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ING생명 인수를 논의하기 위한 예비실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딩뱅크를 놓고 경쟁 중인 라이벌 신한금융이 지난달 중순부터 ING생명 인수 예비실사를 진행한 것에 이은 행보라 더욱 주목을 끌었다. 이에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데이터룸을 개방해 제한적 경쟁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M&A를 통한 생명보험사 덩치 키우기에 관심을 보여 왔다. KB손해보험이 우수한 실적으로 그룹 내에서 높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는 달리, KB생명보험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으로 인해 그룹 내의 고민거리였다.
이를 의식한 KB금융지주 윤종규닫기

신한금융은 지난해 KB금융의 비은행권 약진으로 인해 8년 만에 순수익 1위 자리를 KB금융에게 내줬다. 신한금융은 계열사 포토폴리오 완성을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를 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매력적인 손보사 매물이 없어 생보사 쪽을 먼저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그러나 양 사 모두 “검토 단계일 뿐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만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시원스럽게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데에는 3조 원이 넘는 ING생명의 높은 몸값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5월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을 코스피 시장에 상장시켜 몸집을 키웠다. 현재 MBK 지분은 59.15%, 지분 가치는 약 2조46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다면 ING생명의 매각가는 3조 원을 웃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KB금융이 3조3000억원, 신한금융이 2조9000억 원대 순이익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3조 원이 넘는 가격은 양 사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ING생명은 보험 M&A 시장에서 꾸준히 매력적인 매물로 언급되던 회사로, 그만한 투자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작년 말 기준 ING생명의 자산규모는 31조원으로 삼성·한화·교보·농협·미래에셋에 이은 업계 6위다.
외국계 보험사로서 이미 글로벌 기준에 맞춘 자산부채관리를 펼친 덕분에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 또한 지난해 말 기준 455%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IFRS17에 대한 리스크가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월등히 적은 셈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신뢰도를 비롯한 재무재표 등도 우수해 장기적인 수익성 측면에서도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NG생명은 올해 12월 상표권 사용 기간이 만료돼 사명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의 상표를 유지할 수 있는 연내에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 측이 칼자루를 쥔만큼 KB금융과 신한금융에 대해 유리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며, 급할 것 없이 신중한 가격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ING생명의 높은 몸값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블록딜 방식을 차용해 '쪼개 팔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