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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 'PBR 1배' 난공불락 허문 KB 양종희 회장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28 05:00 최종수정 : 2026-05-18 20:40

체념의 ‘Low PBR’ 성벽 15년 만에 뚫은 가치 제고 리더십
CET1 13% 자본 설계도가 이끌어낸 시장의 신뢰 ‘Buy-in’
주주환원율 50% 시대 개막, 남은 과제는 구조적 리레이팅

[김의석의 단상] 'PBR 1배' 난공불락 허문 KB 양종희 회장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지난 2월 13일, 한국 금융사의 한 페이지가 조용히, 그러나 선명하게 새로 쓰였다. 코스피 전광판의 KB금융지주 주가는 장중 17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가총액 60조원. 불과 두 달 전 50조원을 넘어섰을 때만 해도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그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데 채 60일이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틱한 랠리가 단순히 돈이 몰린 반짝 장세가 아니라 한국 금융의 가치 평가 체급이 한 단계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방증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라는 상징적 저항선이 마침내 뚫렸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넘게 앞을 막아선 보이지 않는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만성적 ‘K-디스카운트’의 대명사였던 0.4배의 굴레를 벗어던졌다는 의미는 크다. 이는 단순한 주가 반등이 아니라, 한국 금융주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구조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리는 서막인 셈이다.

아무리 막대한 이익을 내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본비용(COE)을 구조적으로 상회하지 못하면 주가는 장부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체념이 시장 전체에 내재화돼 있었다. 금융주는 그저 ‘연말 배당용 정거장’이었고, 여의도의 전광판은 오랫동안 그 한계를 확인하는 차가운 기록 장치에 불과했다.

KB금융이 시장의 불신에 균열을 낸 건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자본 배분의 언어에서 시작됐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경영의 중심에 단 하나의 질문을 놓았다. ‘이 자본은 누구의 것인가.’ 2024년 10월 발표된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은 그 답을 수치로 명문화했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 13%를 명확한 기준선으로 제시하고, 이를 초과하는 자본은 원칙적으로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프레임워크는 단순한 배당 확대 선언이 아니었다. 자본 운용의 예측 가능성을 경영 원칙으로 제도화한 설계도였다.

“KB는 다르다는 평가, 그것이 리레이팅의 본질”이라는 메시지도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1조원 이상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아닌 ‘자본 효율화 도구’로 재정의한 상징적 장면이었으며, 그 선언이 말이 아닌 행동임을 증명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취임(2023.11) 이후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시가총액 60조원 및 PBR 1배를 돌파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함.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취임(2023.11) 이후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시가총액 60조원 및 PBR 1배를 돌파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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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그 ‘예측 가능성’에 즉각 반응했다. 전문 투자자들은 신뢰의 표현인 ‘바이인(Buy-in)’으로 화답했고, 외국인 지분율 70% 중후반에 육박하는 지금의 주주 구조는 이 전략에 실린 무게를 말없이 증언한다. 2025년 총주주환원율 50%대, 현금배당 1조 5000억원대는 수사가 아닌 숫자로 증명된 결과다.

제도적 환경도 변화에 힘을 보탰다. 상법 개정 논의와 정부의 밸류업 가이드라인은 민간의 자율적 노력을 제도적 궤도 위에 올려놓았다. 시장의 요구가 법과 제도의 언어로 정렬되면서, 금융주는 단순한 고배당주를 넘어 ‘자본 효율 플랫폼’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우리사주 평균 매입 단가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수익률은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밸류업은 외부 주주만의 구호가 아니라, 조직의 성장이 곧 나의 가치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 신호였다.

그러나 17만원과 PBR 1배는 종착지가 아니다. 양 회장이 제시한 ‘빌드업–밸류업–레벨업’ 로드맵에서 이제 막 두 번째 단계에 발을 올렸을 뿐이다. 주주환원 확대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진정한 구조적 리레이팅은 숫자의 개선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의 체질이 바뀔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은행 중심의 예대마진 수익 구조를 넘어 초개인화 자산관리(WM), 고도화된 투자금융(IB), 데이터 기반 플랫폼 역량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 비이자이익의 ‘규모’가 아니라 ‘질적 성장’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금리 사이클이 꺾여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이익 구조를 갖출 때, 지금의 주가는 일시적 고점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남은 변수도 적지 않다. 부동산 PF 리스크,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 상생금융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 파고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로드맵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 이번 랠리가 일시적 이벤트로 끝난다면 ‘반짝 서사’로 기록되겠지만, 이 흐름이 산업 전반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 금융은 비로소 자본주의의 심장으로 재평가받는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

17만원을 찍은 전광판 앞에서 시장은 묻는다. 오늘의 PBR 1배는 종착점인가, 또 다른 출발선인가. 체념의 성벽을 넘어선 이 불씨가 단순한 반짝에 그칠지, 거대한 구조적 재평가의 불꽃으로 이어질지. 자본시장은 숨을 죽인 채 양종희 회장이 그려나갈 다음 페이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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