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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회장에 ‘관 출신’ 이석준…금융권 관치 긴장감 고조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2-12-12 15:13

윤 정부 출범 후 금융지주 회장 연이어 교체
우리·BNK·기업은행도 관료 출신 인사 거론
금융노조 "모피아 낙하산 저지 투쟁 전개"

농협금융 회장에 ‘관 출신’ 이석준…금융권 관치 긴장감 고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이석준닫기이석준기사 모아보기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되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3연임이 유력시됐던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전격 용퇴를 결정한 데 이어 윤석열 정부 금융권 인사 기조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농협금융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관료 출신 인사가 낙점되면서 올해 연말 금융권 수장의 연쇄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낙하산 인사와 관치 금융 논란에 금융권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농협금융은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잇따라 열고 차기 회장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전 실장은 이달 말 임기가 종료되는 손병환닫기손병환기사 모아보기 현 회장을 이어 내년 1월 1일부터 향후 2년간 농협금융을 이끌게 된다. 임추위는 "현재 복합적인 요인으로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농협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10년을 설계할 적임자라 판단, 이 전 실장을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당초 농협금융 안팎에선 지난해 1월 취임한 내부 출신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해왔다. 1962년생인 손 회장인 다른 금융지주 회장에 비해 젊은 데다 실적도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김용환닫기김용환기사 모아보기·김광수 전 회장 등 역대 농협금융 회장들이 2년 임기를 마친 후 1년을 연장한 만큼 손 회장 역시 전례를 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들어 농협중앙회가 관료 출신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것으로 분위기가 뒤바꼈다. 1959년생인 이 전 실장은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다. AXA손해보험과 LF, SKC 사외이사 등을 지내며 경제계 전반의 네트워크를 쌓았다.

이 전 실장은 윤석열대통령이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캠프 좌장을 맡아 정책 작업에 관여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을 맡기도 했다. 윤 정부 출범 이후에는 경제부총리와 산업은행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외풍에 취약한 농협금융에 정권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관료 출신 회장을 기용해왔다. 농협맨 출신인 신충식 초대 회장을 제외하면 신동규(행시 14회) 2대 회장,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행시 24회) 3대 회장, 김용환(행시 23회) 4대 회장,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행시 27회) 5대 회장까지 모두 경제 관료 출신이다. 손 회장은 신 초대 회장 이후 두 번째 내부 출신 인사였다.

이 전 실장이 취임하면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지주에서 첫 관료 출신 수장이 나오게 된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정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관료 출신 인사 영입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 회장 선임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의중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성희닫기이성희기사 모아보기 현 농협중앙회장이 오는 2024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금지한 농업협동조합법 규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른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을 시작으로 연말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신한금융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금융권 CEO 인사 과정에서 정권 입김이 미치는
‘관치’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8일 차기 회장 후보에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현 회장 대신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을 선정했다. 조 회장은 “세대교체를 할 때”라고 물러나는 이유를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갑작스러운 조 회장의 사퇴를 두고 외압설, 정부와의 교감설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1982년 신한은행을 설립한 주체인 재일동포 주주의 지분이 15%가량으로 타 금융지주 대비 상대적으로 정치적 외풍이 덜한 곳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신한금융에서마저 회장 교체가 이뤄진 데다 농협금융 회장에도 관료 출신 인사가 내정되자 우리금융과 BNK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 인사에도 정부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은 연일 금융사 최고경영자 선임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9일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 회장에 문책 경고 상당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일각에선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이후 1년 6개월여 동안 멈춰있던 손 회장의 징계 결정이 급하게 이뤄지자 손 회장 후임으로 '친정부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0일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의 소송 가능성 등을 묻는 질문에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금융권은 이를 손 회장의 연임에 대한 사실상 ‘경고성 발언’이라고 봤다.

이 원장은 같은달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소집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달 초 김지완닫기김지완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의 자진 사퇴로 차기 수장 선임을 진행하고 있는 BNK금융도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BNK금융은 지난달 4일 회장 후보로 외부 인사도 추천할 수 있도록 ‘CEO 후보자 추천 및 경영승계 절차’ 규정을 개정했다. 후보군을 지주 사내이사(상임감사위원 제외), 지주 업무집행책임자, 자회사 CEO로 제한해 지배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정치권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BNK금융이 외풍에 취약한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정권이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BNK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는 내부 출신과 함께 BNK금융 사외이사를 지낸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이명박 정부 시절 기업은행장을 지낸 조준희 전 YTN 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BNK금융은 오는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역시 내년 1월 2일 윤종원 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차기 수장에 대한 하마평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선임된다.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는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다른 관 출신 인사들의 이름도 언급된다.

'낙하산 인사', '관치 금융' 분위기에 금융권 노조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10만 조합원 단결대오로 낙하산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대통령의 철학과 다르게 금융권 낙하산이 연이어 거론된다. BNK금융의 경우 이사회 규정까지 바꿔 외부출신 최고경영자 임명을 준비하고 있고, 기업은행은 직전 금융감독원장의 행장 임명이 유력하다는 설이 있다”며 “이는 법에 의한 공정이 아니라 법을 이용한 불공정“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금융권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기 위해 BNK금융의 기준변경과 기업은행 관련 공직자윤리법 개정 추진, 출근 저지 투쟁, 대통령실 앞 1인 시위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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