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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 ‘양자 승계’와 日 노포(老鋪)기업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6-11 00:00 최종수정 : 2018-08-22 09:36

▲사진: 김승한 기자

▲사진: 김승한 기자

[한국금융신문 김승한 기자] “노포(老鋪)를 쌓는 건 3대째부터 양자가 좋다”

일본의 상업도시 오사카에서 흔하게 통용되는 설(說)이다. 경영능력과 사업수완은 꼭 유전적이지 않아 3대째 가서는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특유의 양자 문화가 강한 일본사회에서는 일족 경영도 적지 않지만 입양된 자식이 경영권 승계를 이어받는 일이 흔했다. 과거 장자 상속 계보 관습을 고수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능력 있는 후계자를 들여와 회사의 맥을 잇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업의 생명력’을 중요하게 여기니 장수기업들도 줄줄이 생겨났다. 국내와 달리 100년이 넘는 명문 장수기업이 일본에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일본에서는 후계자 확보를 위해 전도유망한 내부직원이나 외부 인재를 양자로 들이는 경우가 많다. 양자가 친자보다 능력이 뛰어나면 미련 없이 양자를 택한다. 후계 선정과정에서 출생과 성별은 크게 중요치 않다. 딸이나 사위가 후계자로 선정돼 사업을 키운 곳도 흔하다. 즉, 장자보다는 ‘적자(適者)’가 우선순위인 것이다.

스즈키 창업자 스즈키 미치오는 사위에게 회사를 물려줬다. 도요타, 캐논 등도 입양한 아들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다. 못난 아들 대신 양자를 들여서라도 가업을 잇는 게 도덕적이라고 보는 일본의 전통이 기업 정서에도 여실히 반영된 것이다.

LG그룹 새로운 후계자로 지목된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상무도 양자승계라는 큰 의미에서는 결을 같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차이가 있다. 입증된 직원이나 외부 인재를 양자로 삼아 경영권을 물려주는 일본 사례와 달리 LG는 오롯이 그룹의 전통인 ‘장자승계’를 위한 입양이었다.

전통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양자를 들여서까지 장자승계를 고수하는 LG의 승계방식은 시각에 따라 전근대적 사고로 비춰질 수 있다. 구 상무는 얼마 전 별세한 구본무닫기구본무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양자다. 2004년 사고로 외아들을 잃자 구 회장은 조카인 구 상무를 양자로 들였다.

LG그룹은 유달리 장자 승계 원칙을 고집했다. 1969년 세밑에 창업주 구인회 씨가 작고했을 때 재계에서는 함께 사업을 일으킨 첫째 동생 구철회 씨가 총수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구철회 씨 5형제는 장조카인 구자경 씨를 회장에 앉혔다.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동생인 구본준닫기구본준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아닌 구광모 상무가 선택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승계에 앞서 구 상무의 경영능력을 속단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경영훈련 과정을 거치는 인사원칙에 따라 전략부문에서 사업책임자로서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역량을 쌓아 왔다는 LG측의 말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장자승계 원칙이 가족 간 분쟁은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의 최고가치인 지속가능성과 영속성은 담보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는 29일이면 LG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확정한다. 이는 구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한 조치며 직책과 업무는 주총 이후에 결정된다.

구 상무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단순 장자가 아닌 ‘적자(適者)’임을 증명할 때다. 그리고 LG그룹 전통에 따른 장자승계 원칙이 순조롭게 이어가길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자식은 ‘운명’이지만, 사위나 양자는 ‘선택’이란 말이 있다. 모범적인 사업가이자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평가받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선택’을 기대해본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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