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코스피지수는 133.56포인트(8.39%) 하락한 1457.64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한국거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연일 폭락세를 기록하면서 금융 당국이 시장 안정을 꾀하기 위해 주식 거래시간, 가격제한폭 단축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실제 반영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지수는 133.56포인트(8.39%) 하락한 1457.64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만약 이와 같은 폭락장세가 지속될 시 최악의 경우에는 일반 투자자가 자유롭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정규거래 마감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글로벌 증시가 연일 급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각국마다 강경한 시장 조치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융시장 운영 시간 단축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 뉴욕 증시 또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올해 들어 세 번이나 발동되는 등 급등락세가 지속되자 긴급 조치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는 금융시장을 계속 열어둘 계획”이라면서도 “다만 거래 시간을 단축해야 할 때가 올 수는 있다”고 말했다.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실물 경제 타격이 큰 필리핀과 스리랑카 등 신흥국들은 이미 2~3일간 모든 주식 거래를 중단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필리핀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금융시장을 폐쇄하고 주식과 채권, 통화 거래를 완전히 중단했다. 필리핀 증시 또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연초 대비 30% 이상 떨어진 데 따른 조치다. 필리핀은 앞서 지난 16일부터 한 달간 주식 정규거래 마감 시간을 기존보다 2시간30분간 앞당기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17~19일을 공휴일로 선포하면서 17일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외부 변동성에 취약한 다른 신흥국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예상된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거래시간 단축, 가격제한폭 축소 등은 고려하지도,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시간 단축과 가격제한폭 축소와 같은 정책은 시장 운영 관리와 관련된 것”이라며 “이와 같은 정책보다는 정부와 시행하는 매크로 정책이 더욱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거래시간 축소 및 휴장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만약 국제 공조 차원에서 고려가 된다면 정부와 금융당국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일 국내 증시는 전일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에 따라 간만에 급등세를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는 108.51포인트(7.44%)나 급등한 1566.15로 마감하면서 8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 매매시간 단축, 가격제한폭 축소와 같은 조치는 현재와 같은 큰 폭락세에서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다만 가격 하락 속도가 하루 내지 이틀 지연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또한 “현재 폭락세는 근본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라며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한 거래시간 단축이 하락 폭을 줄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매시간이 단축이 된 사례는 지난 2001년 9.11 사태 당시 단 한차례다. 당시 국내 증시 개장시간은 오전 9시에서 낮 12시로 3시간 늦춰진 바 있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