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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스토리 있는 ‘레트로 디자인’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2-12-05 00:00 최종수정 : 2022-12-05 17:31

▲ 곽호룡 기자

▲ 곽호룡 기자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디자인을 잘 모른다. 주변에서 “이번에 나온 신차 디자인 어때?”라고 물어봐도 해줄 말은 없다. 다만, 오래 타도 불편함 없이 질리지 않으면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정리하면, 너무 튀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너무 흔한 것도 별로다라는 얘기다.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디자인은 정말 어려운 거 같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10년간 내놓은 자동차를 보면 디자인에서 큰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바로 직전 세대 자동차라도 이름만 같지 완전히 다른 모델로 느껴진다.

실제 현대차는 이 같은 ‘디자인 혁신’을 위해 해외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해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세웠다. 어떻게 보면 국민차로 자리 잡은 과거 색채를 지우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소비자 반응은 좋고 나쁨이 엇갈렸다. ‘현대차’라는 브랜드가 익숙한 만큼 변화에서 오는 불편함이 더 크게 작용한 듯하다. ‘삼각떼’라는 별칭이 있는 6세대 아반떼 페이스리프트와 ‘메기 같다’는 소리를 들은 8세대 쏘나타가 그랬다.

반대로 브랜드 파워가 약한 해외에서는 이 전략이 먹혀 들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역대 최고 점유율을 쓰고 있다.

최근 들어 현대차는 디자인 전략을 다시 재정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줬으니 ‘현대스럽다’는 이미지를 굳히자는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는 이제 길을 찾았다. 패밀리룩이다. 2020년 나온 SUV GV80부터 특유의 ‘두 줄’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제네시스 로고를 딴 방패 모양 그릴과 두 줄 헤드램프를 공통 디자인 요소로 채택했다. 패밀리룩은 포르쉐의 ‘개구리 눈’ BMW ‘돼지코 그릴’처럼 전통의 럭셔리 브랜드가 수 십 년간 이어 온 성공적 전략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대차는 패밀리룩을 배제했다. 대신 ‘과거’라는 키워드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6는 1920년대 스포츠카에서, 아이오닉5는 현대차 최초 고유 모델 포니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이오닉5 콘셉트카인 ‘45’는 45년 전이라는 뜻으로, 포니가 나온 1976년을 가리킨다.

테슬라나 폭스바겐 등 초기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둥근 형태 디자인을 통해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아이오닉5의 각진 형태는 이와 대비돼 전혀 다른 전기차라는 느낌을 준다. 차별화 포인트다.

또 신형 그랜저에는 1세대 그랜저에서 참고한 C필러 오페라글래스 형태를 적용하는 등 향수를 느끼게 하는 디자인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현대차가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차가 대중차 브랜드라는 점에서 방향성을 잘 설정한 것 같다.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는 세계 경제 상황과 연관시키면 이해하기 쉽다고 한다. 경제가 호황이면 실험적 디자인이 득세하고, 좋지 않으면 실용적 자동차가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포니가 나온 1970년대는 오일쇼크로 극심한 경기침체 시기였다. 확실히 포니는 당시 세계적 자동차 기술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실용적 소형차로서 수출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포니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실용성을 강조한 디자이너다. 그는 현대차로부터 실차가 사라진 포니 쿠페 복원 작업 의뢰를 받아 현대차 디자이너들과 대화를 나눴다. 최근 방한한 주지아로는 디자이너임에도 엔지니어가 할 법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는 “디자이너는 기술적인 면을 고려해야 하고, 어느 정도는 기술자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는 이상엽 부사장은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한다. 그는 포니 쿠페 영감을 받아 콘셉트카 N비전74를 내놓았다. 포니를 아는 세대는 향수를, 모르는 세대는 사이버펑크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디자인은 과거와 단절도, 단순히 과거를 포장하는 레트로도 아니다”며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지 않고 고객과 나눌 수 없다면 훌륭한 디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고 보면 아이오닉 브랜드에서 미는 픽셀 디자인은 어린 시절 미래를 상상하며 그렸던 이미지와 흡사하다. 이런 반응은 재밌다. 이야깃 거리가 있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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