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기자수첩] “5,400억 환경투자”라는 영풍...내용은 '깜깜이'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03 13:13 최종수정 : 2026-03-04 08:08

▲ 곽호룡 기자

▲ 곽호룡 기자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기업 신뢰는 구호가 아니라 데이터로 입증된다. 최근 영풍이 2019년 환경개선 혁신계획 발표 이후 5년간 약 5,400억 원을 환경 분야에 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총액이 아니라 세부 명세다. 무엇을, 언제, 얼마만큼, 어떤 회계처리로 집행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IB, 회계업계, 시민단체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문은 단순하다. 5,400억 원이라는 숫자에 '실제 현금 유출에 해당하는 자본적 지출과 비용 처리된 운영적 지출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가'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오염 방지 설비 신·증설, 노후 설비 교체, 폐수·대기 방지시설 고도화 등 조업 유지와 직결된 투자와 순수 환경 복원·개선 목적의 지출은 어떻게 구분했는가. 총액만 제시한 채 항목별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현재 방식으로는 외부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 큰 쟁점은 충당부채 처리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영풍 환경복구 충당부채 잔액은 2,128억 원이다. 반면 2020년부터 2025년 9월 말까지 실제 사용(차감) 금액은 1,566억 원에 그친다.

환경복구 의무 이행을 위해 회계상 설정해 둔 부채 규모에 비해 집행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통합환경허가 조건 미이행과 제재가 반복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대규모 환경투자”라는 주장과 현장의 체감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만약 5,400억 원 산정 과정에 충당부채 ‘전입액’이 포함됐다면 문제는 한층 심각해진다. 2020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환경복구 충당부채 전입액은 총 3,695억 원이다. 전입은 미래 지출 가능성을 반영해 비용을 인식하고 부채를 설정하는 회계상 조치일 뿐, 실제 현금이 집행된 투자가 아니다. 이를 환경투자 실적으로 포장했다면, 이는 투자와 비용의 개념을 의도적으로 혼동시킨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가 환경오염 비용 과소계상 문제와 관련해 제재 심의에 착수했다는 보도는 이러한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앞서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주민대책위원회가 회사와 장형진 총수 등을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실도 시장의 불신을 키운다. 환경복원 책임 규모를 회계 장부에서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는 단순한 평판 리스크를 넘어 재무제표 신뢰성 전반에 대한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 숫자는 곧 신용이다. 특히 환경 이슈는 ESG 평가, 자금 조달 비용, 기관투자가의 투자 판단과 직결된다. 그럼에도 영풍은 보도자료를 통해 “약 5,400억 원”이라는 총액만 반복할 뿐, 항목별 세부 집행 내역과 회계 처리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환경 관련 충당부채와 실제 투자 집행액 간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한, 시장은 해당 수치를 ‘투자’가 아닌 ‘주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기업이 진정으로 환경 책임을 다하고 있다면, 숨길 이유가 없다. 투자 항목, 집행 시기, 자금 출처, 충당부채 전입·사용 내역을 표 형태로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외부 감사인의 검증 의견을 함께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5,400억 원은 환경개선의 증거가 아니라, 회계 신뢰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환경은 이미지가 아니라 의무다. 그리고 의무의 이행 여부는 슬로건이 아니라 장부로 증명된다. 영풍이 선택해야 할 것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숫자의 정직성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한국의 먹, 인공지능 시대의 정신이 되다 바야흐로 초지능의 시대다. 전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파도 위에 올라타 있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어왔던 사유와 창작의 세계마저 0과 1이라는 정교한 이진법과 알고리즘,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의 질서 속으로 빠르게 치환되는 상황이다. AI는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단 몇 초 만에 화려한 이미지를 구현해 낸다. 참과 거짓, 존재와 부재가 선명하게 구분되는 디지털의 세계는 명확하고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눈부신 기술의 정점이 가장 오래된 우리의 유산, 바로 ‘먹(墨)’과 여백의 미학을 다시 사유해볼 지점이다. 왜 차가운 반도체와 실리콘의 시대에 다시 먹 이야기일까. 흔히 동아시아 2 엔비디아의 반란군이 엔비디아를 위협한다 - 모어스레드(摩尔线程)의 GPU 대역전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⑧] 엔비디아의 전설, 적진을 뛰쳐나오다2020년 가을, 베이징의 어느 사무실에서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조용한 소문이 돌았다. '장젠중(张建中)이 엔비디아를 떠났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핵심 참모 전체를 데리고. 54세의 나이에 엔비디아라는 세계최고의 AI 칩 회사의 부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 남자가 하려는 것은 단 하나였다. 중국 스스로의 GPU를 만드는 것.장젠중은 중국 GPU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2006년 엔비디아에 합류해 중국 총경리로 시작, 15년에 걸쳐 글로벌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경력의 소유자다. 그가 엔비디아 재직 시절 이룩한 것은 놀랍다. 중국 독립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3 펀드, ETF처럼 사고 팔 수 없나요? 저는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아무도 안 믿더라고요2010년, 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TIGER ETF 사업부를 맡으면서 한 가지 확신을 품었습니다. "ETF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언젠가 ETF가 전통 펀드를 다 잡아먹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꽤 무서운 표현이지만, 그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ETF의 무기는 강력했습니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고, 비용은 싸고, 뭘 사는지 매일 공개됩니다. 반면 전통 공모펀드는 어떤가요. 오늘 샀는데 가격은 내일 알 수 있고, 수수료는 비싸고, 운용사가 뭘 사는지는 한참 지나야 공개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공모펀드를 이용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는 구조였습니다.그래서 저는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퇴근 후 주차했는데 수익 발생? V2G의 정체
[그래픽 뉴스] “전쟁 신호를 읽는 가장 이상한 방법, 피자 주문량”
[그래픽 뉴스] 트럼프의 ‘타코 한 입’에 흔들린 시장의 비밀
[그래픽 뉴스] 청년정책 5년 계획, 무엇이 달라지나?
[카드뉴스] KT&G, ‘CDP’ 기후변화·수자원 관리 부문 우수기업 선정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