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민영 IBK기업은행장
장민영기사 모아보기 IBK기업은행장이 임명 22일 만에 공식 취임했다.'노사 협의'의 산을 넘은 장 행장의 다음 과제는 '밸류업'과 '국책은행 역할 완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약 30%의 일반 주주를 위해 상장사로서의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생산적 금융 일선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받았다.
장 행장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묘수로 '여신 심사 고도화'와 'AX'를 꺼내들었다.
노사 갈등 해소 '성과'···조직 결속 강화
“IBK가 단순한 자금 공급자를 넘어 산업 체질 개선을 선도하는 금융 파트너로 도약하겠다”20일 개최된 제28대 기업은행장 취임식에서 장민영 행장이 밝힌 포부다.
장 행장은 “저성장과 산업 대전환의 복합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해 국책은행으로서 앞장 설 것을 약속했다.
이날 장 행장은 "앞으로 노조위원장이 다시 수염을 기르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재치있게 취임사를 시작했다.
조직과 임직원을 대변하는 행장이 되어 달라는 이장희 노조위원장의 축사에 대한 화답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취임식이었지만, 장 행장이 단상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편치 않았다.
지난달 23일 임명 이후 노조의 반대로 본사로 출근하지 못했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야 했다.
그 땀과 노력의 대가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총액인건비제도 예외 규정 적용을 승인받았고, 노사 협의를 이끌어냈다. 기업은행장으로서의 첫 번째 성과였다.
이장희 노조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행장님 임명 이후 합리적이고 유능한 분이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며 "실제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시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장 행장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기업은행의 새 출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조직 결속'을 이뤄낸 것이다.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 신설, 그룹 역량 총동원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는 장 행장 앞에 놓인 과제는 두 가지다.하나는 국책은행으로서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행장 임명 제청 배경으로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이끌 적임자'라고 밝힐 정도로 장 행장의 경력은 생산적 금융에 최적화 있다.
1989년 기업은행 입행 후 자금부장과 리스크관리그룹장을 역임했고, IBK자산운용 대표로 선임된 2024년에는 순이익을 전년도보다 41% 늘렸다. 지난해에도 19%의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했고, 운용자산도 40조원을 돌파했다.
투·융자를 통한 기업으로의 자금 공급과 운용 등 생산적 금융 '이행'에 더해, 위험 관리를 비롯한 '지원' 역량까지 갖춘 '올라운더'인 것이다.
장 행장은 이날 취임사에서도 "‘IBK형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 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 신산업과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300조원의 자금을 공급할 것을 목표로 삼아 '30-300 프로젝트'로 명명됐으며, 구체적으로는 ▲중기·소상공인에 250조원 ▲벤처투자·인프라에 20조원 ▲소비자 중심 신뢰금융에 3조 3000억원 ▲자회사에 34조 5000억원을 투입해 생산적 금융을 지원한다.
프로젝트의 원활한 이행과 뱅킹을 넘어 자본시장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전담 조직 'IBK 국민성장펀드 추진단'도 마련했다.
해당 추진단에는 ▲IBK기업은행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자산운용 ▲IBK벤처투자 등 주요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며, 추진단장으로는 은행·증권·자산운용을 모두 경험한 김병훈 IBK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장이 선임됐다.
추진단 구성 발표가 행장 임명 후 2주가 채 되지 않았던 지난 4일이라는 점은 장민영 행장의 실행력과 현장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기업은행은 2월 중 ‘에너지고속도로 펀드’ 설립을 진행 중인데, 이를 통해 3~5월 중 전남 지역 BESS사업·부산 데이터센터 사업 등 다수의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전남 신안군 풍력발전 투자와 양주 연료전지 금융주선 등을 진행 중이며, 중소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IBK상생도약펀드도 준비 중이다.
모험자본 생태계 위해 코스닥 활성화 추진도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IBK그룹 차원의 ‘코스닥 밸류업·브릿지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코스닥 시장 외형 확대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험자본 생태계와 저평가받는 우량 강소기업을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다.
장 행장은 IBK자산운용 대표로서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코스닥 시장의 문제가 '투자 정보 부족'과 '성장 단계별 금융 공백'에 있음을 파악,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코스닥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스닥 활성화 TF를 구성, 그룹 차원의 통합 리서치 체계를 구축한다. 코스닥 시장의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서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유일 국책은행 계열 증권사이자 중기특화증권사 'IBK투자증권'에 ‘코스닥 리서치 센터’를 신설하고, 상장 전·후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발굴·리서치·성장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업의 성장 단계별 금융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코스닥 브릿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은행의 방대한 중소기업 정보·네트워크에 증권·벤처투자·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IBK그룹 밸류체인을 결합, ‘발굴-상장-성장-글로벌 진출’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총 5000억원 규모의 메자닌 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5극 3특 체제’를 바탕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균형발전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지역 산업 생태계 지원을 위해 ‘경북포스코성장벤처펀드’에 대한 투자도 추진 중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금융도 강화하고 있는데, 소상공인의 재기를 위해 75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단순한 대출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저금리 대환대출-채무조정-경영 컨설팅을 연계한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해 실제 성장과 재기를 돕는 것이 목표다.
여신 심사 혁신으로 밸류업 확대
생산적 금융과 함께 장민영 행장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주주가치 제고, 즉 '밸류업'이다.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RW(위험가중자산)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중기 대출을 늘려 생산적 금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밸류업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대출 성장률을 2024년 5.7%에서 지난해 5.9%로 높인 결과, NPL커버리지비율은 전년도보다 6.3%p 하락해 100%대로 떨어졌다.
면밀한 리스크 관리와 자본효율성 개선 노력을 통해 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양호한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NPL비율은 1.28%로 은행권 중 가장 높고, CET1비율은 11.5%로 지방은행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리환경 악화에 이자수익이 떨어지면서 당기순이익도 1.7% 감소했다.
국책은행의 역할로 인한 결과이지만, 기업은행도 '상장사'인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무마할 수는 없다.
현재 IBK기업은행의 대주주는 지분 59.5%를 보유한 대한민국정부(기획재정부)이며, 산업은행이 7.2%, 수출입은행도 1.84%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 지분이 5.45%로 적지 않고, 나머지 약 25%는 일반 주주의 지분이다. 기업은행이 밸류업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장 행장은 생산적 금융을 이행하면서 밸류업도 추진할 방법으로 '여신 심사 체계 혁신'을 제시했다.
기존의 방향에서 벗어나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 등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여신 심사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심사 체계 고도화에 성공한다면 옥석 선별을 통해 위험자산 비중은 낮추면서 이자수익을 높일 수 있게 된다.
RWA 조절과 이자이익 확대는 CET1비율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주주환 강화의 밑거름이 된다.
여신 심사 고도화를 위한 방법으로는 'AX'를 지목했다.
“기업은행을 AI 기반 금융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장 행장은 심사 체계 개선에 AI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X로 이루고자 한 것이 한가지 더 있는데, 바로 '초개인화 금융'이다.
AI 기반 초개인화를 통한 고객 서비스 혁신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취임사 말미에 장 행장은 '금융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으로 '고객의 신뢰'를 강조했다.
과거 대규모 부당대출 사태와 같은 문제로 생산적 금융과 밸류업 추진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당부이자 다짐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정보보안 체계 강화를 통해 보이지 않는 리스크까지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장 행장의 각오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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