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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사선에 선 윤석헌

김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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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2-27 15:22 최종수정 : 2019-02-28 08:47

▲ 김의석 금융부장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정부 주도의 개발성장기에 금융은 철저히 정부의 통제 하에 있었다.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기 위해 이자율, 환율 등이 사실상 정부에 의해 관리됐다. 어느 기업에 대출해줘라, 어느 기업에게 나간 대출을 회수해라는 등 지시도 정부 당국자의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됐다.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 인사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관치(官治)의 전통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세우는 아젠다에 맞춘 금융상품이 쏟아졌다. 이명박 정부에선 녹색금융, 박근혜 정부에선 창조금융이 대표적이다. 통일금융, 청년희망펀드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류의 금융상품은 그럴 듯하게 포장되지만 안을 뒤집어보면 한숨이 나온다.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고위 관료, 은행장 등이 '1호 가입자'라며 사진을 찍으면, 은행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기업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줄서서 가입한다. 그것도 부족하면 은행원에겐 '인당 계좌 00개 유치'라는 할당이 떨어진다. 그리고 시효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소리 없이 사라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당국은 서민 금융, 생산적 금융 등을 강조한다. 서민들의 빚을 탕감하거나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발표됐다. 최고금리를 낮추고,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게 금융이냐. 복지 정책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중소 벤처기업은 제공할 담보가 없으니 기술력, 성장성 등을 평가해서 신용으로 대출해주라는 '생산적 금융'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은행에선 "해보지 않은 일"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평가할 수 있는 능력도 경험도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나간 대출이 부실화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소리 없이 아우성친다.

한 발 더 나간 어제(26일) 금융당국이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을 불러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연임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이어 오늘(27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민간 금융회사 사회이사들을 불러낸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강경하게 경고하고 나섰다는 것. 유죄가 날 가능성이 상당한데, 금융 감독당국이 안 나서면 직무 유기라고 제기하면서 말이다.

여기에 과거 금융회사 길들이기라는 지적을 받았던 금융당국의 종합검사 부활은 관치금융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시절 금융회사의 자율을 보장한다면서 종합검사를 없앴다. 규제개혁과 시장자율 촉진차원에서 폐지한 것을 문재인 정부가 다시금 꺼낸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들의 명분은 소비자보호와 재무건전성,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상태를 고려해 기준에 미흡한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검사하겠다고 내걸었지만 문제는 감독당국의 자의적인 개입과 경영간섭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특정 금융회사를 찍어서 검사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즉, 미운털이 박힌 금융사나 정권차원에서 손봐야 할 금융사가 타깃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들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무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자율을 후퇴시켜가면서 종합검사를 부활한 것에 대해 시장에선 특정 금융회사를 손보기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삼성생명이 종합검사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종합검사 의지를 내비친 바 있었다. 그래서 금감원 종합검사 대상에 첫 타깃은 삼성생명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삼성생명 외에도 채용 비리 문제로 재판을 받는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종합검사 부활을 앞두고 금융업계는 초긴장 모드다. 2015년 종합검사 폐지 당시와 비교할 때 상황이 바뀐 것이라곤 원장이 달라졌다는 것 말고는 없는데 갑자기 종합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니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 금감원이 종합검사 운영계획을 밝히면서 내놓은 보도자료와는 큰 차이다. 예컨대 2013년 금감원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종합검사는 은행(금융지주, 외은지점 포함) 15개사, 금융투자회사 14개사, 보험사 8개사 등 총 42개사에 대해 실시할 예정'이라며 업권별로 정확한 숫자를 표시했다. 금융회사가 사고를 내든 안 내든, 소비자 보호를 잘 하든 잘하지 않든 최소한 몇 개 회사는 종합검사를 반드시 받아야만 했다는 것이다.

종합검사가 금융회사를 길들이기 위한 관치의 산물이라는 비판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합검사를 왜 받아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뭘 검사하는지 정확하게 제시하지도 않은 채 저인망식 검사를 진행하다보니 금융회사 입장에선 불만과 불안이 컸다.

일각에서는 종합검사 부활이 정부의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개혁' 움직임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려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진다.

금융회사를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는 종합검사는 금감원이 피감기관에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크고 날카로운 칼로 비유된다. 지난 2015년 보복성 검사 논란과 피감기관의 과도한 피로도 등의 부작용을 없애고 금융사의 자율과 창의를 보장하기 위해 종합검사를 폐지한 것만 봐도 그 강도가 얼마나 센지를 알 수 있다.

가뜩이나 ‘관치 금융’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서슬 시퍼런 종합검사 칼자루를 4여년 만에 다시 잡게 된 윤 원장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거다.

금융당국은 민간 금융회사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코치가 아닌, 공정한 경쟁을 관리하는 심판 역할이 본령이다. 금감원에 대한 ‘공공기관 재지정’이 유예된 만큼 중립성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시장친화적 감독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윤 원장 말대로 금융 건전성을 지키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차분하게 따져서 정비하고 확실하게 실행해야 한다. '금융적폐 청산', '재벌개혁'이란 용어 때문에 만들어진 과도한 임무가 있으면 걷어내야 한다. '개혁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금융 산업과 금융소비자를 위한 실질적인 개혁'이어야 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신(新)관치금융 부활이란 금융권의 시선이 기우였다는 걸 보여주시길 기대해본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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