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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 지배구조 개선 요구, 불편한 '이중잣대ʼ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09 05:00

정권 교체기마다 흔들리는 원칙
개혁은 ‘요구ʼ 아닌 ‘실천ʼ 있어야

▲ 장호성 기자

▲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각 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등 당국 수장들은 물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공개적인 비판을 쏟아낼 정도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CEO의 연임 문제를 비롯해 이사회 구성, 사외이사의 역할, 주주 통제 강화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국의 시각이다.

당국이 지적하는 문제의식은 비교적 명확하다.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 구조상 CEO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거나, 사외이사가 형식적인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은 해마다 반복돼 온 단골 주제다.

실제로 지난해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4대 금융지주의 이사회에서 상정된 98건의 안건 가운데 단 1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KB금융지주에서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안건에 대해 1건의 반대 의견이 제시됐지만, 이 역시 과반 찬성으로 통과됐다.

당국이 ‘참호 구축’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내부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CEO의 장기 집권까지 이어질 경우 금융회사 건전성이나 금융소비자 보호가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의식은 정작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금융공기업과 당국 산하 공공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금융지주에는 이사회 독립성과 CEO 선임의 공정성을 요구하면서도, 금융감독원이나 예금보험공사 등 핵심 금융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에는 정권 코드에 맞춘 보은·코드 인사 논란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자산관리공사·예금보험공사·주택금융공사·서민금융진흥원·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 주요 준정부기관의 비상임 이사회 활동 내역을 살펴본 결과, 불참이나 퇴직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찬성으로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금융지주를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하는 ‘거수기 이사회’ 논란이 금융공기업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배구조 개혁의 잣대가 적용되는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물론 현장에서 경쟁과 책임을 감당하고 있는 금융지주들의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막대한 감독·제재 권한과 공적자금 운용 기능을 동시에 지닌 금융 공공기관은 그보다 더 엄격한 인사 기준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들 기관의 수장 자리는 정권 교체기마다 정책 라인에 대한 ‘보상’처럼 여겨지며, 금융 전문성과 거리가 있는 인사가 임명되는 이른바 ‘낙하산 논란’을 반복해 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내로남불식 개선 요구는 금융개혁의 설득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당국은 지키지 않는 원칙을 민간에만 강요한다”는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감독기관 수장의 정치적 색채가 짙어질수록 금융사에 대한 검사와 제재 역시 정책 판단인지 정치적 판단인지 경계가 흐려진다.

이는 시장 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당국이 강조하는 장기적 금융시스템 안정성에도 역행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금융 지배구조 개선이 진정한 개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민간 금융회사보다 먼저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이 그 원칙을 실천해야 한다. 개혁은 요구하는 쪽이 아니라, 먼저 보여주는 쪽에서 시작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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