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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21만 고객 볼모 잡은 MG손보 노조

강은영 기자

eyk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7-28 05:00 최종수정 : 2025-07-28 22:01

▲ 강은영 기자

▲ 강은영 기자

[한국금융신문 강은영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1990년대 사람들은 상상 속에서 미래를 그렸다. 최근 SNS를 통해 회자되고 있는 당시의 ‘미래 예측’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 손바닥만 한 기기로의 영상통화, 접고 펼 수 있는 휴대전화,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내비게이션 등. 그 시절 누군가의 상상이었던 기술들이 2025년의 일상 속에서 구현되고 있다. 오히려 예상을 넘어선 발전도 적지 않다.

그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의 삶을 빠르고 편리하게 바꿔 놓았다.

금융생활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업무는 물론, 대출까지 몇 분 만에 끝낼 수 있다. 낯설고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비대면 금융거래는 이제 오히려 당연한 일상이 됐다.

하지만 디지털화가 더딘 금융 분야가 있다. 바로 보험이다. 예·적금이나 카드 발급, 증권 거래는 대부분 비대면으로 해결되는 반면, 보험 상품은 여전히 사람을 통해 가입하는 비중이 높다. 사람들이 직접 만나 보험 상품에 가입하게 되는 이유는 보험이 가지고 있는 복잡함 때문이다. 비교가 쉽고 조건이 명확한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보험은 긴 가입 기간과 어려운 용어 탓에 고객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이 보험설계사의 도움을 받는다. 상품을 설명받고, 눈높이에 맞춰 상담을 받은 후 가입을 결정한다. 때로는 한 명의 설계사와 수년간 관계를 유지하며 추가 가입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신뢰하며 가입한 보험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떨까. 수년간 낸 보험료는 어떻게 될지, 약속된 보장을 받을 수는 있을지,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해약하기도 어렵고, 가입을 유지하자니 향후가 불투명하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과 답답함만 쌓여갈 수 밖에 없다.

지금의 MG손해보험 가입자들이 바로 그런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보험사의 재무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데, 정작 고객의 계약은 어디로 갈지 불확실하다. 올해 초 메리츠금융이 인수 대상자로 나서며 희망이 보였지만, 끝내 무산됐다. 이후 금융당국은 국내 최초로 '가교보험사' 설립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가교보험사를 설립하고 대형 5개사로 계약을 이전할 동안 새로운 매각 대상자를 찾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막대한 자본력을 부어 정상화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노동조합의 반발이었다. 노조가 인수에 반대한 주된 이유는 고용불안이었다. 회사를 떠나야 하는 현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온 기회마저 반대로 밀어낸 것이 과연 옳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존속하려면 내부 구성원만큼이나 고객의 신뢰가 중요하다. 특히 보험처럼 장기계약이 많은 상품일수록, 오랜 시간 회사를 믿고 계약을 유지해온 고객의 신뢰는 무겁게 다뤄야 한다.

더욱이 사람과의 인연을 통해 보험을 계약하고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자신의 고용보장에 집중하다 보면 그동안 고객들과 쌓아왔던 신뢰 관계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MG손보를 떠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보험사에서 보험 일을 이어가게 된다면 이 고객은 앞으로도 인연이 이어지는 한편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도 있다.

MG손보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주길 바라기보다, 직원 스스로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많은 고객과 만나며 쌓아온 신뢰가 있다면, 한 번쯤은 그들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120만 명이 넘는 계약자들이 또다시 불안 속에 떨지 않도록, 그 신뢰를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할 때다.

강은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eyk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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