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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한컴, AI로 회사를 다시 설계하다

정채윤 기자

cy@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24 10:36

지난해 매출 1753억…사상 최대 실적
AI 라이선스 모델로 패키지 판매 탈피
MCP・A2A 기술로 ‘AI 조율자’ 도약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 /사진=한글과컴퓨터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 /사진=한글과컴퓨터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김연수닫기김연수기사 모아보기의 한글과컴퓨터는 더 이상 ‘한글’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그는 여러 인공지능(AI)과 업무 시스템이 한 몸처럼 움직이도록 설계하는 이른바 ‘AI 오케스트레이션 기업’으로 한컴의 좌표를 옮기고 있다. 서로 다른 AI 에이전트와 플랫폼을 한데 묶어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지능형 조율자 역할을 목표로 삼고 있다.

“패키지를 버린 순간, 성장의 길이 열렸다”


김연수 한컴 대표가 회사 미래를 ‘AI 오케스트레이션 기업’으로 재설계한 배경에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에 대한 판단이 있었다. 그는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소유하던 전통적인 오피스 패키지 판매 방식 대신, AI가 실제 업무에서 일하는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고 보고 방향을 틀었다.
이 전략의 성과는 지난해 숫자로 증명됐다. 한컴은 내부결산 공시를 통해 2025년 별도 기준 매출은 1753억원, 영업이익은 50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대비 10.2%, 2.4%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며 3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간 결과다.

한글과컴퓨터 최근 3년간 별도 기준 실적 추이(단위: 억 원). /자료=한글과컴퓨터

한글과컴퓨터 최근 3년간 별도 기준 실적 추이(단위: 억 원). /자료=한글과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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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일회성 호재가 아닌, 수익 구조 자체가 ‘패키지 판매’에서 ‘AI 라이선스’로 옮겨갔다는 점이 핵심이다. 과거 한컴의 주력 모델은 한글 등 오피스 패키지 판매였지만, 김연수 대표는 일회성 매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 기능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라이선스 모델을 도입했다. 제품군 역시 문서 편집 프로그램에서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러한 구조 전환 아래 등장한 것이 ‘한컴어시스턴트’와 ‘한컴피디아’ 등이다. 두 AI 에이전트 제품군은 공공기관과 금융권을 시작으로 실제 업무 환경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꾸준한 구독형 수익이 생겨났다.

소비자는 한 번 사고 끝내는 고객이 아니라, AI 기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서비스 파트너로 바뀌었고 김연수 대표가 구상한 ‘AI 서비스 기업’의 초석이 이렇게 마련됐다.

한컴 관계자는 “AI 에이전트 제품군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과 새로운 AI 라이선스 체계 도입으로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데이터로 경쟁하는 시대, AI 오케스트레이션의 시작


지난해 12월 4일 장승현 한컴 AI사업본부장(오른쪽)과 이종기 한국광해광업공단 재무회계처장이 업무협약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글과컴퓨터

지난해 12월 4일 장승현 한컴 AI사업본부장(오른쪽)과 이종기 한국광해광업공단 재무회계처장이 업무협약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글과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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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호실적의 또 다른 축은 선제적인 기술 투자다. 회사는 방대한 문서 기반 데이터를 AI 학습용 데이터로 변환하는 자체 기술을 앞세워 비정형 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데이터-모델-서비스가 순환하는 구조적 경쟁력을 만든 셈이다. 이 기술은 AI 학습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클라우드·공공 프로젝트 납품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컴은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LG AI연구원과 함께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한컴은 컨소시엄에서 산업 현장 중심의 AI 응용 기술 확산을 맡아, 공공·교육·제조 등 영역에서 실제 AI 도입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한컴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술 표준화 전략에 힘을 주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중심에 두고, 각 직무나 산업에 특화된 ‘마이크로 에이전트(Micro-Agent)’ 전략을 함께 추진하는 방식이다.

MCP는 서로 다른 AI 모델이 개별 기업 환경에서도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AI 언어 표준이자, 한컴이 내세우는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의 핵심 축이다.

이러한 기술 전략을 통해 한컴은 자체 AI 기능을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외부 기술사와 기업들의 AI 서비스를 엮어내는 ‘AI 조율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내부부터 AI로 움직이는 조직, AX가 바꾼 체질


사진=한글과컴퓨터

사진=한글과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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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은 지난해부터 AX(AI 전환)를 전사 경영 기조로 채택하며, 회사 내부를 먼저 AI 조직으로 바꾸는 데 착수했다. 올해부터는 모든 임직원의 핵심 성과 목표(KPI) 중 30~50%를 ‘AI를 통한 업무 혁신’과 연계하도록 바꾸었다. 또 각 부서가 직접 AI 도구와 에이전트를 만들어 업무에 적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연수 대표는 “모든 구성원이 AI와 협력하며 일하는 구조로 바꿔야 산업 지능화의 흐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한컴의 내부 혁신 자체가 새로운 수익모델로 발전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쌓인 내부 사례는 곧 외부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텐센트, 일본 키라보시 금융그룹 등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연내 구글 스위트·지라 등 외부 플랫폼에 한컴 에이전트를 직접 연동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한컴은 더 나아가 AI가 스스로 협업해 과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투 에이전트(A2A)’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기술은 업무 자동화와 의사결정 지원을 넘어, AI끼리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결과를 최적화하는 체계를 구현한다. 한컴은 이를 자사의 핵심 성장 엔진으로 삼아 2026년 글로벌 오케스트레이션 표준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A2A와 MCP 등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이 한컴의 차별화 요소로 부각되면서, 회사는 전통 오피스 기업에서 AI 생태계 조율자로 전환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AI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 플랫폼 연동에 초점을 맞춘 생태계 전략이 실적 개선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컴의 AI 오케스트레이션은 글로벌 플랫폼들과의 연동 가능성이 핵심”이라며 “패키지 판매 중심 기업이 AI 라이선스·표준화까지 나아간 것은 주목할 변화”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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