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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증권 열기에 당국 고민도 커져 [토큰 증권 파헤치기 ③]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기사입력 : 2023-03-27 00:00 최종수정 : 2023-05-27 16:31

‘디지털 자산 기본법’도 필요한데 국회는 ‘침묵’
“가상 자산 ‘루나’는 증권?” 질문에 답 못 내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23년 3월 2일 오전 10시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를 통해 토큰 증권 발행·유통 관련 서비스 등 경쟁력 제고에 힘써주길 당부하고 있다./사진제공=금감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23년 3월 2일 오전 10시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를 통해 토큰 증권 발행·유통 관련 서비스 등 경쟁력 제고에 힘써주길 당부하고 있다./사진제공=금감원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최근 토큰 증권(ST·Security Token)이 자본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은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중점으로 빠르게 토큰 증권 제도화를 추진하는 현 상황에 발맞춰 증권업계, 디지털 자산 업계, 당국,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별로 토큰 증권을 바라보는 시각을 4회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1) 토큰 증권, 증권가 새 먹거리 될까? 광풍에 그칠까?
(2) 디지털 자산 업계, 토큰 증권 바라보는 두 시각
(3) 토큰증권 열기에 당국 고민도 커져
(4) 토큰 증권, 투기 아닌 ‘투자자산’으로 자리 잡아야

토큰 증권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이 자본시장에서 연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가와 디지털 자산 업계 모두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 기대와 우려도 공존한다.

금융당국 고민도 함께 커진다. 어디까지 증권성이 있다고 볼지, 비 증권성 자산과의 규제 차익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이 고민 지점이다. 새로 시작하는 산업인 만큼 참고 사례도 많지 않다.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있다면 ‘증권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줄어들 텐데 당국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회는 3년째 묵묵부답이다.

과연 당국은 난관을 잘 헤쳐갈 수 있을까? 블록체인(Blockchain·분산원장) 기술에 기반한 그릇에 증권이란 음식을 담아내려는 당국이 어떤 항해를 해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목표는 올해 상반기 내 전자 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다.

STO 제도권 안착해야 하는데… 국회는 침묵


현재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한국예탁결제원(사장 이순호닫기이순호기사 모아보기) 등 주요 기관은 STO 관련 다양한 의견을 함께 나누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가상 자산 증권성 판단 지원을 위한 임시 조직(TF·Task Force)을 꾸리고 관련 인사를 단행하는 등 STO 제도권 안착을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 23일 증권 발행 규제 전문가인 이석 기업공시총괄팀장을 기업공시국장에 선임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엔 ▲업비트(Upbit·두나무 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 ▲빗썸(Bithumb·빗썸코리아 대표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 ▲코인원(Coinone·대표 차명훈) ▲코빗(Korbit·대표 오세진닫기오세진기사 모아보기) ▲고팍스(GOPAX·스트리미 대표 레온 싱 풍) 등 국내 원화 마켓 거래소 대표들을 초청해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공동협의체인 ‘DAXA’(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의장 두나무 대표 이석우)의 김재진 상임부회장도 불렀다.

금감원의 피감 기관은 아니지만, 사후 관리·감독 차원에서 가상 자산 발행·유통 관련 자율 규제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토큰 증권이 제도화할 시 알트코인(Altcoin·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 자산) 대다수가 퇴출당할 위험이 있다는 시장 우려에 대해 해명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문제는 ‘국회’다. 당국 움직임과 달리 국회는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유럽연합(EU·European Union)이 세계 최초 가상 자산 법 ‘미카’(MiCA·Markets in Crypto Assets) 제정을 거의 마무리 지었고, 미국도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디지털 자산 산업 제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인데 여야 정쟁에만 바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자산 기본법을 하루빨리 마련해 증권-비 증권 사이 규제 차익을 없애고 투자자 보호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 높인다. 자본시장법 울타리 안에 있는 토큰 증권 시장의 성공을 위해선 울타리 밖에 있는 디지털 자산을 관리·감독할 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연구위원은 지난 16일 열린 ‘DCON 2023: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한 디지털 자산 컨퍼런스(Conference·대규모 회의)’에서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이 계속 미뤄지니 증권이냐 가상 자산이냐가 ‘모 아니면 도’의 문제가 돼 버렸다”며 “국회가 서둘러 입법을 통해 증권성을 띤 토큰 증권과 그렇지 않은 가상 자산의 규제 차익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오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백혜련)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엔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들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상태다. 이번엔 논의가 진척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 자산 관련 법은 최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암호 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안’까지 총 18개다.

디지털 자산 업계 역시 기본적인 법적 규율이 마련돼야만 투자자 신뢰 회복과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상 자산 업계 겨울) 극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조속한 입법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 가상 자산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제정되더라도 유럽의 ‘미카’ 등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며 “국회가 법안 제정을 계속 미루다가 루나 사태 같은 투자자 피해 사례가 또 터질 경우, 국회는 책임에 있어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 경고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의 토큰 증권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관련 향후 제도화 계획 및 기대효과./자료=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의 토큰 증권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관련 향후 제도화 계획 및 기대효과./자료=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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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국의 ‘명확한 규제’”

금융당국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루나(LUNA)는 증권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업계에선 아직 토큰 증권 유통·발행 가이드라인(Guide-line·안내 지침서)만으론 증권성 판단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당국은 실증 사례가 쌓여야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단 입장이다.

국제 송금용 가상 자산 ‘리플’(XRP·Ripple) 운영 업체인 리플 랩스(Ripple Labs·대표 크리스 라슨)와 SEC 간 소송전은 당국이 앞으로 가상 자산의 증권성 유무 판단에 있어 척도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한국의 증권성 판단 기준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만큼 100% 따라가진 않겠지만, 디지털 자산이 국제적으로 거래됨을 비춰봤을 때 다른 나라와의 규제 정합성을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 실제로 금감원은 증권성 판단에 도움을 받고자 다음 달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리플이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도 대다수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 공백’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증권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오더라도 당장엔 부담이다. 증권 영역에 들어가는 자산이 많아질수록 감시·규제 영역도 커지는데, 그 범위가 넓어질수록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당국은 법안을 세심하게 다듬기 전까진 사례별로 증권성을 판단하려 한다. 아울러 디지털 자산 사업자의 자율 감시·감독에 많은 부분을 맡기겠단 계획이다. 정책 초기라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하지만 이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특정 문제가 생길 여지를 초래할 수 있다. 무단횡단 범칙금을 아무리 강하게 매기고, 어린이 보호구역을 아무리 많이 만들더라도 모든 범법 사례를 경찰이 잡아낼 수 없는 것과 같다. 떨어진 돌도 투자할 수 있게 되는 ‘토큰 증권 시대’ 앞에 놓인 해결과제다.

가상 자산 ‘리플’(XRP·Ripple) 운영 업체인 리플 랩스(Ripple Labs·대표 크리스 라슨)의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이 2023년 3월 15일 열린 '리플·TRM 랩스(대표 에스테반 카스타뇨) 한국 정책 서밋' 기자간담회에서 ‘명확한 규제’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다./사진=TRM 랩스

가상 자산 ‘리플’(XRP·Ripple) 운영 업체인 리플 랩스(Ripple Labs·대표 크리스 라슨)의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이 2023년 3월 15일 열린 '리플·TRM 랩스(대표 에스테반 카스타뇨) 한국 정책 서밋' 기자간담회에서 ‘명확한 규제’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다./사진=TRM 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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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성’을 놓고 SEC과 3년 넘게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리플의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도 15일 열린 '리플·TRM 랩스(대표 에스테반 카스타뇨) 한국 정책 서밋' 기자간담회에서 ‘명확한 규제’ 중요성을 피력했다.

라훌 리플 총괄은 “지불 토큰, 유틸리티(Utility·이용성) 토큰 등 종류별로 토큰을 명확히 정의한 국가에 산업이 집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사업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사례별로 접근하는 행위는 절대 옳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디지털 자산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요건으론 ▲명확한 디지털 자산 분류 체계 ▲위험 관리를 위한 프레임워크(Framework‧규범) ▲민관 협력을 꼽았다.

라훌 총괄은 “규제 명확성이 제공된다면 기술이 가진 혁신 잠재력을 극대화해 시장에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할 수 있는 한편, 혁신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며 “싱가포르 같은 국가는 결제 서비스 법을 개정해 토큰을 인정했는데, 이는 기업이 ‘규제받고 있다’ 생각하게 만드는 동시에 현지에서 허가받은 활동으로 판단되도록 하는 등 당국 신뢰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기업이 안심하고 경영 활동을 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기업이 해당 국가에 진출하고, 핀테크(Fintech·금융+기업)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며 “한국도 규제를 명확히 해 산업 잠재력을 실현할 역량이 무한한 국가”라고 덧붙였다.

이날 협력사로 행사에 함께한 애리 레드보드(ArRedbord) 법률·정부 관계 담당 총괄 역시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애리 총괄은 “기업을 운전자로 비유한다면, 교통 법규를 알아야 운전도 시작할 수 있다”며 “현재 디지털 자산 업계는 질주하는 속도로 차량을 운전하고 싶지만, 속도 제한 규정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는 꼴”이라 비유했다.

그러면서 “법규 명확성이 제공되는 국가에 더 많은 기업이 진출할 것이고,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바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명확한 규제 필요성’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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