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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호칭과 존댓말이 난감해질 때는 이렇게

편집국

기사입력 : 2019-04-06 13:09

[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호칭과 존댓말이 난감해질 때는 이렇게이미지 확대보기
당신을 당신이라 못 하는 게 우리말이다. 굳이 영어로 하자면 ‘You’인데 상대에 따라서 이 ‘You’를 부를 수 있는 호칭은 매우 다양하다. 자네, 그쪽, 당신, 임자, 어이, 저기요, 너무 난감하면 아예 호칭을 생략한다.

일단 둘 사이의 관계가 결정되면 그땐 또 호칭이 달라진다. 야 혹은 너부터 시작해서 자기, 선배, 형, 언니, 누나 등. 우리말에서 호칭은 어렵고 미묘하다.

호칭을 정할 때 딱히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서 호칭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려운 호칭 사용을 능글능글 잘 하는 사람이야말로 인간 네트워크의 달인이 되고 처세를 잘하게 된다.

호칭과 존댓말의 법칙? 그때 그때 달라요~

‘요’ 없이는 말하기 어려운 것도 우리말이다. 우리말에는 존댓말과 반말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상대에 따라서 이것을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 처음 만나자마자 대뜸 반말을 할 수는 없다.

또, 아무리 친해졌어도 서로 말을 놓고 반말 쓰기가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존댓말보다는 반말을 함으로써 친근감이 강화될 수도 있고, 반말을 써야 얘기가 더 순조롭게 진행되며 통하기도 한다.

우리말의 맥락에서 보자면 보통은 나이와 직책으로 반말과 존댓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결정된다. 물론 서로 같이 존댓말을 쓰거나 서로 반말을 쓰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린 사람이 연장자에게 존댓말을 쓰고, 직책이 더 높은 사람은 상대에게 깍듯한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화가 많이 나거나 싸울 때, 인간관계를 무시하는 상황일 때, 그리고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들고자 할 때 마구 반말을 쓴다.

그렇다면 호칭과 존댓말이 갖는 묘미는 무엇일까. 어려운 만큼 잘만할 수 있다면 득이 된다. 다른 사람이 잘 못하는 것일수록 내가 잘한다면 그만큼 나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쉽지 않다고 생각되는 호칭과 경어 사용을 적절히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내 마음에 깔려 있어야 한다. 배려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상대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가짐은 상대를 향한 언행으로 표현된다.

일단 호칭에서부터 생각해 보자. 마땅히 직책이 없는 상대를 만났을 때, 우리는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흔히 하는 실수가 ‘아무개씨’라고 부르는 것이다. ‘~씨’는 존칭어가 아니다. 오히려 상대를 좀 하대하여 부르는 호칭이 ‘~씨’다.

그러므로 이 경우라면, ‘~씨’보다는 ‘~님’을 쓰는 것이 더 낫다. 처음엔 좀 어색하긴 하겠지만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딱히 호칭을 부르기 애매한 상대에게 “님은 어떠신가요?”, “님이 오시기 편한 시간으로 하시지요.” 이렇게 거두절미하고 딱 그냥 ‘님’이라고 상대를 호칭하는 표현이 보편화 돼 있다.

우리말의 존댓말은 외국인이 익히기 쉽지 않을 정도로 간단치 않다. 모국어가 한국어인 사람들도 간혹 존댓말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존댓말을 사용해서 나쁠 거야 없지만 잘못된 사용으로 우스운 모양새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사물에 대한 존댓말이다.

“이 화장품이 성분이 좋으셔서, 고객님에게 도움이 되실 겁니다.”

난데없이 화장품이 귀하신 분이 되었다. 풀어서 이해하자면 성분이 좋으신 분, 화장품께서 고객에게 도움을 드리겠다는 표현이다. 존댓말의 대상이 화장품이 되고 말았다.

“이 화장품은 성분이 좋아서 고객님께 도움이 될 겁니다.”

이렇게 말해야 맞다. 그러나 고객에게 최대한 공손하게 말하겠다는 의도가 과한 나머지 이런 우스꽝스러운 표현이 나오고 말았다. 이런 일은 주로 고객을 응대하는 자리에서 자주 듣게 된다.

비록 문법적으로는 잘못된 표현이지만 좋은 마음으로 한 말이니 굳이 콕 짚어 지적할 필요 없이 그냥 미소 짓는 정도로 넘어가면 된다.

핵심은 상대에 대한 배려

존댓말이 빛을 발할 때는 바로 자신보다 어리고 직책이 낮은 사람을 존중하며 말할 때다. 우리말의 특성상 존댓말 아니면 반말을 선택해야 하는데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어린 사람에게 편하게 말을 놓으면서 반말을 하는 것이다.

나름 친근한 표현이라고 오해하며 “이건 얼마인가?”, “여기 물 좀 더 가져다 줘.” 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모르고 낯 모르는 사람에게 불쑥 반말을 쓰는 것에 찬성하고 싶지 않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대리, 저것 좀 갖고 와봐.”, “미스 김, 커피 한잔 타다 줘.” 이런 표현 보다는 “김 대리, 저것 좀 갖고 와 봅시다.”, “미스 김, 커피 한잔 부탁할게요.” 꼭 존댓말이 아니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표현으로 가능하다.

결국 배려가 핵심이다. 애매하고 난감한 상황에서 호칭이나 존댓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를 때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 비추어보면 된다.

배려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니 상대를 향하는 말도 내가 듣고 싶은 표현으로 선택하면 된다. 내가 듣고 싶은 표현이 상대도 듣고 싶은 표현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황유선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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