.
P 대표에게 물었다.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짜증이 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에게 짜증 나고 답답한 감정, 그 밑에는 또 어떤 감정들이 있는지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다시 말했다. “그 감정 밑에는 서운함, 아쉬움이 있네요.”
몇 차례 이어진 대화를 통해 그가 찾은 것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대표님의 잘하고 싶은 마음을 구성원들이 알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의 마음을 먼저 제대로 표현해야겠네요.”
답답하고 짜증 난다고 하소연하던 P 대표가 스스로 내린 결론이다.
‘귀신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사실 말을 해도 그것이 진짜 마음인지 아닌지는 말하는 자신도, 제3자도 잘 모른다. 그러니 말하지 않은 것들을 상대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나의 생각을 제대로 전하려면 먼저 내 감정이 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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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정의 밑에 혹은 반대편에 있는 감정까지 알아봐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의 첫 시작점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내가 내 감정을 제대로 알아야 상대의 감정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마음을 구성원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는 P 대표를 위해 ‘나’ 메시지 전달법과 마셜 B. 로젠버그 박사의 비폭력 대화법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당신은 이렇다’라고 말하는 ‘너 전달법(You-message)’이 아닌 ‘당신이어떤 행동을 할 때 나는 이렇다’라는 ‘나 전달법(I-message)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많이알려져 있다. 이때 포인트는 상대의 행동에 대한 나의 감정을 말하는 것이다.
다음 비폭력 대화법의 단계에 따라 이야기하면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내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다. 마음이 제대로 전해져야 그다음 행동이 뒤따른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될 터이다.
1단계, 내가 관찰한 상대의 행동을 팩트 중심으로 말한다.
2단계, 그 상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나의 느낌과 감정을 말한다.
3단계, 그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한다.
4단계, 앞으로 상대방이 해줬으면 하는 것을 부탁한다.
[칼럼] 송미진의 리더 스피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단행본 전문 기획자이자 맥락과 로직으로 콘셉트를 정리해 인생의 한마디를 찾게 도와주는 북코칭 전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해 명확한 콘셉트를 갖고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팔리는 상품으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든 경험으로 리더들의 강력한 스피치를 돕고 있다.
송미진(쏭북스 대표, 북코칭, 커뮤니케이션 전문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