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혜주 기자
문제는 이 가설의 결말. 자금력 부족한 나머지 저비용항공사(LCC)는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충격적 내용이었다.
현재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전시 상황이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 상승은 항공사 최대 고정비인 유류비 폭등으로 직결된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기재 리스료와 정비비 부담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
현장에선 흡사 비명이 나오고 있다. 국제선 항공유 가격에 연동되는 유류할증료는 지난 3월 6단계에서 4월 18단계로 무려 12단계나 상승했다. 국내 항공사들이 다음 달부터 유류할증료를 3배 이상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심지어 일본과 베트남 등 주요 노선에서는 “공급할 기름이 없다”며 외국 항공사에 급유 제한 조치까지 내려졌다.
항공업계는 최근 한국항공협회를 통해 정부에 ‘SOS’ 신호를 보냈다. 건의 내용은 국가 원유 비축 물량을 항공유 쪽으로 우선 배정해 달라는 것과, 정유사 수출 물량을 제한해서라도 국내 수급을 안정시켜 달라는 요구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안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으로 현재 관련 부처에서 검토 중”이라며 “직접 답변을 내놓기보다 협회를 통해 접수된 건의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시기에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홍지선 국토부 제2차관 주재로 열린 ‘항공사 CEO 안전간담회’에서도 업계 고충이 쏟아졌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12개 항공사 CEO가 참석한 이날 간담회는 당초 ‘항공 안전’을 주제로 마련됐으나 일부 항공사는 슬롯 및 운수권 회수 유예를 요청하며 LCC 항공유 공급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점에서 FSC(Full Service Carrier·풀서비스 항공사)와 LCC 체급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과 항공우주 부문을 통해 외부 변수를 방어할 쿠션을 갖추고 있다. 반면 수익 구조 대부분이 단거리 여객에 쏠린 LCC는 맨몸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흔히 중·장거리 노선 진출을 LCC 위기 탈출 해법으로 꼽지만, 이는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기재 도입과 슬롯 확보라는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좁은 국토와 인구 규모에 비해 국내 LCC 숫자가 이미 과포화 상태라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LCC는 당장 눈앞의 고유가 쇼크도 무섭지만 그 이후도 공포스럽다.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안정돼도 이미 재편되기 시작한 흐름은 되돌릴 수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당장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응급처치’라면, 체질 개선은 ‘생존’이다.
‘버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르게 살아남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삼정KPMG가 발표한 2026년 항공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단일 브랜드로 공식 출범하며 국내 유일 FSC 시대가 열리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거대 통합 항공사가 규모의 경제로 시장을 장악할 때, 개성 없는 LCC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유진투자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지금은 모든 것이 양극화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이전이 저렴하게 여행을 가는 LCC 시대였다면, 이제는 프리미엄 수요가 폭발하는 FSC 시대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에어프레미아처럼 ‘하이브리드(HSC)’ 모델을 내세워 공간 효율보다 고객 경험에 집중하거나, 티웨이항공처럼 장거리 기재 운용을 위해 자체 정비창을 세우며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생존 전략으로 꼽힌다.
항공산업은 국가 물류의 혈맥이다. 정부는 고유가라는 폭풍우 속에서 최소한 ‘방패’를 마련해 줘야 한다. 항공사들 역시 60여 년 전 만들어진 ‘LCC(Low Cost Carrier)’라는 낡은 기성복을 버리고 각자의 체형에 맞는 전투복을 맞춰 입어야 할 때다. 전쟁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승전고는 오직 자신만의 무기를 벼린 자의 몫이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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