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왼쪽),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 = 각 사
지난 14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병 타당성 검토를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는 영·호남 지방은행의 시장 입지 약화와 AI 투자 부담을 근거로 두 지주가 결합하면 총자산 234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지방금융지주가 탄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JB금융 수준의 자본효율성과 BNK금융의 자산·사업 기반을 결합하고 비용을 줄이면 시중 금융지주에 맞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균형발전과도 연결될 수 있는 주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얼라인이 제시한 합병 효과와 시너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JB금융과 BNK금융은 자산 규모뿐 아니라 수익구조와 위험 성향, 비은행 포트폴리오 등 차이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영남과 호남의 영업권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자기잠식 우려를 줄여주는 동시에, 각 지역에서 축적한 기업정보와 관계금융 역량을 단기간에 결합하기 어렵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제안 시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역금융지주의 한계와 어려움이 최근 드러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국가균형발전과 생산적 금융 정책에 맞춰 시중 금융지주의 지방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얼라인이 지분을 보유한 지방금융지주, 특히 자신이 2대 주주로 있는 JB금융의 미래 기업가치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34조 지방금융지주 제안···JB 방식으로 BNK 효율 높인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4일 JB금융과 BNK금융 이사회에 공개주주서한을 보내 독립이사만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글로벌 투자은행과 전략 컨설팅사를 선임해 합병의 전략적·재무적 타당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당장 합병을 의결하라는 제안은 아니다. 양사 이사회가 오는 8월 7일까지 검토 착수 여부를 밝히고, 검토에 들어갈 경우 3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 결과와 실행방안을 공개하라는 내용이다. 이 대표도 “양사 합병을 즉시 추진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검토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전체 주주에게 공개해 달라는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얼라인은 두 지주의 영업권역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상호 보완적이라고 평가했다. JB금융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통해 호남권에, BNK금융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통해 영남권에 기반을 두고 있어 점포·고객 중복에 따른 자기잠식 우려가 작다는 것이다.
이에 전북·광주·부산·경남은행의 법인과 브랜드, 관계형 금융 기반을 그대로 유지하는 ‘연합형 합병지주’ 방식을 제시했다. 얼라인은 2025년 말 연결 총자산을 단순 합산할 경우 234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지방금융지주가 출범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얼라인이 제시한 재무 시너지의 핵심은 자산 규모보다 JB금융의 효율성을 통합 지주에 적용하는 것이다.
얼라인은 합병 지주의 RoRWA가 JB금융 수준인 1.83%로 높아지고, 중복 비용 제거와 전산 효율화를 통해 인건비를 제외한 판매관리비를 10% 줄인다는 전제 아래 ROE가 단순 합산 기준 9.1%에서 12.8%로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업경비율(CIR)은 45.5%에서 38.7%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규모 확대에 따른 AI·IT 투자 여력 확보, 신용등급 상승과 조달금리 하락도 기대 효과로 제시했다. 다만 이는 두 지주를 합치면 자동으로 발생하는 결과라기보다, BNK금융의 대규모 자산을 JB금융에 가까운 효율성으로 운용하고 비용 절감도 계획대로 실현한다는 가정에 기반한 목표치다.
얼라인은 두 지주 모두의 주주지만 경제적 이해관계의 크기는 같지 않다. BNK금융 지분은 약 1%에 그치지만, JB금융 지분은 14%대로 현재 2대 주주다. 합병의 명분과 별개로 합병비율과 통합 지주의 경영모델, 주주환원 정책이 어떻게 설정되는지는 양사 주주의 이해관계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국가균형발전 정책發 변화···지방금융지주 경쟁력 시험대
얼라인이 합병을 제안한 것은 JB금융이나 BNK금융이 당장 재무적 위기에 처했기 때문은 아니다.JB금융은 올해 1분기 지배기업지분순이익 166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3억원 증가했고, 정기 공시 기준 연환산 ROE와 ROA도 각각 11.23%, 0.90%로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BNK금융의 지배기업지분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48억원 늘어난 2114억원을 기록했다. ROE는 7.83%, ROA도 0.53%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문제는 현재 실적보다 장기 성장 기반과 미래 기업가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방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 건전성, 생산성이 2010년대 중반 이후 시중은행에 뒤처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지방경제의 성장률이 수도권보다 낮아지고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내 대출 수요가 빠르게 감소했다.
올해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기조는 지방금융 경쟁구도에 새로운 변수를 더했다.
지역 전략산업과 인프라, 재생에너지, AI·첨단산업에 대한 금융 공급을 강조하면서 시중 금융지주의 지방 진출이 더욱 거세진 것이다.
BNK금융의 경우 이미 해양수산부와 밀접히 협력하고 있고, 동남성장·생산적금융 지원 관련 별도의 부서를 운영하며 대응 중이지만 문제는 호남에 기반을 둔 JB금융이다.
동남권의 경우 NH농협금융·신한은행·하나은행이 기업금융과 공급망 금융을 확대하는 정도인 데 비해, 전북혁신도시에는 4대 금융이 본격적으로 거점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
KB금융은 전북혁신도시에 증권·자산운용·보험 기능을 결합한 'KB금융타운'을 조성했고, 신한금융도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를 출범해 연기금 연계 자산운용 특화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광주에는 AI·융합산업 지원을 위한 'AI 특화 클러스터'도 별도로 만든다.
하나금융도 '자본시장 원-루프(One-Roof)센터'를 통해 자산운용·증권·기관영업 기능을 한데 모으고 있고, 우리금융 역시 '전북BIZ프라임센터'와 우리신용정보 전주영업소를 신설해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했다.
과거 지방 진출이 영업점과 공공기관 거래를 늘리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역의 고부가가치 금융 기능 자체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관영업·자산운용 경쟁이 예상되며, 새만금에서는 AI·수소·로봇·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둘러싼 기업금융·IB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얼라인 측이 JB-BNK 합병 검토 요구에 나선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실제로 얼라인 측도 "2025년 기준 영·호남 지방은행의 원화대출 점유율이 6.0%에 그친 반면 시중은행은 55.5%에 달한다"며 "지방은행의 독자 생존이나 개별 시중은행 전환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JB금융은 높은 ROE와 적극적인 주주환원, RWA 관리를 통해 양호한 자본효율성을 확보했지만, BNK금융의 절반 이하인 자산 규모와 은행·캐피탈 중심의 수익구조 한계로 전국구 금융그룹과의 전면적 경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권 비중복, 시너지로 연결될까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금융지주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는 이견이 없지만, JB-BNK 합병이 그 해답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같은 지역 기반 금융지주임에도 양사의 재무지표와 경영전략, 포트폴리오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JB금융의 연결 총자산은 73조 9825억원으로 BNK금융 163조 989억원의 45.4% 수준이다.
지배기업지분순이익은 JB금융이 1661억원, BNK금융이 2114억원으로 BNK가 27.3% 많다. 반면 ROE는 JB금융이 11.23%로 BNK금융 7.83%보다 3.40%p 높고, ROA도 각각 0.90%, 0.53%로 JB금융이 우위다.
사업구조도 다르다.
JB금융은 은행과 캐피탈 중심의 집중형 포트폴리오다. 1분기 자회사 별도 순이익은 전북은행 272억원, 광주은행 611억원, JB우리캐피탈 727억원으로, JB우리캐피탈이 전북·광주은행 개별 순이익을 모두 웃돌며 그룹의 핵심 이익원 역할을 했다. 자산운용과 벤처투자 자회사 순이익은 각각 11억원과 30억원에 그쳤다.
반면 BNK금융은 부산·경남은행 외에도 투자증권, 자산운용, 캐피탈, 저축은행, 벤처투자, 신용정보 등 다양한 계열사를 갖추고 있다.
1분기 순이자이익은 은행 부문이 전체의 88.1%를 차지했지만, 순수수료이익에서는 투자금융 부문이 313억원으로 45.6%를 담당했다.
ROE 측면에서도 양사의 차이를 단순히 비용관리 능력만으로 가늠할 수는 없다. 대출 구성과 금리, 신용위험, 자본규모, 캐피탈 기여도 등이 함께 영향을 준 결과여서다.
실제로 JB금융의 1분기 대손비용률은 0.88%로 BNK금융의 0.52%보다 0.36%p 높았다. JB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BNK는 수익성은 낮지만 신용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JB 방식의 수익성과 RWA 관리를 BNK의 대규모 기업대출 자산에 적용하려면 통합뿐 아니라 위험선호도와 대출가격, 자본배분 정책까지 바꿔야 한다.
합병으로 JB금융이 얻게 될 자산·영업기반·비은행 포트폴리오는 비교적 구체적인 반면, 얼라인 측이 BNK금융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전제한 JB금융의 자본효율성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비용 절감 가정도 검증이 필요하다.
2026년 1분기 공시 기준 JB금융의 그룹 영업점은 국내외 275곳, BNK금융은 448곳이다. 은행별로는 전북은행 83곳, 광주은행 120곳, 부산은행 202곳, 경남은행 151곳이다.
영업권이 겹치지 않아 점포를 폐쇄할 필요가 작다는 것은 지역 고용과 고객 접점을 유지하는 측면에서는 장점이다. 하지만 점포와 지역 조직의 중복을 제거해 비용을 절감할 여지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네 은행의 법인과 브랜드를 유지한다면 은행장과 이사회, 준법·감사·소비자보호, 지역별 기업심사와 영업조직 등도 상당 부분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 공동 IT와 구매, 자금조달, 일부 후선업무를 통합할 수는 있지만, 얼라인이 전제한 비인건비 판관비 10% 절감이 실제 어느 계정에서 발생할지는 구체화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방금융의 경쟁력은 '지역 이해도'
무엇보다 지방은행의 경쟁력은 총자산과 비용효율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행정안전부가 발주하고 한국지역학회가 수행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금융 발전 방안 연구’에서는 지역금융의 핵심 역할로 지역 산업구조 고도화와 로컬비즈니스, 지역 앵커기업 육성을 제시했다.
현재 수익성이 높고 위험이 낮더라도 장기 경쟁력이 약해질 산업의 신용한도를 조정하고, 위험은 있지만 성장성이 높은 지역 전략산업에는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인큐베이션 뱅킹’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방은행이 지역기업과 장기간 거래하면서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비재무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심사체계를 적용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지역별 산업과 기업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증분석에서는 지방은행 대출 증가가 본점 소재 지역의 GRDP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지방은행들이 수도권 진출을 확대했던 2010~2021년만 분석했을 때는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졌다. 지방은행이 주요 영업지역에 집중해 지역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때 지역경제 기여가 더 뚜렷했다는 해석이다.
얼라인은 영·호남 영업권이 겹치지 않아 자기잠식 위험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업권이 다르다는 것은 동시에 각 은행이 축적한 고객정보와 기업평가 경험, 산업별 심사 역량도 지역마다 다르다는 의미다.
부산·경남은행이 조선·해운·항만·기계·자동차부품 기업과 쌓은 관계정보를 전북·광주은행의 농생명·식품·재생에너지·지역 중소기업 금융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지역별 관계금융을 유지하려면 현지 심사와 의사결정 조직을 보존해야 하고, 이를 강하게 통합할수록 비용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지역밀착성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합병의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 총자산 234조원보다 양사가 각각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주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얼라인의 요구는 아직 합병 추진이 아닌 타당성 검토 단계다. 결국 이번 제안의 첫 번째 관문은 JB금융과 BNK금융 이사회가 얼라인이 제시한 산업적·재무적 논리를 독립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는지 여부다.
JB금융과 BNK금융은 모두 얼라인의 이번 공개 주주서한에 대해 "사전에 논의 혹은 확정된 사안이 없으며,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절차에 맞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후 실제 합병 논의로 이어질 경우에는 합병비율과 지배구조, 지역금융의 역할, 주주가치 등을 둘러싼 쟁점을 해소하며 양사 주주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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