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준공된 건물 운영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건설산업 전 생애주기 탄소배출량의 65%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건축물의 에너지 자립률을 끌어올려 궁극적으로는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을 더한 값을 0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 인증을 공식화 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하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자급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고효율 단열재 및 창호, 고성능 HVAC 시스템, 태양광 설비 등 첨단 기술이 필수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이에 국내 건설사가 제로에너지 설계 인증 의무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먼저 현대건설은 고효율 통합 설계 솔루션과 함께 ‘에너지 자립형 아파트’ 기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1차'는 국내 최초로 고층형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으로 인증받은 사례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현대건설이 오랜 연구 과정에서 개발한 기술과 공법으로 실현한 국내 최초 고층형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이다.
이 단지는 패시브 기술(외부로 새는 에너지 차단), 액티브 기술(친환경적 방법으로 스스로 에너지 생산),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관리 기술 Smart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했다. 그 결과, 국내 공동주택 부문 최초로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1++’ ‘제로에너지 건축물 5등급(에너지자립률 23.37%)’ 인증을 받으며 제로에너지 빌딩으로서 주거 공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GS건설도 제로에너지건축물 시대를 대비해 태양광 발전, 에너지 저장장치(ESS) 연계,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 관리 기술 등 다양한 친환경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자사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인 '자이(Xi)' 아파트에 적용되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에너지 절약형 조명도 ZEB 시대에 대응하려는 액티브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GS건설은 기존 대비 30~50% 수준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실질적인 전기료 절감과 탄소 배출 감소를 동시에 실현한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조명을 자체 개발했다. 세대에 초고효율 LED와 IoT기반의 스마트 제어 기능을 탑재한 조명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GS건설은 이번에 국내 건설사 최초로 공간과 조명이 완벽하게 일체화된 시스템인 'Hidden Lighting System'을 개발해 디자인에도 특별함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거실과 천장이 미니멀하게 이어지는 마이너스 몰딩 형태로 직·간접 조명을 일체화하고 기능의 역할을 재구성한 새로운 개념의 조명 시스템이다.
또한, GS건설은 조명 전문기업 ALTO와 협력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온도와 밝기를 조절하는 HCL(Human Centric Lighting) 조명도 개발했다. 이 조명은 사용자의 생체 리듬에 맞춰 조명을 조절할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자체적으로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설계·시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단열·창호 성능 개선과 태양광 설비 최적화를 병행하고 있다. 세대당 에너지 소비를 25~35% 절감하고 자립률을 2배 이상 높이는 것이 목표다. 롯데건설 역시 롯데케미칼·엡스코어·스탠다드에너지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본사 사옥에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을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다. 건물 외벽에 설치돼 전력을 생산하면서 외장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도심형 건물 활용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일각에선 ZEB 인증이 중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점은 맞지만, 당장 공사비·분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에너지 자립과 탄소 절감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수단인 점은 인정하지만, 공사비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분양시세를 올리게 된다. 건설업계가 힘든데 현 시점에서 의무화 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건설사들의 부담을 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파트 내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어려운 경우 외부에 설치하거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기준을 충족하는 등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ESG는 선택과 권장을 해야하는데, 강제로 시행하는 부분이 아쉬울 뿐”이라며 “큰 변화는 기존산업의 생태계를 흔들 수밖에 없는 만큼,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