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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오히려 잘 됐다” HS효성 조현상, 회심의 미소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19 05:00

캐시카우 스틸코드 매각 추진
미래 배터리소재 과감한 투자
본격 생산·시장 개화 맞을듯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조현상닫기조현상기사 모아보기 HS효성 부회장이 차세대 모빌리티 소재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사업 일부인 스틸코드 부문을 과감히 정리하고,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시기를 오히려 시장 진입 적기로 활용해 2030년 도래할 에너지 밀도 혁명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HS효성첨단소재는 최근 5년간 가장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회사는 2025년 매출 3조2,830억 원, 영업이익 1,574억 원(영업이익률 4.8%)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0.9% 줄고, 영업이익은 무려 28.4% 급감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4,373억 원(영업이익률 12.2%)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다.

HS효성첨단소재 실적은 자동차 타이어에 들어가는 타이어코드 등 타이어 보강재가 지탱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투자한 신소재 아라미드·탄소섬유는 글로벌 증설 경쟁과 시장 수요 위축 등으로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타이어코드에 쏠려 있는 사업 구조는 그룹 차원에서 고민거리다. HS효성은 2024년 7월 고 조석래닫기조석래기사 모아보기 효성그룹 명예회장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이 효성으로부터 분할해 설립했다. 현재 효성그룹과 별도 경영을 펼치고 있으며 향후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HS효성 주요 계열사는 HS효성첨단소재를 포함해 ICT 서비스 공급업체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수입차 딜러사 HS효성토요타 등이다. 지주사를 제외한 유일한 상장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조현상 부회장은 이 같은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타이어 스틸코드 부문 매각을 위해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의 중이다. 스틸코드는 금속 소재 타이어 보강재다. 매출 비중은 20% 수준이다. 섬유 소재 타이어코드만 핵심 캐시카우로 남기고 사업 전환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매각 가격은 1조 원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사업은 전기차용 이차전지 소재 ‘실리콘 탄소복합 음극재(이하 실리콘 음극재)’다.

지난해 11월 HS효성첨단소재는 벨기에 유미코아 음극재 사업을 인수해 합작법인 ‘엑스트라 마일 머티리얼스(EMM)’를 세우기로 했다. 합작법인에 약 2,000억 원을 투자하는 HS효성첨단소재가 지분 80%를 갖고, 핵심 인력 등을 제공하는 유미코아가 나머지 20%를 받는다.

HS효성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5년간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실리콘 음극재 생산능력을 키울 예정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최대 10배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상용화됐지만 비싼 가격 탓에 고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일부만 채택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글로벌 실리콘 음극재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저렴한 기존 흑연 음극재가 대다수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결국 성능이 우수한 실리콘 음극재가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QY리서치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 규모가 2024년 5억 달러에서 2031년 47억 달러까지 9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30년 본격 생산능력 확충을 나서겠다는 HS효성첨단소재와 시기가 엇비슷하다.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 개화 시기는 뒤늦게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뛰어드는 회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실리콘 음극재 핵심 플레이어는 대주전자재료다. 대기업 중에서는 포스코와 SK그룹이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단, 실리콘 음극재 계열사 SK머티리얼즈를 보유했던 SK(주)는 지난해 해당 계열사 지분 전량을 미국 투자 파트너 지분과 맞바꾸기로 했다.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 직접 투자보단 간접 투자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HS효성첨단소재는 실리콘 음극재 사업 진출을 통해 타이어코드, 탄소섬유, 자동차 내장재 등 기존 자동차 소재 사업과 시너지를 발휘해 종합 모빌리티 소재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엿보인다.

앞서 조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방한한 메르세데스-벤츠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과 만나 이 같은 사업 구상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만남에 대해 HS효성은 국내 벤츠 공식 딜러사로서 쌓은 신뢰가 자동차 소재 분야 밸류체인으로서 협력 강화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HS효성은 리테일 분야뿐 아니라 탄소섬유, 내장재, 안전 부품 등 핵심 소재 분야의 중요한 파트너”라며 “차세대 음극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HS효성은 자동차 핵심 소재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기반으로 벤츠의 미래 전략에 기여하고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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