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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감독위원회 내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GA업계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은 현행 금융소비자보호처보다 금융 민원을 집중 관리하는 만큼, 민원에서 보험 계약자 입장을 반영할 가능성이 커서다.
GA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관점을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원은 민원인 입장에서만 사안을 더 살펴볼 수 밖에 없다”라며 “민원만을 살펴보는 입장에서는 민원인은 약자, 보험회사나 보험설계사는 약자를 괴롭히는 악당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어 실제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보험회사나 설계사들의 잘못을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이미 소비자 보호가 커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금융소비자보호원를 오히려 악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이를 악용한 부당 영업 행위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도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설명의무가 강화돼, GA나 보험사들은 이를 준수하기 위해 녹취까지 하지만 계약자가 민원을 넣고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하면 보험 설계사 입장보다는 소비자 입장을 반영하는 경향이 더 크다”라며 “최근에도 다른 설계사들이 보험 가입을 위해 금융소비자를 악용해 계약을 취소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악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더 커졌다”라고 말했다.
GA 업계에서는 보험 상품은 상품 구조가 복잡한 현실적으로 모든 상품내용을 설명할 수 없어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으로 소비자가 민원을 쉽게 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미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명시된 과태료가 실제 판매하는 보험상품 대비 과도한 상황인 만큼, 민원이 증가하면 제재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허위·과장 광고 금지를 어기는 금융사는 최대 1억원 과태료, 관련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받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명시된 6대 원칙을 지켜야하는건 맞지만 보험상품은 특약만 50개가 넘는데 이걸 소비자에게 모두 이해시키는건 물론, 설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한 달 보험료 1만원인 상품을 설명 하나 빠뜨렸다고 최대 1억원 과태료를 내야하는데, 금소원으로 민원이 증가하면 설계사들의 과태료 부담이 커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왕으로 보험설계사들이 돈을 잘 번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들은 소수고 대부분이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라며 “분급제로 소득이 감소하는데 제재금 부담까지 않는다면 생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이 금융사 검사까지 담당하게 될 경우, 예방보다는 제재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래 금융감독원 검사 취지는 사후 해결보다 사전적 예방과 컨설팅 기능을 지향, 금융사들이 사전에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하는게 맞다“라며 ”금융소비자보호원에 검사 기능이 있다면 민원 해결을 위한 사후 검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 제재가 강화될 개연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아닌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제재 기관이 되므로 권력 금감위보다는 금소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금융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검사를 하게 되면 지적사항을 찾는게 성과가 될 수 밖에 없다”라며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제재가 부과되므로 금융사들은 금감위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원 눈치를 보게 돼 하위 기관이 상위 기관보다 권력이 더 센 구조가 된다”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취지가 민원 해결보다는 건전한 금융 소비자 문화 정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게 목적이라고 하지만 무작정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들어주는것만이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라고 말하기 어렵다“라며 “금융소비자의 권리 뿐 아니라 의무도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건전한 금융소비자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