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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호한도 1억으로 높여야” 요구 봇물…금융당국은 ‘신중’ [예금보호 상향]

한아란 기자

aran@

기사입력 : 2023-03-24 06:00

금융위·예보, 민관합동 TF 통해 예금보호제도 개선안 논의
상반기 금융안정계정 설치…금융사 선제 지원으로 부실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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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호한도 1억으로 높여야” 요구 봇물…금융당국은 ‘신중’ [예금보호 상향]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여파로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호한도 상향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0일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예금보호한도, 예보료율 상향 등을 논의했다. 금융위와 예보는 지난해 3월 금융업권, 민간전문가와 함께 TF를 구성해 예금보호한도, 목표 기금 규모, 예금보험료율 등 예금보호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작년 2월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당시 금융위원장은 “경제 규모와 금융자산 보유 확대 등으로 예금보호 한도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예금보호제도 개선 필요성을 밝혔다. 같은해 6월 김태현닫기김태현기사 모아보기 당시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예금보호한도 문제를 계속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예금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예금자 불안을 줄이고 미국 SVB 파산을 초래한 ‘뱅크런(대량예금인출)’을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 예금자 보험금 지급 한도는 5000만원이다. 은행 등 금융사 파산 시 예보를 통해 예금자가 가입한 금융상품의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해준다. 하지만 보호 한도가 2002년 당시 국내총생산(GDP) 수준 등을 고려해 책정된 이후 20년 넘게 변하지 않아 금융권에서는 이를 1억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미국(3억3000만원), 유럽연합(1억4000만원), 일본(1억원) 등 주요국과 비교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감안해도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예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금보호한도를 넘는 예금 규모는 2017년 말 724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6월 1152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SVB 사태로 미국 정부는 보호 한도와 상관없이 예금 전액을 보증해주기로 했다”며 “우리나라 역시 예금자 보호 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예보, 유사시 예금 전액 지급 보장 방안 검토 돌입

금융위는 최근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예보 등과 함께 뱅크런 발생 시 정부가 예금 전액을 지급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SVB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면서도 유사시에 대비한 제도적 근거와 시행 절차 등을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 차원에서 점검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연쇄 파산한 SVB와 시그니처은행 등에 고객이 맡긴 예금을 보험 보증 한도와 관계없이 전액 지급 보증하기로 했다. SVB 파산이 금융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등 기업이 주 고객인 SVB는 전체 예금의 90%가량이 미국의 예금자보호한도(25만달러·약3억3000만원)를 넘는 고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의 긴급 조치가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시장 불안 빠르게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회사 부실 위험이 커지자 정부는 1997년 11월 19일부터 2000년 말까지 은행, 보험, 증권, 종합금융 등 업권별 모든 예금에 대해 원금 및 이자 전액을 정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이며 1998년 7월 조기 종료했다.

금융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 규모와 금융 상황 등이 달라진 점을 고려해 미국 당국의 SVB 사태 대응 사례를 살펴보며 비상계획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예보료율 인상 부작용 우려도…금리 인상 등 소비자 부담 전가

금융당국은 예금보험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한도 상향을 법률화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미 현행 제도에도 유사시 예금을 전액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예금자보호법에서 예금자보호 보험금의 한도를 1인당 국내총생산,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예금보호한도가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유사시 정부가 행정입법으로 한도를 제한 없이 풀 수 있는 제도적 근거는 마련돼 있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예금보호한도 상향이 예금보험료율 인상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예금보험료는 금융회사들이 고객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예보에 납부하는 보험료다. 예금 등의 연평균 잔액에 비례해 산정되는데, 현행 요율은 ▲은행 0.08% ▲금융투자회사 및 보험사 0.15% ▲저축은행 0.40% 등이다. 예보료가 인상되면 대출금리 인상 등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예금보호한도를 높여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의 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부보 예금’ 중 5000만 원 이하의 예금자 비율은 98.1%에 달했다. 뱅크런 여파로 금융사가 문을 닫더라도 10명 중 9명 이상은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5000만원 이상 고액 예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 한도를 높이면 늘어나는 예금 보험료는 모든 예금자가 부담하고 혜택은 고액 자산가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창현닫기윤창현기사 모아보기 국민의힘 의원도 “예금 보호 한도를 높여 더 안전한 금융보호망을 만드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예보료 인상이 서민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호한도 상향과 관련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다각도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민관합동 TF를 통해 연구용역 결과와 연계해 오는 8월까지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위와 예보가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예금보험제도 개선 연구용역 중간보고’에 따르면 예금보호한도 상향과 관련해 ▲현행 유지 ▲1억원까지 단계적 한도 상향 ▲일부예금 별도 한도 적용 방안이 검토됐다.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중 예금보험기금에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해 금융시장 급변 등으로 일시적 어려움이 있는 금융회사에 대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자본확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계정 설치를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금융안정계정은 과거 금융위기 때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금융안정기금 등 긴급 자금지원제도를 상시화하는 것이다. 금융회사 부실을 방지하고 위기의 전염을 차단해 금융시스템 안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도입 취지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스템리스크 예방과 부실처리비용 최소화를 위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자금지원을 목적으로 예금보험기금에 설치되며 기금의 각 계정과 구분해 회계 처리한다. 예금보험기금 채권의 발행과 예금보험기금 각 계정으로부터의 차입금, 보증료 수입 등을 재원으로 운영된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적·예방적 유동성 공급 및 자본 확충 지원 체계를 상설화함으로써 제도 도입만으로도 금융시장 및 산업에 대한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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