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차원에서 카드 띄우기에 나선 셈인데 통합 시너지를 보여주기 위한 김정태닫기

3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가 내년 목표로 설정한 신용카드 신규 200만명 유치계획의 윤곽이 드러났다. 하나은행이 100만명, 외환은행 60만명, 자체 30만명 등 주로 은행 계열사들이 동원됐다.
모집비용에서도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보통 신용카드는 체크카드보다 신규회원 유치수수료가 높은데 신한카드가 장당 대략 11만원, 우리카드가 평균 9만원인데 반해 하나카드는 3만원 정도로 낮게 책정됐다.
이는 2025년까지 시장점유율 15%로 끌어올린다는 중장기 목표에 따른 것이다. 9월말 현재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8.1%, 회원수(개인 신용카드 기준)는 520만명 정도다.
목표한대로 된다면 하나카드는 은행 의존도가 80%로 올라가게 된다. 은행계 카드사 중에서 꽤 높은 편인데 신한카드가 30%대, 우리카드는 70% 정도를 은행을 통해 유치한다. 신한카드는 과거 LG카드 시절 구축한 모집인조직 덕분이며 우리카드는 작년 4월 분사해 아직 자체 영업망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룹 차원에서 하나카드 실적 띄우기를 하는 이유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나금융그룹 내부에서는 하나카드에 상당한 역량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계열사 고위관계자는 “지주 차원에서 카드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라며 “김정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을 떠맡은 은행에서는 일부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카드 돕기에 나선 것은 하나·외환카드의 통합 시너지를 가시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차후 하나·외환은행 합병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조기통합의 명분으로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를 내세운 만큼 통합 하나카드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다면 여론 형성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카드사업에 힘 싣는 회장의 의지를 요즘 확연히 느낀다”며 “통합 시너지를 가시적인 성과로 보일 수 있다면 차후 은행 통합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출범한 통합 하나카드는 조직구조를 7본부 42팀 4지점으로 개편해 브랜드관리팀, 글로벌마케팅팀을 신설했다. 종전 SK그룹팀은 SK전략제휴팀으로 변경했으며 SK텔레콤의 지분은 49%에서 약 25%로 줄였다. 진행 중인 전산통합은 내년 7월쯤 완료될 예정이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