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 중 최초로 적립액 50조원을 넘긴 것에 이어, 점점 커지는 IRP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의 트렌드는 확정급여형(DB형) 중심에서 개인형(IRP)으로의 이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의 IRP 퇴직연금 비중은 2022년 17% 수준에서 2024년 23%로 빠르게 늘었다. 이는 최근 IRP 퇴직연금의 세액공제 한도가 연간 7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확대되며 세제혜택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평균 수익률도 전체 유형 중 IPR형의 수익률이 5.86%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은 개인형IRP 적립금 15년 연속 전 금융권 1위(2010년~2024년 12월말 기준) 개인형IRP 적립금 규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전체 퇴직연금사업자 중 최초로 퇴직연금 자산 적립금 50조 원을 달성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개인형IRP 원리금 비보장상품 1년 수익률 역시 7.44%로 4대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국민은행의 퇴직연금 경쟁력의 핵심은 사업 규모다.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퇴직연금 특성을 감안할 때, 50조원의 적립액을 보유한 국민은행은 타행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KB금융그룹 자체도 수 년째 리딩금융 자리를 다투고 있는 우량 사업자로, 기존 예·적금, 신용대출 고객을 IRP로 자연스럽게 끌어오는 교차판매(Cross-Selling)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은행은 ‘올인원 급여 통장’ 등 일부 상품에 대해 월 합산 50만원 이상 입금 내역을 급여 이체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처럼 급여통장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퇴직연금 연계 상품을 제안하기에 용이하다는 분석도 있다.
협약 결과 지난 13일, 양사는 은행·증권사 최초로 ‘외화현찰지급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번 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키움증권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인출 신청하면, KB국민은행 전 영업점(인천국제공항 지점 및 환전소 제외)에서 편리하게 수령할 수 있다. 이용 가능한 외화는 ▲USD ▲JPY ▲EUR 총 3종이다.
IRP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 본인이 운용 방법을 직접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나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가입자들은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소지가 컸다.
기존에는 이런 가입자들이 금융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자가 구성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해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해 운영해왔다. 올해는 여기서 더 나아가 ‘로보어드바이저(RA)’를 개발·이용하여 투자자문업을 영위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를 혁신사업자로 지정, 퇴직연금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투자일임(IRP 한정)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이에 국민은행은 지난 5일, 투자일임사인 핀테크 전문기업 디셈버앤컴퍼니(핀트)와 손잡고 ‘AI투자일임서비스’를 런칭했다. 국민은행은 연내 투자일임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과 제휴를 확대해 고객에게 더욱 다양한 맞춤형 퇴직연금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오는 10월 중에는 개인형IRP 수수료가 인하된다. 비대면으로 개인형IRP를 가입하고 적립금이 5000만원 이상인 고객의 경우에는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기존 연 0.38%의 수수료가 전액 면제될 예정이며, 적립금이 5000만원 미만인 고객의 경우에는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기존 연 0.45%의 수수료가 연 0.2%로 인하될 예정이다.
비대면가입 고객은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수수료 인하 혜택이 적용되며, 기존 영업점에서 개인형IRP를 가입한 고객도 KB스타뱅킹 앱을 통해 신청하면 동일한 수수료 면제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