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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그룹 ‘인사 칼바람’ 병오년 각오 다지는 재계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2-08 05:00

물러나는 부회장들...‘총수 경영’ 본격화
신상필벌·세대교체...미래 성장동력 확보

5대 그룹 ‘인사 칼바람’ 병오년 각오 다지는 재계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주요 그룹들이 연말 대대적 인사를 단행하며 다가오는 병오년(丙午年) 경영 환경에 대한 위기감과 새로운 각오를 드러냈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진 계열사에 대한 과감한 수장 교체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공격적’ 태세 전환이 두드러졌다.

총수들 경영 색채도 뚜렷하게 반영됐다.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 회장과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LG 회장은 존재감을 한층 키웠고,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 회장과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롯데 회장은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에 입각한 고강도 쇄신을 단행했다.

삼성그룹은 외형상 변화 폭이 크지 않아 보인다. 전자·금융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모두 유임됐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조직 개편과 인사 배치에서 거센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특히 이재용 회장 경영 색채가 드러나는 인사·조직 정비가 눈에 띈다.

우선 그룹 2인자로 분류되던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사업지원TF는 정규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되며, 기존 전략·인사 외에 경영진단 기능을 추가했다. 이 조직은 이재용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조직인 만큼, 이 회장 경영 보폭을 넓히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래 분야와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의지도 눈에 띈다. 유일한 사장 승진자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이동했다.

전영현닫기전영현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겸임하던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에 하버드대 화학물리학과 교수인 박홍근 사장이 외부 인사로는 처음 임명됐다.

이번에 삼성전자 부사장단 이하 승진자는 총 161명이다. 2021년(214명)부터 2024년(137명)까지 승진자 규모를 축소해오다 5년 만에 확대했다. 승진자 명단에 반도체 품질 전문가와 로봇 등 미래사업 관련 인재가 대거 포함된 점은 이재용 회장의 전략적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구광모 회장도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그룹 양대 주력회사인 LG전자와 LG화학 CEO(최고경영자)를 동시에 교체했다.

LG전자 조주완닫기조주완기사 모아보기 사장은 물러나고 가전 전문가인 류재철 사장이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됐다. LG화학은 1957년생 최고령 신학철닫기신학철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물러나고 1968년생 김동춘 사장이 CEO로 선임됐다. 정기 인사에 앞서 화장품 부문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LG생활건강 CEO(최고경영자)에 로레알 출신 이선주 사장을 영입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9월 LG 경영진에게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당부했고, 정기 인사 후에는 “필요 시 수시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성과가 미진하면 언제든 CEO를 바꿀 수 있다는 경고를 통해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SK그룹과 롯데그룹 변화 폭은 훨씬 크다. SK는 사장단 인사에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에 대해 강도 높은 인사를 단행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협의·조율 기능만 남기고 대폭 축소했고, 계열사 CEO들이 전략을 주도하는 ‘실행’ 기능을 강화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 계열(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 E&S·SK온)과 ICT 계열(SK스퀘어·SK텔레콤·SK브로드밴드·SK AX), 소재사(SKC·SK에코플랜트) 등 수장들이 대대적으로 교체됐다. 이어진 후속 임원인사에서는 신규선임이 3년 연속 두 자릿수에 그쳤다. 새로운 임원 85명 가운데 37명(44%)이 반도체 호황을 이끈 SK하이닉스에서만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신상필벌 원칙과 세대교체 추진에 대한 최태원 회장 의지가 이번 인사에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롯데그룹은 유통·건설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체 CEO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0명을 교체했다. 지난해 화학 계열에 이은 고강도 인적 쇄신이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 취임 이후 가장 명확한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그룹을 대표하는 4인 부회장단(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이영구 롯데 식품군 부회장, 김상현 유통군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이 동반 퇴진했다. 아울러 그룹 공동 전략 수립을 위해 도입했던 헤드쿼터(HQ) 체제도 폐지됐다. 좀처럼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는 유통 계열사들로 하여금 각자 생존 전략을 수립해 혁신 속도를 높이라는 조직 개편으로 해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현대차 핵심 사업본부장들을 교체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율주행 등 그룹 R&D(연구개발) 분야를 이끌던 송창현 AVP본부장이 사임했고, 제네시스사업본부장 송민규 부사장과 국내사업본부장 정유석 부사장을 교체했다. 본격적인 정기인사에서 인사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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