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 지난해 꾸준한 원화·기업대출 성장세를 이어가며 4년여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아오는 저력을 보였다. 아쉽게 자리를 내준 신한은행은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에서는 국민은행을 웃돌았으나, 국민은행보다 순이자마진(NIM)이 낮았던 데다 기업대출 전반의 규모도 국민은행보다 작게 나타났다.
생산적금융 대전환을 비롯한 기업금융 강화를 권장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 속에서 기업금융은 두 은행 모두에게 선택이 아닌 ‘승부처’로 부상했고, 이환주닫기
이환주기사 모아보기號 국민은행과 정상혁닫기
정상혁기사 모아보기號 신한은행의 기업금융 성과는 향후 리딩뱅크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성장률 비슷했지만…‘1위’ 국민은행 격차 확대
지난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관련 지표를 살펴본 결과, 두 은행 모두 생산적금융 기조에 맞춰 기업여신을 확대했지만 성장의 결은 다소 달랐다.국민은행의 총 기업대출은 186조8000억원에서 194조1000억원으로 3.9% 증가하며 안정적인 외형 성장을 이어갔고, 대기업(6.0%)과 중소기업(3.2%) 부문이 비교적 고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총 기업대출 증가율은 3.9%로 유사했으나, 대기업 대출이 9.0% 늘어나며 성장의 무게중심이 대기업 여신에 조금 더 쏠렸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은 전년대비 3.2%의 성장률로 약 5조원가량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양 은행 모두 3.2% 증가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됐다. 개인사업자(SOHO) 부문에서는 국민은행이 1.0%, 신한은행은 2.5%씩 성장했다.
그러나 이미 국민은행의 SOHO대출 규모가 더 신한은행보다 많았기 때문에, 신한은행의 성장률이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양행의 격차는 19조7000억원에서 22조원 규모로 오히려 벌어졌다.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은 신한은행이 3.8%로 국민은행(2.4%)을 웃돌았다.
전반적으로는 두 은행 모두 대출성장률에 부합하는 RWA 상승폭을 보이며 모험자본 투자를 통한 외형성장을 유지하면서도, 보통주자본비율(CET1) 역시 국민은행 14.8%, 신한은행 14.54%로 전년보다 개선되는 등 자본의 질도 좋아졌다. 두 은행 모두 Tier2에 해당하는 자본은 전년대비 줄어들며 의존도가 줄었다. 순이자마진(NIM)의 경우 국민은행이 1.74%로 신한은행(1.56%) 대비 우위를 유지했다.
이는 기업대출 확대 과정에서 신한은행이 자본 부담을 더 감수한 반면, 국민은행은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함께 관리하는 전략을 이어간 결과로 해석된다.
양행 2분기 정점, 하반기 성장폭 둔화
다만 두 은행 모두 2023~2024년과 비교하면 기업대출의 성장률은 다소 둔화된 모습을 나타냈다.2024년 기준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성장률은 6.68%, 신한은행의 성장률은 12.5%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모두 전년대비 절반 이하로 성장률이 정체된 것이다.
이 같은 성장 둔화의 배경에는 정책·시장·은행 내부 전략이 동시에 작용한 복합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생산적 금융 기조로 은행들이 일제히 기업대출로 눈을 돌려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 성장 둔화와 작년 상반기 금리인하, 정부의 대출금리 억제·포용금융 기조 속에서 두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각각 0.04%p, 0.02%p 하락했다. 양행은 조달비용 관리를 통해 이자이익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성장률이 전년대비 줄어들어드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여기에 2024년 기업대출 급증은 고금리 국면에서 정책금융·운전자금 수요가 집중되며 나타난 기저효과 성격의 성장이 컸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2025년에 접어들며 금리 하락 기대와 경기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은행들의 대출 증가세도 잠시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두 은행의 원화대출금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에 정점을 찍은 후 하반기로 갈수록 내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기업대출 성장률은 국민은행이 2분기 1.9%에서 4분기 0.4%로, 신한은행은 2.3%에서 1.6%로 상반기보다 힘이 빠진 모습을 나타냈다. 2025년 말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기업심리지수(CBSI)는 93.7로 100을 하회하며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의 생산적금융 대전환 기조 역시 단순한 대출 확대보다는 선별적 자금 공급과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면서, 은행권 전반이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銀, CIB 인사·조직개편 드라이브
올해 기업금융 경쟁 격화에 대비해 국민은행은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한 CIB부문 강화에 선제적으로 나섰다.올해 초 총 13인의 부행장 승진 인사 중 김현욱 기업고객그룹 부행장과 이원종 CIB영업그룹 부행장을 포함해 기업금융·영업 관련이 6명에 달했다. 본부장 승진에서도 박찬영 기업디지털영업본부장, 이종우 성장금융추진본부장, 황인철 대기업영업본부장 등 관련 인사가 전진배치됐다.
서기원 국민은행 CFO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은행의 NIM을 기업금융으로 빠르게 전환할 예정”이라며, “신성장 고수익 안정적 미래기반 확보가 목표지만, 기업대출 중심 추진 과정에서 과도한 가격경쟁은 지양하고 자산수익률 방어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저원가성예금 확대, 고금리 정기예금 리밸런싱 등 조달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자산변동에 대응한 전략적 조달금융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 나왔다.
자산성장에 있어서도 개인여신보다는 기업여신을 중점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기원 CFO는 “정부의 부채관리 정책이 지속될 것이므로 은행 전체 여신성장률로 봤을 때는 5% 내외로 생각하고 있고, 가계대출 2~3%, 기업대출 6~7% 내외 수준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기업대출의 유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봤다.
서 CFO는 “생산적금융에 대한 물꼬를 트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발빠르게 진행 중이며, 이런 부분을 성장축으로 중소법인에 대한 생산적금융 확대, SOHO 선별지원 등 자산증대를 기획 중”이라고 소개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향후 5년간 110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금융을 공급하는 내용의 추진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생산적금융 93조원은 투자금융 25조원과 전략산업융자(기업대출) 68조원으로 공급하며, 투자금융 부문은 ▲국민성장펀드 10조원 ▲그룹 자체투자 15조원으로 구성되고 전략산업융자의 경우 5년간 68조원 규모로 첨단전략산업 및 유망성장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WM·SME부문은 계열사별 고객 솔루션을 넘어 그룹 차원의 종합 자산관리(WM)/연금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자산관리(WM)와 중소기업(SME) 고객에 대한 통합적인 솔루션 제공을 추진한다.
이를 토대로 글로벌 선도 금융그룹에서 추진하는 'WM X SME' 협업모델을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정착시킬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은행 WM고객그룹 부행장으로 승진한 전효성 부행장이 중책을 맡게 됐다.
국민은행은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소상공인의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해 새도약기금에 총 562억원을 출연하며 부채 경감 정책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이는 금융권 새도약기금 참여기관 중 최대 규모로, 새도약기금은 해당 재원을 활용해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한 뒤 소각 또는 채무조정을 통해 신용 회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새도약기금 지원으로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이 다시 금융의 제도권 안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포용금융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금융 지원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민은행은 서울과 인천에 ‘KB희망금융센터’를 개점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채무조정과 신용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EAP협회와 연계한 ‘마음돌봄 상담 서비스’ 등 다양한 비금융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이 심리적 안정을 바탕으로 금융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한銀, 자본시장 전문가 전진배치
신한은행 역시 격전지를 기업금융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6년 RWA 성장률 가이던스를 4~5%대로 제시했는데, 대부분이 생산적금융과 모험자본 쪽에 배분된 것으로 전해졌다.신한은행은 금융의 본업을 통한 사회적 책임 이행을 체계적으로 지원·관리하기 위해 ‘생산·포용금융부’를 신설했다. 범부서 차원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중소기업·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는 복안이다.
올해 임원인사를 통해 영업추진1그룹장 부행장으로 선임된 이종구 부행장은 현장 영업지점과 인사부, CIB사업부 등을 거쳐 부행장 자리에 올랐다. 이종구 부행장이 담당하게될 영업추진1그룹은 영업조직에서 전체적으로 방향성을 잡고 지점 등 핵심 단위를 컨트롤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부서다. 이 부행장은 리테일, 기업, IB 등 다양한 직무 수행 경험으로 고객 관리 및 영업마케팅 전략 수립 등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로 평가받으며 부행장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이 밖에도 자산관리솔루션그룹장으로 선임된 이재규 그룹장, 자본시장그룹장으로 선임됨 강수종 그룹장 등은 마켓 인사이트 기반 다년간 자본시장 분야 경험을 지닌 실무형 전문가 라인으로, 은행의 생산적금융 프로젝트 이행 적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5년간 총 110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생산적금융 프로젝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초혁신경제·국가핵심산업 및 제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생산적 금융 성장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이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 관련 산업과 국가핵심산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약 6조 원 규모의 신규 대출에 대해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등급을 충족하는 기업이 1억 원부터 300억 원 이하의 신규 대출을 신청할 경우 별도 심사를 거쳐 1년간 최대 100bp까지 금리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가 보유한 기존 대출의 12개월 이내 연기 시 대출금리가 연 7%를 초과하는 경우 7%를 초과하는 이자금액 중 최대 3%p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대출 원금을 자동 상환하는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12월 중순부터 1년간 시행되며 대상 대출 규모는 약 9799억 원이다. 이를 통해 약 40억 원 수준의 원금 감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일에는 한화솔루션 본사에서 한화솔루션(대표이사 박승덕)과 미국 태양광 개발 및 북미 신재생에너지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금융협력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장호식 신한은행 CIB그룹장과 정원영 한화솔루션 재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신한은행은 한화솔루션 해외 자회사가 발행하는 미화 3억달러 규모 글로벌 본드에 대해 프론팅 방식의 금융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프론팅은 글로벌 본드 발행시장에서 주선은행이 대표로 나서서 발행사와의 계약이나 자금결제를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금융 자금이 실물 경제의 설비 투자와 고용 창출로 연결되는 ‘생산적 금융’의 취지를 반영한 사례로, 신한은행은 한화솔루션이 북미 지역 내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을 확충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자금 조달 지원 외에도 한화솔루션의 미국·유럽 EPC 사업 확장과 자회사 투자 관련 금융 자문을 제공한다.
아울러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회사채 발행 등 금융 통합 솔루션을 지원하고, 국내외 임직원 대상 금융세미나 등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글로벌 태양광 밸류체인 구축을 금융으로 뒷받침해 실물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생산적 금융의 대표적 사례다”라며 “앞으로도 한화솔루션과의 협력을 통해 친환경 산업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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