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구 KAI 노동조합위원장. /사진제공=KAI 노조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노동조합이 최고경영자(CEO) 부재 상황과 관련해 조속한 사장 인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재명 정부에서 힘 좀 쓰는 사람이 신임 사장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못하겠다면 (사장 선임) 권한을 노동자에게 위임하라"고 주장했다.
유재걸 KAI 노조 사무국장은 "비행기를 팔러 외국에 갈 때 국방부 장관이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통상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노조가 '힘 있는 낙하산'을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KAI 주력 사업인 항공기 수출과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위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차재병 부사장이 대표이사지만, 수출 등 규모가 큰 사업 결정권이 그에게 없어 중요한 사안들이 보류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재걸 국장은 "결제가 올라가면 최종 승인이 안 되고 있다"며 "사업 규모가 큰 건은 (차재병 대표에게) 결정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AI 노조는 전날 발표한 사장 인선 촉구 입장문에서도 현재 차재병 대표이사 체제를 '대표이사 대행 체제'라고 칭하기도 했다.
앞서 KAI 이사회는 강구영 대표이사가 지난 7월 임기 만료 2개월을 앞두고 조기 사퇴함에 따라, 내부 인사인 차재병 부사장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차재병 부사장은 지난 32년간 KAI에서 근무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오는 10월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를 앞두고, 사장 부재로 수출 협상이 지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덱스는 국내 최대 규모 항공우주·방산 전시회로, 2년마다 열리며 전 세계 30여 개국 정부 대표단과 주요 방산 기업들이 참가해 수출 계약과 전략적 협력을 논의하는 국제 행사다.
노조는 "해외 주요 고객 및 협력사들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와 만남을 기대하고 있지만, 대행 체제는 최종 책임과 결정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사장 공백이 지속되면 KF-21과 FA-50, 소형무장헬기 등 핵심 수출 사업을 내세운 협상은 지연되고 파트너십 논의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노조는 신임 사장에게 바라는 3대 요구사항으로 ▲사업부 체제를 본부제로 전환 ▲퇴직 임원 복귀 거부 ▲내부 기밀 문서 유출자에 대한 엄정한 징계를 제시했다.
노조는 특히 입장문에서 "정부가 조속한 인선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차라리 그 권한을 노동자에게 위임하라"며 "노동조합은 조합원과 함께 KAI의 미래를 책임질 진정한 리더를 선임할 것"이라며 경영권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한편 KAI는 민간 방위산업체이지만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을 최대주주로 둔 만큼 지배구조는 공기업적 성격을 띠고 있다. 공적기관 보유지분율만 34.32%에 달한다. 수출입은행 26.41%, 국민연금공단 8.12%다. 이 때문에 그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 역대 대표이사 8명 중 강 전 대표를 포함한 7명이 관료 출신이다. 유일한 내부 출신 사장이었던 하성용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7월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자진 사임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