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본시장법개정안시행으로 5억원 이상 등기임원 개인별보수 공개
증권사 CEO연봉이 베일을 벗었다. 이제껏 증권사 CEO의 연봉에 대한 공개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사항인 탓에 개인별로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분기보고서 등 정기공시에 기재된 보수지급액의 경우 1인당 평균보수금액만 나타나 증권사 CEO개인에 대한 연봉은 소문만 무성했다.
하지만 최근 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법률이 시행되고 FY2013년 사업보고서부터에 적용됨에 따라 5억원 이상의 보수가 지급된 전현직 등기임원의 연봉이 사업보고서에서 공개된 것이다.
지난달 31일 증권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 중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현황에 따르면 총보수는 HMC투자증권 제갈 걸 전 사장이 19억8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연봉이 거의 20억원에 육박한 이유는 퇴직금 때문이었다. 급여, 상여금은 각각 5억8800만원, 1억3200만원. 하지만 퇴직금은 12억6500만원으로 이보다 2배 가까이 수령해 연봉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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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CEO로는 메리츠종금증권 최희문닫기

삼성증권 김석 사장은 보수 16억72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급여, 상여금은 각각 5억300만원, 2억76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복리후생비 명목의 기타근로소득 8억9300만원을 챙겨 탑2에 랭크됐다. 이밖에도 KTB투자증권 강찬수 부회장 13억4100만원, 메리츠종금증권 김용범닫기


◇ 부진한 실적으로 고연봉논란, 삼성證 등 1회성 보수반영
첫공개된 증권사CEO의 개인별 연봉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증권업 불황으로 실적이 부진한 임직원들은 임금삭감, 비용절감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마당에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낸 CEO들의 경우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것이 적정하느냐는 것이다. 실제 삼성증권의 경우 FY2013년 순이익이 240억원에 불과하다. 결산월변경에 따라 9개월(2014년 4월~12월)동안 실적이 집계된 것을 감안해도 전년도 순익(1807억원)에 대비해 무려 7배 넘게 추락했다.
KTB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262억원의 흑자에서 298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들 CEO들이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각각 연봉탑(퇴직등기임원 제외) 2, 3위에 랭크되며 고액연봉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증권사 관계자는 “CEO연봉도 실적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라며 “경영이 어렵다고 실적중심의 급여삭감, 수익창출이 우선인 평가기준을 도입해놓고 경영실적이 안좋은 CEO본인이 이같은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증권사들은 1회성 보수의 반영으로 전체보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보수 가운데 상당부문은 복리후생비뿐아니라 ‘신경영 20주년 특별상여금’ 등 1회성 보수가 반영된 것”이라며 “근로소득만 계산하면 업계평균수준”이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자세히 살펴보면 근로소득에서 비중이 높은 항목은 스톡그랜트((stock grant)로 최근 불황을 타개하는 차원에서 유능한 CEO를 영입하기 위해 회사 주식을 직접 무상으로 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이라며 “이는 1회성 보수일 뿐 이를 제외하면 업계 평균보다 과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NH농협증권, 교보증권, 동부증권, IBK투자증권 등은 총보수 5억원이 넘는 임원이 없어 이번 개인별 보수현황에서 제외됐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