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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말의 해' 재계가 달린다…병오년 4대 그룹은?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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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6-01-05 05:00

8년 기다림 이재용, 올해 과감한 행보
600조 승부수 최태원, AI 투자 ‘사활’
자율주행·로봇 대반전 노리는 정의선
‘더 독해진’ 구광모, 기술 리더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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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말의 해' 재계가 달린다…병오년 4대 그룹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2026년 병오년(丙午年)은 ‘붉은 말의 해’다. 역동성을 상징하는 두 단어가 만나는 해다. 경제계 리더들이 한층 강한 추진력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도 예년보다 더욱 ‘공격적인 경영’ 기조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시대 외형 확장을 위한 대형 인수·합병(M&A)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경영 현안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M&A에만 6조 원 이상을 투입하며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조 단위’ M&A에 나선 것은 2017년 하만(인수가액 약 9조 원) 이후 처음이다. 주요 인수 사례로는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그룹(약 2조4,000억 원), 독일 ZF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약 2조4,000억 원),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약 5,000억 원), 미국 헬스케어 플랫폼 젤스(XELLS·비공개, 수천억 원 규모로 추정) 등이 꼽힌다.

특히 ZF ADAS 사업과 마시모 오디오 인수를 하만을 통해 진행한 점이 주목된다. 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 솔루션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본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SDV는 자동차 핵심 기능이 엔진 등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되는 미래형 차량 개념이다.

스마트폰 산업에서 하드웨어 성능보다 구글, 애플 등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장악한 기업이 주도권을 확보했던 흐름이 자동차 산업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에서 이 같은 전략을 분명히 했다. 정식 조직으로 격상된 사업지원실에 M&A팀을 신설하고, 팀장으로 안중현 사장을 임명했다. 안 사장은 하만 인수를 주도한 핵심 인물로, 현재도 하만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삼성전자 본사와 하만 간 사업 방향 조율을 맡고 있다.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그룹 회장은 AI 인프라 투자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600조 원 투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2019년 발표된 기존 투자액 120조 원보다 무려 5배나 크게 확대된 수준이다.

울산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100MW급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다. SK에코플랜트(인프라 구축), SK하이닉스(AI 반도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운영) 등 주요 관계사가 역할을 분담해 참여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AI 투자가 지연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말 최태원 회장은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와의 대담에서 “(한국 AI 국가경쟁력은) 중국보다 2배 느리다”며 “AI 데이터건립에 7년 안에 1,400조 원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했다.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로 관련 투자와 협력을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매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테슬라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룹 자율주행·SDV 사업을 총괄해온 송창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갑자기 사임하면서 리더십 공백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정의선 회장도 “현대차그룹 자율주행이 늦은 편”이라며 “테슬라,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가 조금 있을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말 정기 인사를 통해 만프레드 하러 R&D본부장과 정준철 제조부문장을 중심으로 한 ‘투톱 체제’를 구축하며 미래차 전략에 힘을 실었다. 신임 AVP본부장도 조만간 선임할 예정이다. 대표 자리가 공석인 포티투닷을 정 회장이 직접 방문해 조직 안정화에도 나섰다.

정의선 회장이 구상하는 미래차 로드맵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26에서 보다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미국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이 로보택시 상용화를 염두에 둔 비공개 기술 시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인 로봇 분야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2세대 모델을 처음으로 실물 공개 시연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성장 사업 발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부터 “기존의 성공 방식은 끝났다”는 메시지를 내며 과감한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구광모 회장은 연말 인사에서 그룹 양대 주력 기업인 LG전자와 LG화학 최고경영자(CEO)를 동시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가전 사업 경험이 풍부한 류재철 사장과 소재·기술 분야 전문성을 갖춘 김동춘 사장을 각각 신임 CEO로 선임하며, 현장과 기술 중심 인사 기조를 분명히 했다.

구광모 회장이 강조하는 미래 먹거리는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다. 이를 위해 최근 5년간 선임한 신규 임원 가운데 25%를 ABC를 포함한 R&D 분야에서 발탁하는 등 기술 리더십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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