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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용퇴하는 ‘엉클 조’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2-12-10 00:10 최종수정 : 2022-12-12 09:13

신한금융 회장 3연임 유력 불구 세대교체 위해 결단
행원 출신으로 처음 은행장·회장 오른 입지전적 인물
2010년 신한사태 장기집권서 비롯 2연임 적합 지적

[데스크칼럼] 용퇴하는 ‘엉클 조’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용퇴(勇退)’는 역사가 깊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월나라 범려(范蠡)(BC 536~BC 448)의 고사(固辭)에서 비롯된다. 구천(句踐)을 도와 오나라를 꺾은 뒤, 그는 관직(官職)을 버리고 떠났다. 이를 거센 물길에서 용감하게 물러난다며, ‘급류용퇴(急流勇退)’라 했다. 한신(韓信)과 함께 유방(劉邦)을 도와 항우(項羽)를 꺾은 한나라 개국공신(開國功臣) 장량(張良)(BC 250~BC 186)의 고사에도 ‘용퇴’가 등장한다. 장량은 ‘공을 세웠으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공성용퇴·功成勇退)며 관직을 버렸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범려와 장량을 극찬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이 고사에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의 용퇴는 호신(護身)이 목적이었다. 그럼에도, ‘용’(勇)이라 한 건 나아갈 때보다 물러날 때 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차세대 리더십으로 향하는 '세대교체(世代交替)'를 택하고 8일 자진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신한금융 내부 직원들은 물론 금융계 안팎의 예상을 뒤집어지게 한 깜짝 결정이다.

조용병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배경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신한금융 차기 회장 추천위원회 면접장에서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CEO의 책임론(責任論)을 언급했다고 한다. 고객들이 피해를 본 것, 후배들이 떠난 것, CEO로서 징계(懲戒)를 받은 것 등이 모두 용퇴 결정의 배경이 됐다는 얘기다.

그가 CEO 책임론을 언급했지만 고위 관료 출신 등 신한을 모르는 외부 인사가 밀고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 제 2의 신한 사태(회장 관련 내부분쟁)를 방지하는 것도 고려된 것 아니냐는 후문도 전해진다. 한동우 전임 회장으로부터 가급적 3연임은 안하는 게 신한 사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라는 것을 들어온 터라 3연임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조용병 회장의 아름다운 용퇴는 지난 2010년 신한 사태 발발(勃發)과 이로 인해 추락한 신한금융의 위상, 힘들었던 수습과정을 모두 지켜봤기에 내린 결정일 수 있다. 과거 신한 사태는 19년이나 장기 집권해온 전문경영인이 후계자로 부상한 인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라응찬 회장은 신한의 성공신화(成功時代)를 일궈냈지만 노욕으로 은행 신뢰를 추락시켰다. 신한 사태로 신한인들은 성과가 좋은 CEO라도 오래 재임하면 권력이 집중돼 내부 견제가 어려워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수습됐지만 여전히 상흔(傷痕)이 남아있다. 당시 사태의 ‘아픈 기억’은 신한이 반드시 청산(淸算)해야 할 과제다.

외풍(外風)을 차단하기 위한 그의 지혜도 엿보인다. 조 회장은 일찍이 3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다면 시작부터 외부인사가 들어올 있어 막판까지 연막작전(煙幕作戰)을 폈다. 사외이사 중 이윤재 이사회 의장과 성재호 회장추천위원회 위원장에게만 사전에 귀띔을 해주고 면접장에선 회장 후보 PT는 안하고 용퇴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일본계 주주나 사외이사들의 반란(叛亂)은 아니라는 것.

용퇴를 오래전부터 고심해온 것인지 질문에는 “그거 뭐,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사항이잖아요, CEO는 항상 태연해야 합니다”고 웃으며 답했다고 한다. 회견을 마치고 떠나는 순간에 조 회장은 다시 뒤로 돌아서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우리(신한)그룹을 많이 지켜주십시오."

'지켜 달라'는 그의 말에는 신한금융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과 애정이 담겨있는 듯하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회장은 평소 소탈한 성격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는 '엉클(uncle) 조'로 불린다. 옆집 삼촌처럼 후배 직원들에 친근하게 다가가 허물없이 소통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대전이 고향인 그의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이 푸근한 '충청도 양반'이다. 그는 신한금융 역사상 행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은행장과 그룹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인물이다.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핵심 보직 가운데 하나인 인사부장과 기획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뉴욕지점장, 글로벌 사업담당 전무 등을 역임하면서 글로벌 전문가로도 통한다. 리테일 부문장, 영업추진그룹 부행장도 역임해 영업에 대해서도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17년 취임 이후 M&A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2017년 신한리츠운용 출범, 2019년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인수, 2020년 네오플럭스 인수, 2021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지분 인수 등이다. 여기에 지난해 BNP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금융그룹 내부에서 비어있던 사업영역도 채웠다. 이 같은 자회사 인수합병을 통해 신한금융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일조했다.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내정자도 행원 출신으로 회장까지 오른 점에서 조용병 회장과 결이 같다. 차기 승계 육성 기조에 따라 곁에서 그를 지켜보며 차기 후계 훈련을 탄탄히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조 회장의 다각적 역량을 물려받았다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한다.

이제 곧 진옥동 차기 회장의 신한금융그룹 호(號)가 출항한다. 신한금융그룹이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도약해 가고자 하는 여정에 서광이 비치길 기대해 본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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