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5년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5,521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말 5,733개 대비 212개(3.7%) 감소한 수치다. 특히 2024년 말 5,625개에서 2025년 상반기에만 104개가 추가로 사라지며 점포 축소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실적이 부진한 점포는 폐점하거나 인근 점포와 통합하고, 소규모 출장소로 대체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요 시중은행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점과 출장소를 합한 수치는 2023년 말 797개에서 2025년 6월 말 기준 773개로 24개를 줄였다. 83개 지점을 폐점한 반면 출장소는 59개를 늘렸다. 신한은행도 731개에서 652개로 점포 69개가 감소했는데, 이 중 2025년 상반기 감소분만 41개다. 우리은행 역시 711개에서 659개로 52개 점포를 줄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감축이 집중됐다. 4대 시중은행 점포는 서울에서 78개, 경기에서 50개가 줄었다. KB국민은행은 서울 12개, 경기 9개 점포를 감축했고, 신한은행은 서울 31개, 경기 6개 점포를 줄였다. 이는 높은 임대료, 운영비 부담과 더불어 비대면 뱅킹 서비스 이용률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은행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광주은행은 2023년 말 128개에서 2025년 6월 말 119개로 9개 지점을 폐점했고, BNK부산은행도 7개(211 → 204), 아이엠뱅크와 BNK경남은행도 각각 2개 점포가 줄었다. 지방 소재 은행들의 점포 축소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금융 접근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이용 증가로 점포당 방문 고객 수가 30% 이상 감소했다"며 "운영비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점포 통폐합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AI 기술은 은행 업무 전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프론트 오피스에서는 고객 분석부터 대면 업무까지 AI가 담당하며 실질적인 매출 성장을 이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AI를 적극 도입하여 업무 자동화와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4대 시중은행은 KB국민은행의 '똑똑이', 신한은행의 '오로라', 하나은행의 'HAI', 우리은행의 '위비봇' 등 AI 챗봇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들 챗봇은 24시간 고객 상담, 계좌 조회, 이체 업무 등 기본적인 은행 업무를 처리하며 점포 방문 필요성을 크게 낮춘다.
여기에 신용평가, 대출 심사, 금융 자산 추천 및 관리, 리스크 모니터링 분야에서도 AI 도입이 활발하다. 대출 심사 시 AI가 고객 신용도를 자동 평가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인력 의존도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은행들의 디지털 혁신이 모든 계층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기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거주자에게는 오히려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농촌이나 도심 외곽 지역은 가까운 은행 점포가 사라지면서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특히 고령층은 ATM 기기 조작조차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 대면 서비스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점포 통폐합은 불가피하지만, 지역 주민의 금융 접근성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이동식 금융 서비스나 주민센터와의 협력 등 여러 대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포용금융 및 ESG 경영을 통해 금융 취약계층 지원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점포 축소로 인한 서비스 공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제기된다. 이에 은행들은 수익성 제고와 디지털 효율화를 추진하면서도, 금융 접근성 향상과 포용 금융 확대라는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균형 있게 모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금융당국 또한 이런 변화에 대비하여 금융 포용성 강화 정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금융 교육 확대, 금융 취약지역에 대한 최소 서비스 보장 방안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과 이에 따른 점포 축소 및 인력 감원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하는 것이 업계와 정부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